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꼭 묵어보면 좋은 집-안동

경북 안동, 토락토닥

by 제니퍼

[하룻밤 꼭 묵어보면 좋은 집] 숙박, 식사, 체험까지 모두 해결되는 숙소에서 하룻밤 묵어보면서 나만의 감성이 충족되는 포인트와 지역의 매력을 발견해 보세요!


<주거로운 로컬생활> 매거진 17호로 소개드릴 곳은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을 애정하는 베프와 떠난 여행에서 안락한 숙소로 이용했던 안동시 남후면에 위치한 '토락토닥'입니다. 낙동강을 조망할 수 있는 공간에 자리한 '토락토닥'은 이름처럼 자연이 나를 안아주고, 흙이 마음을 풀어주는 곳입니다. 안동 토락토닥에서 삶의 속도를 찾는 경험을 찬찬하게 소개해 볼게요.

안동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호스트 권숙희 님이 25년 넘게 이어온 도자 체험과 자연 치유의 시간을 직접 빚어가는 공간입니다. 유리창 너머로는 초록이 물결처럼 흔들리고, 테이블 위에는 우리가 빚은 그릇들이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죠. 똑같은 모양 하나 없는 그릇들처럼 우리의 하루도 정해진 틀 없이 흘러가도 괜찮다는 걸 이 공간은 아무 말 없이 알려주고 있네요. 이번 호에 소개하는 안동 여행은 후기가 좀 늦었는데요. 가족 다음으로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절친과 1박 2일은 ‘여행’이라기보다 삶을 부드럽게 되돌려 놓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1박 2일 여정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숙소로 바로 가지 않고 안동의 명소인 도산서원을 가장 먼저 찾았습니다. 비가 와서 더 아름답고 청량한 풍경을 완성하던 날, 서원에서 시작된 쉼은 잊지 못할 풍경을 선물해 주었어요. 안동으로 진입하자 빗방울은 차창을 따라 천천히 흘러내리고 산은 수묵화처럼 번져갔습니다.

도산서원 입구, 수백 년을 서 있었을 느티나무와 왕버들이 묵묵히 서 있었습니다. 굽은 가지마다 시간이 매달려 있는 것 같았고 그 앞에 서자 괜히 숨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비에 젖은 기와, 반짝이는 돌길, 고요를 채우는 빗소리. 그날의 비는 풍경을 흐리게 하지 않고 오히려 완성시키고 있었습니다. 이미 그 순간부터 우리의 마음도 천천히 느려지고 있었습니다. 파란색 우산의 주인공이 저와 고등학교시절부터 같은 서클 멤버로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친구입니다. 사진은 제가 찍었답니다. 근사하죠?

서원을 거니는 동안에도 촉촉하게 비가 내려서 더 운치 있었습니다. 눈앞의 풍경이 아름다울 땐 서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순간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도산서원을 느긋하게 둘러보는 시간은 고요하고 마음 깊은 곳까지 평온을 주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사찰이나 서원처럼 오래된 한옥이 있는 공간을 참 좋아했습니다.

낙동강을 품은 공간, 토락토닥

산을 등지고 강을 바라보는 자리. 토락토닥은 그 자체로 쉼의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문을 열자 따뜻한 차 향이 흘러나왔고 호스트 권숙희 님의 미소가 여행의 긴장을 풀어주었습니다. 이곳은 숙소이자 체험장이자 사람을 쉬게 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자연은 아무 말 없이 공간을 가장 아름답게 돌보고 있었습니다.

“토락토닥이라는 이름 그대로예요. 저희 공간에 오면 자연이 주는 편안함 속에서 마음이 토닥여지고, 또 마음껏 즐길 수 있었으면 했어요. 어른에게는 잠시 잊고 지냈던 놀이터가 되고, 아이들에게는 자연과 마음껏 뛰노는 진짜 놀이터가 되는 곳. 그래서 일부러 모래놀이 공간도 만들었죠. 흙을 만지고, 뛰어놀고, 웃음소리가 자연스럽게 퍼지는 풍경을 보고 싶었거든요.” 대표님은 이곳을 ‘쉼이 머무는 놀이터’라고 표현했어요.

meetings_20220517185259732.png
meetings_20220517194622557.JPG
meetings_20220517193757604.JPG
meetings_20220517193319377.jpg
meetings_20220605202648160.jpeg
meetings_20230110175857682.jpg

"토락토닥은 국토종주 낙동강 자전거길과 마애솔숲이 만나는 자리예요. 불탄고도와 낙동강 종주 코스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 번 지나간 사람들은 꼭 다시 찾는 숨겨진 길이죠. 그래서 라이더들 사이에서는 ‘오아시스’ 같은 공간으로 불려요. 안동댐에서 상주로 이어지는 구간에서 쉬어갈 수 있는 유일한 카페이기도 하고요.” 쉼을 위해 만든 공간이 어느새 사람들의 여정에 꼭 필요한 정거장 같은 공간. 자연을 품고, 사람을 쉬게 하고, 다시 길로 보내주는 곳. 토락토닥은 그렇게 오늘도 누군가의 하루를 토닥이고 있습니다.

마음을 풀어주는 마법 같은 흙

도자 체험 테이블 앞에 앉아 흙을 손에 올리는 순간 알았습니다. 우리는 너무 오래 단단해진 채 살아왔다는 걸. 흙은 부드러웠고 고요했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주었습니다. 모양이 흐트러져도 괜찮고 비뚤어져도 괜찮았습니다. 친구와 저는 말없이 집중했고 흙을 만지며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조급함이 느슨해지고 생각이 조용해지고 숨이 깊어졌습니다. 흙은 손끝으로 전해지는 위로였습니다.

강이 알려준 삶의 속도

저녁 무렵, 비는 그치고 낙동강 위로 빛이 퍼졌습니다. 강물은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목적지를 증명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위안이 되었습니다. “우리도 이렇게 흘러도 괜찮지 않을까.” 누군가의 속도에 맞추지 않아도 삶은 충분히 흘러갈 수 있다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하늘은 분홍빛으로 스며들고 산은 그림자가 되어 강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그 순간, 세상은 아주 조용히 아름다웠습니다.

해가 산 너머로 천천히 기울고, 숙소 안에 노을빛이 스며들 무렵 호스트가 정성껏 준비한 안동찜닭이 식탁 위에 올라왔어요. 윤기가 흐르는 간장빛 소스에 잘 배어든 닭고기와 감자, 당면이 김을 모락모락 올리며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맛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여행지에서 먹는 한 끼지만, 그 안에는 손님을 맞이하는 마음과 이 지역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의 생활 리듬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죠.


우리는 미리 챙겨 온 와인 한 병을 나눠 마셨어요. 와인의 깊은 향과 찜닭의 달 큰 짭짤한 맛이 의외로 잘 어울렸고, 그날 밤의 대화는 여행 정보가 아니라 삶의 기록에 가까웠습니다. 창밖으로는 어둠이 내려앉고, 멀리서 풀벌레 소리가 잔잔한 배경음악처럼 들렸어요. 시계는 어느새 자정을 훌쩍 넘겼지만,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죠. 도시에서는 늘 시간에 쫓겨 나누지 못했던 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밤은 단순히 맛있는 저녁을 먹은 시간이 아니라, 안동이라는 지역을 ‘머문 사람의 삶’으로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숙소를 제공하는 호스트가 아니라 자신의 일상과 시간을 나누어 준 이웃을 만난 느낌. 그래서 더욱 따뜻했고 오래 기억에 남았어요. 여행에서 가장 깊게 남는 순간은 풍경이 아니라, 이렇게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밤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그날 밤 우리는 여행을 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오래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살아 숨 쉬는 마을, 하회마을

다음 날 아침은 강빛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차 한 잔을 들고 바라본 물결이 오늘도 천천히 살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우리는 하회마을로 향했습니다. 전통공연의 북소리가 공기를 울리고 한옥 사이로 햇살이 흐르고 아이들의 웃음이 담장을 넘었습니다. 이곳은 전시된 마을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가는 공간이었습니다.

하회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병산서원을 향해 달렸어요. 병산서원에 들어서는 순간, 공간 전체가 숨을 고르는 듯 고요해졌어요. 낮은 담장 너머로 펼쳐진 널찍한 마당과 그 한가운데 서 있는 오래된 배롱나무들이 이곳의 시간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었죠. 초여름이라 배롱나무에 붉은 꽃은 아직 피지 않았지만, 반들반들하게 빛나는 줄기와 가지마다 수많은 초록 잎들이 달려 햇빛을 잘게 부수며 흔들리고 있었어요. 바람이 스칠 때마다 잎사귀 사이로 쏟아지는 빛의 파편들이 마치 자연이 만든 커튼처럼 마당 위에 내려앉았죠.

서원의 건물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풍경과 어우러지며 오히려 더 깊은 품격을 보여주더군요. 나무 기둥에 스며든 세월의 결, 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낙동강과 산자락의 흐름은 인간의 삶이 자연 속 한 장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준 시간이었습니다. 병산서원은 관광지가 아니라 ‘머무르며 생각하게 만드는 장소’였어요. 오래된 배롱나무 아래 서 있노라면, 공부와 수양이란 거창한 목표 이전에 이렇게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죠.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지금, 병산서원은 느리게 살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공간이었어요.

토락토닥에서 배운 것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많이 보지 않았고 멀리 가지도 않았습니다. 그 대신 깊게 쉬었습니다. 비가 알려준 고요, 흙이 전해준 위로, 강이 가르쳐준 느림, 마을이 보여준 삶... 토락토닥은 그 모든 감각을 이어주는 중심이었습니다. 자연이 사람을 돌보는 곳 토락토닥은 숙박과 체험, 휴식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공간입니다. 머무는 것만으로 몸과 마음이 천천히 돌아오는 여행. 쉼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를 공간이 되었습니다. “잘 쉰다는 건, 멀리 떠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일이다.” 토락토닥에서의 1박 2일은 그 말을 몸으로 이해한 시간이었습니다.

토락토닥 마당에 정원수 삼색버드나무
KakaoTalk_20260127_200109101_01.jpg
KakaoTalk_20260127_200314939_04.jpg
KakaoTalk_20260127_200314939_05.jpg
KakaoTalk_20260127_200433862.jpg

$ 주거로운 로컬생활 with 유진

이 매거진은 귀촌을 꿈꾸는 도시민들이 주거를 염두에 두고 지역을 탐색할 때 꼭 필요한 정보를 실제 귀촌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려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매거진의 편집자는 여가의 활용이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최선으로 생각하며 '슬기로운 여가생활'에 관심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자연과 만남이 가장 좋은 여가의 시작이 될 수 있어 도시민들과 지역의 연결을 촉진하는 다양한 컨설팅 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간이 주는 매력을 넘어 그 공간을 살뜰하게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데 중점을 둔 매거진입니다.


$ 편집자 노유진 주요 약력

-現 전직지원 강사/ 삼성전자 경력컨설팅센터
-現 컨설턴트/ 농촌 체험 관광상품 개발 컨설팅
-前 노는법 운영팀 팀장/ (주)바바그라운드
-前 중장년 관광일자리 PM/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 사장 표창장 (2020년)

-'모두의 팀장', '모두가 플레이어' 공동 저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동네사람처럼 살고 싶은 곳-자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