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다산북스)
< Right now, at this moment. >
- 들어가며
이 책을 선물해주신 블로그 이웃 호진님께서 밥을 사주셨다. 처음 뵈었는데, 굉장히.. 상당히..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필자가 덜 선한 사람인 관계로, 상대의 선함이 온몸으로 느껴졌달까.
오랜만에 경험한 기빨리지 않는 대화였고, 내내 모든 언어와 행동과 눈빛이 고등학교 친구 한 명과 겹쳐 보였다. 이기적인 내게 3년간 옆에서 이타심을 몸소 보이며 가르친, 존경받아 마땅한 그 친구가 몇 년 뒤면 이리 훌륭하게 성장하겠구나. 누구라도 친구로 삼고 싶어 할만한 사람이 되겠구나ㅡ싶어 흐뭇하기도, 부럽기도 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물리학 version
'지금. 당장. 현재.'를 하루에도 몇 번이고 되뇌이는 사람이기에 현재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ㅡ관련한 이야기에 크게 공감했다. 그러나 비통스럽게도 '현재에 집중하면 기적이 일어나'는 원리까진 서술되어있지 않았고, 이 부분에서 상당한 답답함을 느껴 중간에 독서를 멈추고 아래 글을 적게 되었다. 그러나 필자는 물리학은 커녕 과학도 잘 못하기에 충분히 이상한 논리전개일 수 있음을 참고 바란다.
우선 시간이란 무엇일까? 고전 물리학에서는 시간을 절대적인 배경으로 생각했으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이 생각을 완전히 뒤집었다.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관찰자의 속도에 따라,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장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예컨대, 지구 위와 블랙홀 근처에서 1분의 길이는 다르게 흐른다. 실제로 GPS 위성은 지상보다 시간이 빨리 흐르기 때문에 상대성이론을 반영한 보정이 없다면, 위치가 수 km 이상 오차 난다. 이렇게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모든 판단은 관점에 의존하며, 그 자체로 절대적 진리일 수 없다ㅡ내가 틀릴 수도 있다! 이야, 벌써 책 제목을 증명해냈다. 간단하지 않은가?
사람에 따라 시간의 속도는 다르지만, 우리는 공통적으로 과거 > 현재 > 미래 순으로 시간을 감각한다. 그러나 물리학에서 과거와 미래는 수학적으로 대칭이다(time-symmetric)ㅡ시간을 뒤집어도 방정식이 성립한다는 말이다! 왜 시간은 물리적으로 대칭적일 수 있으나, 인간의 인식은 비대칭일까? 이는 열역학 제2법칙 때문이다. 우주 초기 엔트로피가 낮았던 시작이 있었고, 엔트로피는 아주 높은 확률로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오직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만을 미래로 인식한다. 다시 말하자면 시간의 방향이 있는 이유는, 우리가 엔트로피 증가라는 '비가역적인' 현상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간이 흐른다는 인지가 어떤 원리인지 이해했다면, 왜 굳이 과거, 현재, 미래 중 현재를 택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우리는 양자역학으로 '미래'의 확률적 전개를 기술한다. 하지만 관측이 일어나는 순간, 현재 그 가능성들은 하나로 정해지며, 이를 파동함수의 붕괴라고 한다. 또 열역학적으로 보자면 과거는 엔트로피가 낮았던 상태, 미래는 높아질 방향, 현재는 유일하게 작용 가능한 시점이다. 엔트로피는 전체적으로 늘어나지만, 국소적으로는 줄일 수 있다. 그러므로 시간이 흐른다는 건, 우주의 법칙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작은 '틈'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의하면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고, 언제나 확률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 통계역학에 의하면 가능한 상태들의 확률분포를 보고 평균적인 행동을 예측한다. 따라서 '내가 아는 대로만 세상을 본다면, 틀릴 수 있다.'는 단순 겸손이 아니라 물리적학으로도 사실이다.
++ 그럼에도 이해되지 않았으며, 수학과 통계학을 통한 증명을 원하는 독자에겐 책 [틀리지 않는 법]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비슷한 결론일 테니!
- 스포주의
모든 종착점이 목표는 아니다. 어떤 선율의 끝이 반드시 그 곡의 목표가 되는 것은 아니듯이. - 니체
명상을 처음 접했을 때, 이 명상을 통해 내가 어떠한 열반에 오를 수 있을 것인지 기대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에 대한 대답은 위 문장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 부끄러움
자신의 공부 방법에 의심이 있는 학생들이 빨리 성장한다. 드라마틱한 효과도 나타난다ㅡ고 현재 일하고 있는 독재의 원장님이 말씀하셨다. 자기 자신의 의견을 끊임없이 의심할 줄 아는 사람이 성장한다ㅡ고 심리학을 공부하고 철학을 좋아하는 분이 말씀하셨다. 같은 내용.
백범 김구 선생은 청년일 적에 처음 관상학을 공부하였고, 자기 얼굴에 온갖 액운이 껴있어 실망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읽는 내내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몸부림쳤다.
- 나가며
읽는 동안 걸리는 시간을 재봤다. 3시간. 아마 평소에 에세이 대강 비슷한 분류의 글을 써왔으므로, 내용에 익숙하여 속도가 빨랐던 것으로 추측된다. 처음엔 너무 대강 읽었나 싶어 작가와 선물해주신 분께 죄송했으나, 이 독서록을 쓰는 데에도 만만찮은 시간이 걸렸으니 정상참작되지 않을까!
무교이나 기독교 내용의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미션 스쿨을 다녔던 덕분이었다. 앞으로 내가 불교서적을 읽을 수 있게 된다면, 그 이유는 이 책 덕분일 것.
아래엔 읽으며 밑줄 그었던 문장들이다. 너무 많으니, 여러분은 대강 몇 개만 읽어보시길 바란다.
- 책갈피
p.15
의식적 현존 상태
p.16
알아차림 awareness
p.31
우리의 정체성과 생각이 불가분의 관계라고 느끼는 것 말입니다.
p.32
우리의 뇌는 애초에 부정형으로, 즉 무언가를 없애는 방향으로 사고할 수 없습니다.
p.47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 사소한 일에도 당사자는 죽을 듯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도 인생의 진실이지요.
p.81
난생처음으로 세상과 제 생각이 일치했습니다.
p.85
그 삶은 마치 달콤한 디저트만 먹으면서 사는 것과 같다는 것을 말이죠. ... 하지만 생명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자양분을 제공하진 못합니다.
p.93
우리는 우리 자신을 너무 대단하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p.95
이유도 모른 채 그리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미움을 받고 나니 그제야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사려고 애쓰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지 깨우친 것입니다.
...
바로 무엇을 하든 열과 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p.106
각종 의식과 격식에는 본질적으로 아무 의미도 없어요. 우리가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승려는 모든 행동에 그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를 담아야 합니다.
p.107
무엇을 받았든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나눌 몫이었습니다.
p.108
물건이나 재산은 쓰이는 것이지 쌓아두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p. 113
사원에 대한 스티나의 반응은 복합적이었습니다. 한편으론 상당히 좋은 곳이라 여기는 것 같았지요.
p.115
얼마나 많은 이가 이 만화책의 드높은 문학적 가치를 알아보았는지, 너덜거리지 않는 책장이 한 장도 없었습니다.
p.117
시장경제가 번창하려면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p.118
지식은 자신이 아는 것을 자랑한다. 지혜는 자신이 모르는 것 앞에서 겸손하다.
p.120
"그래서 토끼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나 봐."
p.133
"옳다는 것이 결코 핵심이 아니라네."
p.134
우리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직감을 현실이라고 믿습니다.
p.137
죽음을 어느새 삶의 의미 있는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p.138
... 당신들은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이곳은 여러분을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이젠 가야 할 때가 됐습니다. 부디 평안히 가십시오."
p.141
"나티코, 이 일을 어마나 효율적으로 수행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네. 이 일을 끝내고 우리가 어떻게 느끼느냐, 그 점이 중요하다네."
...
여러 면에서 훨씬 더 힘겨운 삶이었으며,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저 자신을 혹독하게 마주할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이래 줄곧 제 삶을 풍요롭게 해준 경험이었습니다.
p.142
실패하는 데 익숙해져야 합니다.
p.148
우리는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생각을 굳게 믿습니다.
p.154
제 행복이 그를 훨씬 더 행복하게 해주길 바랐습니다.
p.167
세상이 마땅히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다 안다고 상상한 것이지요.
p.171
번뇌를 완전히 내려놓는 것은 적절한 목표가 아닙니다. 번뇌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은 죽은 사람뿐입니다.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서서히 줄어든다면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p.174
... 제가 하는 말은 저한테서 나오는 게 아니라 저를 통해서 나오는 것일 테니까요. 그렇죠?"
p.205
될 수 있으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야 합니다.
p.207
그 불안감은 제가 아는 한 가장 가혹하면서도 가장 훌륭한 영적 스승이었습니다.
p.212
그렇게 망가진 채로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던 것입니다.
p.221
몰혐오 non-aversion
p.222
그럼에도 우리가 최선을 다한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서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바라볼 때 삶은 달라집니다.
p.227
"내게 열리는 문이 있겠지. 그리로 걸어들어가는 게 내 사업계획이야."
p.231
이분법적인 사고에 갇히면, 믿음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느 식을 ㅗ빠지기 쉽습니다.
p.235
세상이 저를 먼저 불러주길 기다리기엔 제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
사람들에게는 진심을 아라보는 눈이 있습니다.
p.248
아무런 후회나 미련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거야.
p.267
"내가 알겠지"
p.274
반듯하고 평탄해 보이는 길에도 그것만의 함정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예상할 수 있는 길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더 큰 포용력고 상상력을 요구하는 길을 걸을 것인지의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p.276
"쟤한테는 큰 차이가 있죠."
p.297
삶을 통제하려 애쓰는 대신 삶과 함께 춤출 수 있음을 점점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p.300
남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 덜 중요해졌습니다.
...
반면에 고마운 마음을 포현하는 것은 너무도 중요해졌습니다.
p.301
이젠 저와 아주 가까운 사람들에게 더 집중하지요. 제가 그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그들이 확실히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p.302
"제가 만난 식으로 하느님을 만나려면, 누가 당신을 눈을 통해 내다보는지 온전히 이해하면 됩니다."
p.305
그리고 내 눈을 바라봐요. 내가 이생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게 당신의 눈이었으면 좋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