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집을 사야겠다는 오랜 막연함에서 결심으로

만 30살 미혼여성의 내집마련 일지

by 유다이모니아




이제 이사 온 지 약 3년 정도가 넘었다.


첫 입주 1달, 충분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이 집과 교감하면서 잘 적응해 나갔고 재산세를 납부하는 기간이 돌아올 때마다 한 번씩 '내가 집을 샀구나.'라며 실감한다.


누군가에게 집을 산다는 건 인생에서 정말 큰 사건처럼 느껴지지만 모든 일이 끝나고 나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만 같다. 이렇게 인간이란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동물인가 보다.


나는 집을 사기 전까지, 12년째 자취 생활을 하고 있었다.


타지에서 부모님과 떨어져 살면서 대학교 기숙사, 원룸, 오피스텔 등 많은 1인 주거형태의 집에서 살아봤다. 물론 고시원도 들어가 볼 생각을 했었는데, 내가 모르는 누군가와 공용으로 주거환경을 공유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최소의 평수가 4.5평이라고 한다. 그 이상을 찾아서 나름 잘 살아온 것 같다. 20대 때는 회사와 가까운 오피스텔에서 살았고, 월급의 10~20%를 월세로 내면서 미래를 위한 준비를 했다. 만족하면서 살았다. 이 정도 금액을 월세로 내면서 컨디션 좋은 서울의 오피스텔에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물론 나중에 정말 넓은 집에 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 꾸미고 싶은 것 다 하고 살 거라고 다짐하며 행복을 잠시 미뤘지만.


하지만 사회생활을 한 지 6년이 넘어가던 서른 쯤부턴 넓은 집에 대한 갈망이 점점 커졌다. 이젠 월세를 더 내더라도 10평, 그 이상의 공간으로 이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간절했다. 내가 그리는 집은 온전히 쉴 수 있고 딱히 뭘 하지 않더라도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공간인데, 이젠 이 작은 공간이 협소해서 점점 답답해져 왔고, 내 생각의 그릇도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집에 있으면 답답하니 '밖'에 나가서 무언갈 해야만 주어진 하루를 충실히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지방에 있는 부모님이 올라오실 때 이젠 작은 공간에서 주무시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이가 들고 직장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점점 드는 생각들이었다. 이제 기회만 오면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사실 언제까지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내가 집을 꼭 살 거라는 확신을 너무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제 얼른 집 사자~라는 하늘의 계시였던 걸까 싶다. 회사에서 고과 잭팟을 받아 갑자기 살면서 받아보지 못한 인센티브 액수를 받게 되었다. 22년 기준으로 보금자리론 정책 상 최소 소득조건이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소득 조건을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래서 올해 안에는 무조건 집을 사야 했다. 그동안 여러 부동산 재테크 유튜브, 보금자리론 관련 정보와 블로그, 책 등을 읽어가며 집을 사기 위한 준비를 해 왔지만 막상 올해 안에 꼭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정신이 번쩍 차려졌다.



일기장을 꺼내 목표를 세웠다.


1. 언젠가 이 동네를 떠나게 될 것이니 면허 빨리 따기

2. 2월부터 부동산 손품/호재 분석하기

3. 3월 중순부터 임장 다니기

4. 6~9월 사이 계약하기

5. 10월 10일, 추석 전까지 입주하기



이렇게 쓰고선 꼭 해내고 말 거라고 마음을 다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