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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퍼 Jan 21. 2022

엄마의 쓸모

선택적 포기 목록 만들기

2022년도 벌써 20일이 지났다.

연초 보름간 리프레시 휴가를 보내면서 아래 세 가지 질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모처럼 가까운 지인들과 소중한 시간도 만들었다. 나를 돌아보고 지난 일 년을 돌아보는 시간 속에는 언제 만나도 행복하고 편한 사람들은 늘 뒷전이었다. 더구나 매일 만나는 유일한 가족인 열세 살 딸아이와 관계도 소홀한 채 급한 일로 시간을 채우며 지내 다.


왜, 지금 이 일을 하는가?

2018년 7월 처음 굿잡 5060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경제를 알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사회적기업 상상우리에서 3년째 일하고 있다. "신중년의 경험과 지혜가 시회혁신의 자원이 되도록 한다"라는 매력적인 소셜미션을 가진 회사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소셜미션을 이루기 위해 진심을 담아 부끄럽지 않게 일했다.


소셜미션은 매력적이었지만, 직장생활이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업무의 특성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율뿐 아니라 개별 고객과의 소통 업무도 포함돼 심리적 관여도가 높았고 제한된 시간 안에 처리할 업무가 매우 많았다. 지난해 4월부터는 사업규모가 큰 프로젝트 두 개를 동시에 담당했는데, 팀 내 리소스 부족으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상황도 종종 발생했다. 더구나 업무를 대충 넘기지 못하는 몹쓸 성향 때문에 밤낮으로 일은 내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녔고 극도의 피로감이 느껴지는 번아웃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느낀 피로감은 그렇다 치더라도.. 일상에서는 더 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열세 살은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가 분명한데.. 일에 치여 아이의 생활리듬이 다 깨져버린 상태를 뒤늦게 알아채서 수습하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게 돼 버렸다. 내 인생과 가족 안에서 고통의 시간이 시작돼 있었다. 나도 예민하고 지쳐있는 상태가 계속되니 아이와 소통에서 자꾸 빨간불이 켜졌다.




'조직의 성장을 이루는 조용한 힘'을 컴페션 경영이라고 한다. (이하 옮김 글)

고통은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도 예외는 없죠. 고통은 업무 과부하, 마감일과 실적 압박, 동료들과의 관계 문제, 인원 감축과 구조 조정, 권위적 업무 문화 등 직장 내의 문제로 비롯될 수 있고, 자신 혹은 가족 구성원의 질병이나 사고, 죽음, 가정의 불화, 경제적 어려움 등 업무 바깥에서 흘러들어오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고통을 간과하거나 무시하기 쉽습니다. 특히 ‘사적인 일은 집에다 두고 와야 한다’ ‘직장에서는 밝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 등의 낡은 관념이 조직문화에 뿌리 박혀 있을 때, 우리의 고통은 곪을 대로 곪아 기업에 크나큰 역량 손실을 초래합니다. 업무 집중력 저하, 근무 태만, 실수, 지각, 결근, 퇴사 등으로 이어져 심각한 성과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결국 기업의 최종 수익을 줄이고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불러옵니다.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고통뿐만 아니라 업무 바깥에서 발생한 고통까지 조직적으로 책임지는 활동이 ‘직장에서의 컴패션(Compassion at Work)’입니다.  


컴패션 활동은 고통을 완화하고 업무를 계속 진행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실질적인 행동입니다. 이는 고통에 대한 알아차림과 해석을 비롯해 공감적 관심을 바탕으로 행해지는 창조적인 활동인데요. 이러한 컴패션 활동에는 고통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업무 시간을 조정해주는 일, 업무 과부하로부터 누군가를 보호하고 계속 살피는 일, 고통을 덜어주는 자원들을 창출하는 일, 자원을 전달하는 의식들을 고안하는 일 등이 있습니다. 또한 여기에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 사생활을 지켜주는 것도 포함됩니다.     

[출처] #새책 :: 조직은 개인의 고통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컴패션 경영>|작성자 김영사




무엇을 이룰 것인가?

나는 스스로 컴패션 활동을 선택했고 회사에 주 3일 근로로 조정을 요청했다.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는 딸과 관계 개선이다. 아침밥은 꼭 챙겨주기, 저녁밥도 가급적 같이 먹기, 자기 전에 꼭 안아주기 이 세 가지를 꼭 지키고 있다. 그리고 주말은 무조건 딸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고 있다. 아이가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살펴보고 뭘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있다. 지난 주말엔 우유떡을 함께 만들었고, 이번 주엔 구름빵을 만들 계획이다. 일주일에 하루는 책을 쓰는 일에 집중하고 한 권에 책을 쓸 예정이다. 나머지 하루는 청년기업의 미래를 위해 조언하고 협력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올해는 월급여 40% 포기하기로 했다. 프로젝트는 하나만 집중하고 일을 줄일 예정이다.

주 5일 근로가 나에게 주 6일, 주 7일 근로를 유발해서 나는 주 3일 근로를 선택했다. 앞으로는 짧은 야근은 몰라도 주말에는 일하지 않기로 했다. 주말과 휴일은 건강한 시간들로 이미 계획을 잘 세워두었다. 주 3일 근로가 행여 주 4일, 주 5일을 유발하지 않도록 시간관리를 철저히 할 것이다.


나는 회사까지 1시간 30분 거리, 10시 출근이지만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원거리 통근을 하고 있다. 칼퇴근을 하고 집에 오더라도 저녁 8시고, 조금만 지체되면 9시나 10시에 집에 도착한다. 왕복 3시간 통근거리는 아침을 제대로 챙겨주기도 저녁을 같이 먹기도 난감한 환경이라 포기할 것은 과감하게 포기하기로 했다.


배고플 때만 필요한.. 엄마의 쓸모

그 엄마의 쓸모에 충실한 한 해를 보낼 계획이고 지금 이 시간이 내가 사수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중요한 시간은 때로 삶에 더 큰 가치를 돌려준다. 그러나 놓쳐버린 시간은 억만금이 있어도 살 수 없으니 오늘을 놓치고 후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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