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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손절, 절묘하고 아름다운 익절의 세계

익절은 늘 옳다

by 제니퍼

손절은 슬기롭지 못한가?

나는 손절을 극도로 꺼리는 편에 속했다. 급등주나 작전주에 올라탄 게 아니라면 언젠가 최소한 제자리로 온다는 무지성 믿음 때문이었다. 4년 전에 쓴 글을 봐도 주식은 이기거나 비기거나 둘 중 하나만 하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으니 말이다. 지금 돌아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주장이다. 주식은 늘 이기려고 덤벼야 하지만 매번 지지 않고 비길 재간이 없다. 오히려 슬기롭게 지는 지혜가 필요함을 깨닫는 요즘이다. 제자리로 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내편이 돼 주더라도 지나버린 시간은 영영 내 것이 아님을 잊지 말자.

얼마나 손절을 했을까?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과감하게 손절을 했다. 지난해 투자 종목은 총 35개로 익절은 27개 손절은 8개로 전체 종목 수 대비 22.8%인데, 금액을 따져봐도 손절금액이 22% 비슷한 수준이었다. 쉽게 설명하면 100만 원의 이익을 냈다면 22만 원을 손절해서 실제 이익금은 78만 원인 셈이다.


올해는 5월 20일 기준으로 총 투자 종목은 25개로 익절은 14개 손절은 11개다. 종목수 대비 44%로 지난해보다 2배 높은 편인데 다행히 금액 비중은 작년의 2배까지는 아니었다. 100만 원의 이익을 냈다면 31만 원을 손절해서 실제 이익금이 69만 원인 셈이다. 새해 벽두부터 진격의 하락장을 보여준 나스닥의 위력은 대단했고 드라마틱한 주가변동을 겪어내면서 손절의 금액도 꽤나 과감해졌다.


내 포트폴리오 중에 초고배당 ETF를 약 30% 내외 유지하고 있었는데, 특히 1월 하락장을 대비해서 ETF 종목 비중을 크게 늘린 것이 손절의 금액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초고배당 ETF는 배당금, 정확한 표현은 분배금이다. 매달 꼬박꼬박 분배금이 나오지만 주가 변동성이 상상을 초월해서 받은 만큼 뱉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종목 별로 최소 1년 이상 주가 흐름을 파악하고 최대한 저점 매수를 노려야 한다. 지난 1~2월 폭락장은 ETF종목의 과감한 손절만이 리스크를 줄이고, 자산을 현금화하는 대응책이었다.

2025년 투자 성적표 1월(좌) 2월(우)


2025년 5월 20일 기준 손절 종목(좌) 배당금(우)

손절매 기준을 설정하자

투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리 정해둔 가격이나 비율에 도달하면 무조건 매매하는 기준을 설정해 두는 것이다. 특히 급등종목에 탑승할 때는 반드시 매매 시작과 함께 손절매 기준의 조건매도를 걸어두고 시작해야 한다. 이런 설정은 단기매매에서 활용할 뿐 아니라 올해 1~2월 같은 대규모 폭락장에서 큰 손실을 피하고 자산을 보호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아직도 내가 신중하게 선택한 종목에 대해서는 과감한 손절매 대신 물타기 대응을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다. 자칫 하염없는 물타기 신공을 부려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하는데 시간과 자금이 동시에 묶여서 기회비용 손실이 더 클 수 있으니 가급적 지양하는 것이 좋다. 기관투자자들은 종목별로 20~30%까지 손실이 났을 경우, 해당 종목을 반드시 정리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을 만큼 손절매는 주식투자 활동에서 제대로 익혀야 할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준은 자산의 규모, 시장의 변동성, 투자 전략과 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자동화 도구를 사용하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손절매를 실행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변하거나 투자 전략이 바뀔 때는 반드시 기민한 대응으로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언제 손절을 고민하게 될까?

때때로 본능적이다 싶은 무지성 충동으로 단타 대열에 합류하기도 한다. 운 좋게 이익을 내기도 하지만 쳐 물려서 두 어달 고생을 하기도 하고, 빠른 손절을 결정하기도 한다. 사고 싶은 가격에 매수를 하고 팔고 싶은 가격에 팔겠다는 강한 의지를 매일매일 세뇌하기 위해 일기를 쓰고 있음에도 종종 급등 종목에 올라타며 욕심을 부리기도 한다. 마치 서퍼가 피크에 가까운 파도를 만났을 때 올라타고 싶은 욕망이라고 해야 할까? 요즘은 최대한 충동적인 매매를 자제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나 어느새 올라탔다면 실패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빠른 손절로 대응해야 한다. 시장가로 올라타고 흘러내리기 전에 신속하게 탈 출할 순발력을 맹신하다 보면 끝 모를 추락을 경험할 수 있다.


나는 매일 주식 일기를 쓴다.

대부분의 거래는 요즘도 예약주문 기능인 조건매수와 조건매도를 즐겨 이용하고 있다. 일기 내용은 보유종목 현황(매수가/수량/목표가/오늘 주가/어제 주가 등)을 꼼꼼하게 적시하고, 총수익률이 높은 순으로 매일 순서를 새로 업데이트한다. 계획적인 매수매도 습관을 위해 실시간 거래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다. 물론 처음에 목표한 매수가나 매도가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특히 보유종목이 갑자기 급등을 해서 100%라는 숫자를 보면 저절로 손이 가는 걸 참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일기를 쓰는 것은 충동적인 무지성 매매를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리마인드 과정이다. 나는 이제 직업인으로서 주식 투자를 하고 있으니까...

내가 정한 금액으로 매도가 될 때

그보다 더 아름다운 일이 있을까? 가장 짜릿한 경험은 내가 예약해 둔 금액으로 연달아 매도 채결 알림이 날아들 때다. 내가 정해둔 가격에 주식이 매도되면 경건한 마음으로 종목 이름을 불러주고 때때로 감사의 마음을 남겨두기도 한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나만의 슬로건을 외치기도 하는데... 2025년에도 '너의 이름을 아주 많이 불러보고 싶다.' 이 글을 읽는 투자자라면 아름답고 절묘한 익절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너의 이름을 불러줄게

기/승/전 슬기로운 주식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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