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 닝샤 야시장
[동네사람처럼 살고 싶은 곳] 여행자로 스쳐 지나가기보다, 원래 그 동네에 살던 사람처럼 장바구니를 들고 천천히 걷고 싶은 곳. 하루의 끝에서 사람들이 모여 저녁을 고르고, 이야기를 사고, 허기를 달래는 곳. 불빛과 냄새, 사람의 온기가 뒤섞여 마음까지 머물게 하는 밤의 마을을 소개합니다.
<주거로운 로컬생활> 매거진 18호로 소개드릴 곳은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 중심부에 위치한 닝샤 야시장입니다. 길이 약 300미터 남짓한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60년 이상의 시간을 품고 있는 타이베이 대표 로컬 야시장입니다. 지난해 12월에 다녀온 곳인데 이제야 올리게 되었네요.
닝샤 야시장은 화려한 관광형 야시장과 달리, 여전히 지역 주민들의 저녁 식탁을 책임지는 ‘생활의 시장’에 가깝습니다. 짧은 여행 일정 중 몇 시간을 머물렀을 뿐이지만, 다음에 다시 온다면 꼭 이 근처에서 며칠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부터 과일 한 접시를 고르고, 마늘 조개탕을 기다리고, 찰떡을 사 들고 골목을 걷던 어느 밤의 경험을 통해, 닝샤 야시장이 왜 ‘머물고 싶은 밤의 마을’인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닝샤 야시장의 골목을 걷다 길게 늘어선 줄 앞에서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어요. 왜 이렇게 줄을 서는지 궁금해서 찾아봤죠. 제가 궁금한 건 잘 참지 못해서요. 그곳은 약 60년의 시간을 이어온 굴전 노점, 圓環邊蚵仔煎이었고, 이 시장의 중심이라 불리는 닝샤 야시장의 심장 같은 곳이라고 합니다. 대만식 굴전은 한국의 굴전과 달리 고구마 전분으로 만들어 쫀득하고, 바다의 향과 달콤한 소스가 함께 어우러지는 독특한 음식이라지만, 사람들이 그 긴 시간을 기다리는 진짜 이유는 어쩌면 맛 그 자체보다 그 시간을 함께 통과하는 경험 때문일 것 같습니다. 부모와 손을 잡고 이 줄에 섰던 아이가 어른이 되어 다시 돌아오고, 여행자는 그들의 기다림 속에 잠시 섞여 그 도시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되니까요. 나는 결국 줄을 서지 않았지만, 네온 아래 묵묵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뒷모습을 조금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어떤 음식은 입으로 먹기 전에, 이미 기억으로 먼저 먹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니까요.
여행의 밤은 낮보다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날 밤, 마치 “여기서부터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야시장은 단순히 밤에 열리는 시장이 아닙니다. 그것은 낮 동안 접어두었던 도시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타이베이의 야시장 문화는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곳은 대만 북부의 중요한 상업 거점이었고, 낮 동안 강을 통해 물자가 들어왔습니다. 해가 지면 짐꾼들과 상인들, 그리고 노동을 마친 사람들이 모여들던 곳이죠. 허기를 달래기 위해 누군가는 국수를 팔았고, 누군가는 달콤한 떡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몇 개의 등불 아래에서 시작된 작은 노점이었지만, 사람의 온기가 모이는 곳은 언제나 커지는 법이니까요. 전기가 들어오고, 네온이 켜지고, 밤은 더 이상 어둠이 아니라 또 다른 낮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야시장은 생존의 공간에서 문화의 공간으로 변해갔습니다.
기름 위에서 지글거리는 소리, 달콤한 향, 웃음소리, 그리고 수많은 발걸음. 사람들은 모두 무언가를 먹고 있었고, 동시에 무언가를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 시장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시간을 파는 곳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의 맛이고, 누군가에게는 첫 데이트의 기억이며, 누군가에게는 떠나기 전 마지막 밤의 풍경일 수도 있습니다.
야시장은 도시의 기억 저장소였습니다. 나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천천히 걸었어요. 완전히 낯선 곳에서, 잠시 그곳의 일부가 되는 것. 이것이 여행이 주는 선물일 지도 모릅니다. 사람의 인생도 어쩌면 야시장과 닮았다고도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생존을 위해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은 이야기가 되니까요.
시장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뒤돌아보았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웃고 있었고, 여전히 음식은 익어가고 있었으며, 여전히 밤은 깊어가고 있었어요. 이 밤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붉은 네온 아래에서 시작된 밤은, 생각보다 더 달콤한 맛으로 기억되었습니다.
나는 먼저 과일 가게 앞에 멈춰 섰습니다. 투명한 진열장 안에는 색이 아니라 계절이 담겨 있었죠. 붉은 수박은 한여름의 한낮 같았고, 노란 망고는 해 질 녘의 빛 같았으며, 보랏빛 용과는 아직 이름 붙지 않은 어떤 밤 같았습니다. 금속 접시 위에 가지런히 담긴 과일들은 이미 누군가의 손에 들려질 준비를 마친 표정이었죠.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이번에는 마늘 냄새가 나를 붙잡았어요. 조그만 냄비 안에서 조개가 입을 벌리고 바글바글 끓고 있었죠. 이 야시장에서 조개 요리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에요. 오래전 항구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하루 일을 마친 뒤 가장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단백질이 바로 조개였다고 합니다. 값싸고, 빨리 익고, 여럿이 함께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죠. 과일과 조개탕에 이어 손에는 어느새 작은 봉지가 하나가 더 들려있었습니다. 찰떡이었어요. 쫀득한 식감 위에 얹힌 달콤함은 어린 시절의 간식처럼 순수했죠. 어떤 이들은 줄을 서 있었고, 어떤 이들은 기다림에 지친 얼굴이었으며, 어떤 이들은 이미 음식을 손에 들고 웃고 있었어요. 나는 좋은 안주거리를 준비하는 사람처럼, 천천히 시장을 걸었어요. 손에는 과일이 있었고, 조개의 여운이 남아 있었고, 떡의 달콤함이 입안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어요. 굴전집에서 그 줄 앞을 지나간 순간, 여길 또다시 오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 주거로운 로컬생활 with 유진
이 매거진은 귀촌을 꿈꾸는 도시민들이 주거를 염두에 두고 지역을 탐색할 때 꼭 필요한 정보를 실제 귀촌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려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매거진의 편집자는 여가의 활용이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최선으로 생각하며 '슬기로운 여가생활'에 관심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자연과 만남이 가장 좋은 여가의 시작이 될 수 있어 도시민들과 지역의 연결을 촉진하는 다양한 컨설팅 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간이 주는 매력을 넘어 그 공간을 살뜰하게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데 중점을 둔 매거진입니다.
$ 편집자 노유진 주요 약력
-現 전직지원 강사/ 삼성전자 경력컨설팅센터
-現 컨설턴트/ 농촌 체험 관광상품 개발 컨설팅
-前 노는법 운영팀 팀장/ (주)바바그라운드
-前 중장년 관광일자리 PM/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 사장 표창장 (2020년)
-'모두의 팀장', '모두가 플레이어' 공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