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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글

고해상도 자기 설명서 만들기(일상 편)

by 제니퍼

5월 1일부터 자발적 직업인의 삶을 선택하면서 수요일엔 브런치 매거진[주거로운 로컬생활]을 목요일엔 브런치 북[금융소득으로 생활이 될까?]을 연재하고 있다.

“애써 당신을 더 나은 인간으로 바꾸려 하지 마라. 다만 이미 당신 안에 있는 것을 꺼내기만 하면 된다!”조용민 저자의 '언리시'가 전달하려는 핵심 메시지다. 이 책을 출간 당시 2022년 10월에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월급쟁이의 달콤함에서 더 빠르게 빠져나왔을 확률이 높다. 내가 가진 것을 재발견하고 재정의하는 것이 바로 '언리시'다.


내게 없는 것을 애써 채우려 노력하기보다 이미 가진 것을 다시 해체하고 재결합하는 일을 통해 나만의 가치와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하라고 독려한다. 나에겐 마법 물약 같이 힘을 주는 이야기다. 오디오북으로 세 번쯤 다시 듣기를 하면서 나도 '고해상도 자기 설명서'를 써봐야지 했는데 오늘에야 정리를 해본다. 그럼 어디 내 특성의 전부를 내 재료로 써볼까?

고해상도 자기 설명서 (일상 편)

(1) 매일아침 솜이가 5시 30분쯤 깨울 때 일어고, 눈을 떠도 침대 위에서 고양이와 30분 이상 뒹굴거리기를 좋아한다. 솜이는 '20년 4월생이고, 그해 6월 우리 집으로 왔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기에 궁여지책으로 결정한 일이지만, 지금은 소중한 가족이고 밥값이 좀 덜 나가는 둘째 딸이다.


(2) 365일 중에 300일 정도는 다이어트 모드로 생활하려는 속성이 있다. 삼성헬스에 몸무게와 식단 등을 간헐적으로 기록한다. 특히 체중은 거의 매일 업데이트하고, 공복엔 레몬티나 생초물을 따뜻하게 한잔 마신다. 최근 2년 사이 비만클리닉 2개월 코스(8회)를 세 차례 진행했는데 7~10kg 감량에 성공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험을 반복했다. 그래서 요즘은 비만클리닉 대신 동네 수변공원에 설치된 운동기구(제조사 이름: 개선스포츠) 중에 허리 돌리기 기구를 적극 활용하고 틈 나는 대로 걷고 있다.


(3) 365일 중에 65일 정도는 좋은 사람들과 놀고먹고 마시고 실컷 웃고 지낸다. 매달 밥 한잔을 누구랑 할지 정하고, 1박 2일을 함께 지낼 나의 월간친구를 정하고, 가족과 정기적으로 함께하는 시간들을 정할 때 기분이 제일 좋다. 1년 365일 중에 65일 정도는 삶의 에너지를 채우는 마법 같은 시간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4) 요즘은 아침일기를 놓치는 일이 없다. 일기의 내용은 주업이 된 주식투자 일지가 포함된 일곱 개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하루를 계획하는 일기를 쓴다. 지난해 6월부터 쓰려고 시작했지만 한 달에 2번 정도밖에 쓸 수가 없어 '인생을 어디에 쓸 것인지'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하루 30분 정도 일기 쓸 시간도 만들기 어려운 일상은 옳지 않다는 판단이 들어서 회사를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5) 독서는 주로 운동, 청소, 설거지할 때 자투리시간을 활용하는데, 좋아하는 책은 열 번 스무 번 반복해서 듣는다. (이기는 습관, 멘탈의 연금술-보도 섀퍼) 책을 반복해서 듣는 이유는 기억력이 신통치 못하니 반복 학습으로 몸에 익히기 위함이다. 가장 존경하는 멘토는 머니코치 보도 셰퍼다. 보도 섀퍼의 저서는 모두 종이책으로 구매해서 틈나는 대로 펼쳐보기도 한다.


(6) 불편한 피드백에 취약하다. 전라도 말로 애문소리(전혀 관련이 없는 말을 일컬음)를 들으면 발끈한다. 싫은 소리 듣는 게 싫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민감한 것 같기도 하다. 굳이 감정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잘 고쳐지지 않는다.

(7) 세상 숙제 중에 딸과의 관계가 제일 어렵긴 하다. 갑과 을의 관계보다 병이나 정에 가깝다. 요즘 부쩍 어른인 체하는데 지켜봐 주려고 애쓰고 있다. 욱하는 감정이 턱밑까지 올라오는데 잘 다스리려고 노력 중이다.


(8) 만들 줄 아는 집밥 요리는 미역국, 떡국, 닭다리살 오븐 굽기, 스테이크, 참치김치찌개, 계란찜.. 또 뭐가 있을까? 요즘 요리실력은 향상이 필요하지 싶긴 하다. 요리에 흥미가 없어 배달의 민족과 겸상을 한지 꽤 오래되었다. 그런데 이젠 좀 새로운 요리를 뭔가 해내고 싶은 욕망이 부쩍 꿈틀거리긴 한다.


무엇을 더 ‘채울지’가 아니라 무엇이 ‘이미’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무기’로 만들지를 좀 더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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