자살생존자
그들은 끊임없이 죽음을 갈망한다. 날마다 죽음의 문턱에 서 있고 언제든 그 문을 열고 들어갈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알아채기 쉽다고들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정말 죽음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은 티를 내지 않는다. 마음속 깊이 꾹꾹 눌러담아 오직 자신만이 볼 수 있도록 간직한다. 그리고 언제든 그것을 꺼낼 수 있도록 준비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모른다. 모를 수밖에 없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잘하지 않기 때문에 이미 무기력해져 있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의지가 없으니 죽고 싶다고 말하는 SOS조차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다는 말이다. 죽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실은 살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 나 이렇게 힘들다고 나, 이만큼 죽을 것 같다고 그러니까 나 좀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때 잡아주면 그 사람은 절대 생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를 넘겨버리면 자살연습생이 되어버린다.자살을 위한 훈련을 하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침묵‘이다. 입을 닫아버린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벙어리기 되어버리고 그때부터는 그 어떤 우울한 표현도 하지 않는다.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연습생으로 살아가다 훈련이 어느정도 되었을 때는 예비생으로 바뀐다. 말 그대로 곧 다가올 죽음을 예비하는 단계이다. 주변 정리를 하고 내가 죽고 나면 남겨지는 사람들을 걱정하고 평소보다 더 살뜰하게 챙기며 하지도 않던 말을 술술 하게 된다.
남겨질이들에게는 그때가 마지막 기회라고 볼 수 있겠다. 그때 잡지 못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므로 재빠르게 눈치채고 마지막 문턱에서 그들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심장이 떨리고 호흡이 가빠진다. 태어나서 이토록 떨리는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다. 한 번의 선택으로 영원히 편안해질 것을 생각하면 후련하기도 하지만 무척이나 떨리는 일이다. 실수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누구보다 철저하게 준비했다. 나는 성공적인 데뷔를 할 것이다. 몇 년이다. 몇 년을 준비해왔고 몇 번이나 데뷔가 무산되었지만, 이번은 확실하다. 더 이상의 무산은 없을 것이다.
그토록 원하던 죽음에 이르던가 자살생존자로 남아 살아가던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모두 예비생이다. 어차피 최고의 죽음을 향해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구태여 그것을 앞당기는 일은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우리는 결국 최고의 순간 데뷔를 하게 될 것이다. 인생에 최고의 무대에 서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살아보자 이 사람들아 조금만 더 연습해보자 안 된다면 도와줄 테니까 힘들다면 같이 살아줄 테니 일단, 오늘은 살자. 일단, 살고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