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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데 수련의 길

취미 찾아 삼만리

by Eugene


취미[趣味]
(명사)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즐겨 하는 일. (출처:다음사전)


누구나 취미는 있다.

깊이는 없지만 접시물처럼 얕고 사막 위 모래알처럼 가볍고 넓은 내 취미생활을 하나씩 소개 해 볼까 한다.


로망.

사실 누구에게나 한두개의 로망이 있지 않은가? 예를 들어 방 하나를 스타워즈 피규어로 채우고 싶다던가, 멋지게 남쪽나라에서 파도를 가르는 서핑을 하고 싶다던가 하는 그런 로망.

나에겐 대략 마흔여덟가지 정도의 로망이 있는데 그 중엔 도복을 입는 격투종목을 배워보고픈 로망이 있었다. 꼭 격투기가 아니더라도 어릴때는 태권도 도복을 입고 쫓아다니는 애들이 부러워서 부모님을 조른다거나 (가뜩이나 기쌘 딸래미를 태권도까지 보내서 동네 애들을 줘패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던 권여사님의 깊은 뜻에 태권도는 못 배웠지만..) 죽도를 등에 매고 다니는 검도를 배우고 싶어 온집안 우산을 죄다 부러뜨려놓는다거나, 아니면 쌍절곤을 휘두르는 노란 츄리닝의 이소룡을 따라하다가 내가 휘둔 쌍절곤에 뒷통수를 후드려 맞는 일이 다반사이지 않았던가? (나만 그랬나?)


여하튼 그런 로망을 이뤄보고픈 마음만 가득한채 쉽게 손을 못 대는 나이로 늙어가고 있는 찰나.

제주에 내려와서 퉁퉁하게 살이 쪄가는 것을 방치하다가는 하루방 바디스타일이 되겠다 싶어 다이어트와 함께 할 운동을 찾기로 했다.


탐색전.

날 좋은 주말 동네를 어슬렁 거리며 주변을 탐색했는데 아무래도 어린애들이 많이 사는 주거지역이다보니 어린이용 태권도장이 참 눈에 많이 띄었다.

누가봐도 어린이용 태권도장. 애들 학부모와 비슷한 나이의 몸뚱아리로 애들 사이에 껴서 발차기를 할 수는 없지. 아무렴 그렇지. 하며 무난한 태권도장은 패스.

전부터 하고팠던 검도장은 가까운데서 못 찾아 패스. (검도 도복과 죽도는 정말 매력적이긴 하다만)

요즘 한창 유행인 주짓수의 경우에는 땀범벅인 상태로 거의 끌어안고 조이고 비틀고 하는 건 좀 부끄러운 일이긴 했다. 땀내 어쩔.

그렇다면 유도. 유도를 해야겠... 다고 다짐했는데 주변을 샅샅히 뒤져봐도 유도도장은 없었다.


살짝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찰나.

눈에 보였던 정. 도. 관.

공수도. 가라데. 합기도. 수련. 경찰대 준비. 라고 써있는 간판이 저 멀리 보였다. 가라데? 가라데라.. 게다가 경찰대 준비라고 하니 애들보단 성인들이 많겠구나. 배워놓으면 뭔가 쓸모가 있겠지.


바람의 파이터. 최배달이 가라데를 하지 않았던가.

가입도 하기전에 머릿속에는 멋지게 날라차기를 하며 도장깨기를 하는 내 모습이 영화처럼 흘러갔다.


그렇다. 가라데였다.

내 로망을 실현할 것을 찾았다.

그렇게 나는 가라데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로써 취미.

좋아서 즐겨하는 일. 하나 추가.








현실은 매번 한의원에서 침맞는 신세.


오늘 얻은 영광의 상처. 중단치기의 결과물. 피멍 ㅠ


다음번엔 무릎에서 뚝뚝 소리나는

삼십대후반 가라데 수련생의 험난한 여정,

그 찬란한 시작에 대해 써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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