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보다 더 어려 운 일은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실수는 알고도 놓친 상황이며, 실패는 최선을 다하고도 성공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경쟁 상대보다 실력이 부족해서 성공을 놓치는 경우다. 그래서 실수나 실패를 인 정하는 것은 그렇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알지 못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일, 정보와 지식의 높낮이를 공개하는 일이 팀장의 위치에서는 때로 부끄러운 일이 되기도 한다. 특히 팀장이 팀원 앞에서 약점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솔직하게 드 러내면훨씬 더 효과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나이가 많은 팀원과 함께 일하게 된다면 팀장의 경험과 판단의 미흡함을 진솔하게 털어놓고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빌리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약점 드러내기는 효율적 문제해결의 과정
팀장이라고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거나 모든 일을 해결해 낼 수는 없다. “내 머리로 안되는 일은 남의 머리를 빌려야 한다.” 는 기본적인 생각이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약점을 드러내는 일에 주저할 필요가 없다.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고 부담스러워서 누군가는 30분이면 끝낼 일을 3시간 넘게 끌어안고 있을 수 있다. 약점을 드러내는 일은 개인의 입장에서는 부끄러움을 이겨내는 차원이지만 팀의 입장에서 보면 더 나은 결과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직장이라는 업무적 관계에서 특히 같은 팀 내에서 약점 드러내기는 효율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한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시간을 절약해 주는 일이며 팀원과 신뢰를 쌓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줌(Zoom) 알, 줌 못으로 나누던 시절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업무환경으로 급격히 전환된 지난 3년의 시간은 한 때 줌(Zoom)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갈라 놓았고, 거의 매일 줌 회의를 개설하고 운영하다 보면 다양한 기능을 능숙하게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나누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비대면 환경에 적응이 어려웠던 J 팀장은 줌으로 하 는 회의에서 몹시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문서 공유를 직접 해 보 지 않고 회의에 참석했는데, 문서 공유 버튼을 찾는 데도 한참이나 걸렸을 뿐 아니라 공유할 자료를 찾지 못해서 회의에 참석한 사람 들을 한동안 기다리게 한 것이다. 실제 지체한 시간은 5분이내 였지만 혼이 쏙 빠질만큼 진땀나는 시간이었다. J 팀장은 회의를 마치고 팀원들과 모인 자리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저는 줌이 너무 무서워요.. 누가 저를 줌맹에서 탈출 시켜주실 건가요?” 그날 팀 막내인 S가 자원해서 줌에서 문서 공유 방법과 템플릿 사용법, 주석달기까지 다양한 기능을 아주 쉽게 가르쳐 주었다. 퇴근 후 치킨에 맥주 한잔을 하면서 업무 외적인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돈독한 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
코로나가 급격히 확산되어 전사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게 되었을 때 모든 팀장들은 매일 업무가 시작되는 10시에 맞춰 팀원들과 줌 회의를 통해 업무를 공유하고, 오후 6시 10분 전에는 다시 줌 회의를 소집해서 업무 마감 회의 후 결과를 보고해야 했다. 줌이나 구글 미트로 온라인 회의를 개설하고 문서를 공유하면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지금이야 일상화 된 일이지만 초기에는 제공받은 링크에 접속하는 것도 낯설었던 시절이 있었다. 코로나가 지속되자 고객에게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가 비대면 체제로 빠르게 전환되어야만 했다. 비대면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협업 툴 잔디(JANDI)의 전사 도입이 결정되었고, 내부 업무용으로 활용을 넘어 고객에게 제공되는 교육과정에도 도입되었다.
잔디(JANDI) 깔았더니 노션은(Notion) 또 뭐야?
연초 주간회의에서 경영진으로부터 올해부터는 회사가 제공하는 모든 프로젝트의 운영 시 노션(Notion)으로 운영 홈페이지를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청년 중심으로 이뤄진 타 사업부에서 노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고, 사실 의견이 아니라 지시사항이다. J팀장이 담당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는 5년간 지속되는 장기 프로젝트로 별도 도메인의 홈페이지로 운영하고 있어서 노션으로 운영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하는 이슈가 없었지만, 올해 새로 확정된 프로젝트는 노션으로 운영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하는 대상이 되었다. 경영진의 지시사항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걸 외주로 처리하자니 예산도 잡혀있지 않은 상태라서 결국 팀 내에서 누군가 해결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지체없이 팀 회의를 소집하고 다음과 같이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여러분 저는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정말 큰 편이에요. 사람들은 제가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니 생산성 도구에 능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생존형 스마트워커랍니다.구글 스프레드시트에서 검색 기능을 찾는데도 무진장 애를 먹었거든요.”
“오늘 주간회의 때 노션으로 프로젝트 별 홈페이지를 만들고 모든 과정을 관리하라는 대표님 지시가 참 부담스럽네요. 제가 노션 운영 페이지를 직접 만든다면 아마 우리 과업이 끝날 때쯤 완성될 것 같습니다. 우리 팀에서 누가 이 일을 제일 잘 할 수 있을까요?”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해처럼 포털사이트에 밴드를 개설해서 사후관리를 해야 할까요? 우리 팀 내에서 해결이 어려우면 노션을 잘 활용하는 사업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 같아요.” 이렇게 고민을 털어 놓았다.
해결사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팀에 새로 합류한 C는 며칠 뒤 노션으로 뚝딱 교육과정 운영 홈페이지를 개설해서 업무 공유 토픽 방에 올렸다. C의 주도적이고 빠른 업무처리에 대해 팀원들이 모두 모인 공식적인 자리에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C는 노션의 사용이 기록에도 용이하지만 본인이 담당해야 할 교육 운영 시 문자, 이메일 등을 좀 줄이고 싶어서 시작했다고 했다. 손이 빠르고 다양한 워크스페이스를 잘 활용하는 C가 있었기에 우리 팀은 다른 팀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노션으로 연간프로젝트 운영에 효율을 더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에 J 팀장이 솔직하게 털어 놓지 못하고 노션 홈페이지를 붙들고 끙끙 앓았다면 C의 강점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고, 대표의 지시를 뭉개는 팀장이 되었을 것이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을 훨씬 더 쉽게 해결하는 사람들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새로운 생산성 도구를 두려워하지 마라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노력도 필요하다. 생산성 앱이 본인에게 위협이나 손해를 입히는 것도 아닌데 처음 보는 낯선 환경 때문에 은연중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첫 경험이 어려울 뿐 조금만 사용해보면 누구나 쉽게 따라 하고 스마트워크를 실천할 수 있으므로 두려움을 이겨내 보자. 새로운 생산성 앱의 출현과 업무에 도입되는 것이 반갑지는 않겠지만 자주 사용하는 기능만이라도 선택적 학습을 통해 익숙해져야한다. 팀원이 알아서 만들었다고 해서 그저 몰라도 되는 일이라고 외면하지 말자는 얘기다. 사용하는게 쉽지 않을 때는 잘하는 멤버에게 술과 밥을 사주면서 라도 배워야 한다. 팀장 역할의 본질이 아닌 부분에서의 약점을 드러내는 일은 쉽게 용서가 되니 두려워 하지 마라.
팀장으로서 역할에 더 집중해야 한다
팀장의 역할은 1년간 사업을 계획하고, 목표를 성공적으로 완수 할 수 있게 관리해야 한다. 특히 매출을 만드는 사업부를 이끈다면 매출을 만들 때 영업이익을 꼼꼼히 따져서 적절한 이윤을 만들어 내는데 집중해야 한다. 팀원들의 영혼을 갈아 넣어야 이익이 생기는 구조가 아니라 즐겁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팀장의 중요한 역할인 것이다.
팀장은 당해 년도의 사업수주부터 예산집행권한, 팀원의 근태관리 등 중요한 의사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 J 팀장이 근무하는 회사의 프로젝트 사업부는 팀 별로 수주한 사업예산이 배정되면 인력의 확보 재배치 등의 권한도 팀장에게 주어진다. 팀내 신규 프로젝트가 유치되면 해당 프로젝트에 투입할 계약직원 선발 시 인사권이 여기에 해당한다. 물론 경영진의 최종 면접이 진행되기는 하지만 실무팀장 면접의 결과를 뒤집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예산 집행의 전결 권한도 실로 막중한 책임이다. 1년동안 사용하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운영 중 집행 항목의 전용 결정과 정산 가이드도 잘 챙겨야 한다.
사업을 운영하다 보면 중간중간 변수가 발생하기도 하고 타 부서와 리소스를 다투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팀 멤버들이 기존에 일하던 방식이 변화가 생긴다거나 팀 멤버가 교체 되는 등 변화를 감당해야 하는 주체가 팀원일 때는 더욱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피해야 한다. 이는 팀장 스스로 판단 능력의 약점을 드러내서 보다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함이다.
판단 능력의 약점 드러내기
경영진과 의사소통 시에도 팀에 새롭게 부여 받은 업무나 지시 사항에 대해 대응하는 방법을 혼자 결정하는 것은 금물이다. 팀장이 독단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게 되면 팀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도 어렵고 더 큰 문제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때문이다. 필자는 이를 판단 능력의 약점 드러내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경영진에서 갑자기 다른 팀에서 담당하는 실무를 우리 팀 멤버에게 업무배정을 검토해 달라는 상황이라고 할 때 여러분이 팀장이라면 팀원들과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 것인가?
1)경영진에서 신규 프로젝트의 일부 업무를 저희 팀 구성원이 담당해 달라는 요청이 있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한다고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2)경영진에서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의 일부 업무를 저희팀의 A, B, C 매니저님들의 업무 노하우가 뛰어나니 하나의 케이스만 맡아달라는 요청이 있습니다. 지금 맡고 계신 업무도 과중한 상태라 거절 하려고 합니다. 무리가 되지않는 선에서 거절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3)경영진에서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의 일부 업무를 저희팀의 A, B, C 매니저님들의 업무 노하우가 뛰어나니 하나의 케이스만 맡아달라는 요청이 있습니다. 이미 다른 팀에 배정된 프로젝트고 업무담당자가 있는 일인데요. 우리 팀에서 업무에 참여하는 게 맞을까요? 그리고 하나의 케이스만 처리해주는 것으로 업무 정리가 가능하실 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1)과 2)는 이미 결론이 포함된 접근이다. 3)의 경우가 팀장이 판단을 유보하고 구성원의 의견을 듣겠다는 내용의 접근이다. 실제 구성원의 진솔한 의견을 받아내려면 내 판단을 앞세우지 않고 맥락을 잘 설명해야 한다. 실무를 처리해야하는 담당자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영진의 요구대로 정말 하나의 케이스만 지원하는 단기 업무로 가능한지? 실무자의 의견을 듣고 결정 해야한다.
그밖에도 프로젝트의 운영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할 경우에는 항상 개별 면담을 통해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내 판단과 구성원들의 의견이 다를 경우 재고하거나 조정 의견을 만들어서 대표에게 보고했다. 이 또한 내 판단의 약점을 구성원들에게 드러내는 방법이고 더 합리적인 문제해결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