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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하글 Apr 19. 2024

화양연화 (花樣年華)

꽃은, 꽃은 그렇게 져버렸다.



내 인생에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 꽃 같은 당신을 만나 나도 덩달아 꽃이 되어 피어났던 시절


나의 화원에 오직 당신만이 존재했던 삶을 살았었다. 매일같이 피어나던 당신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었던 그런 시절, 한 번도 힘에 겹거나 그 일이 벅차거나 한 적이 없었다. 내가 주는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받고 싶은 욕심 또한 딱히 없었다. 주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가득 채워졌으니까 그 마음을 백퍼센트 돌려받을 심산으로 사랑했던 것이 아니었단 말이다. 그 자체로도 즐거웠다. 내 사랑을 받고 더욱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는 당신을 보는 하루하루가 내겐 기쁨이었다.


그래서였던 거 같다. 당신이 나를 쉽사리 떠나가지 못했던 이유. 그런 나를 너무 잘 알고 있던 당신이기에 돌아선 당신을 보며 내가 지을 표정 그리고 그 후의 나의 삶이 너무나도 걱정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마지막까지 내게 온 힘을 다했고 나 또한 돌아선 당신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최선의 결과를 얻지 못했다. 우리는 각자의 사정으로 이별해야 했다. 끝내 나의 꽃다운 시절은 철이 지나 져버렸다. 온 마음으로 피워냈던 나의 꽃은 예쁜 꽃잎을 하나씩 흩날리며 사라졌다. 가루가 되어 날리고 흙이 되어 땅으로 돌아가고 바람 따라 어딘지 모를 그곳으로 떠나갔다.

떠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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