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반려견 ‘쵸파’의 이야기
나에겐 애지중지 돌봐온 반려견이 있다. 이름은 쵸파, 나이는 이제 3살이다 (사람의 나이로는 나와 비슷한 2030니까 내가 누나이지 뭐). 요즘 부쩍 사춘기를 겪고 있는지 예전보다 더 츤데레가 되었다. 다른 강아지들처럼 핥거나 쫒아다니지 않는다. 집에 들어오면 방방 뛰면서 반겨주다가도 무심하게, 도도하게 앉아 나를 바라본다. 이렇게 무심한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가끔은 서운함이 생기기도 한다. 존재 자체가 매력인 이 아이는 우리 가족과 3년째 동거동락 중이다.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은 인연
강아지를 입양할 마음이 원래는 없었다. 난 혼자 자취를 하고 있었고, 매일 장시간 집을 비워야 했기에 강아지를 키우는 건 내 욕심이라 늘 생각했다. 어느 날 강아지 무리에서 쵸파의 사진을 보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입양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상하게 쵸파 얼굴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고, 그 다음 날 쵸파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이름을 ‘쵸파’로 지었다. 산책을 하다보면 사람들이 종종 이름이 왜 ‘쵸파’냐고 묻는다. 큰 이유는 없다. 원피스 만화에 나오는 ‘쵸파’가 연상되어 그렇게 지었을 뿐 (아이러니하게도 필자는 원피스를 본 적이 없다).
나도 모든 게 처음이어서
분양되어 올 당시 쵸파는 피부병을 심하게 앓고 있었다. 눈물을 계속 흘리고 있었고 피부 습진으로 인해 코주변 털이 다 빠진 상태였다. 약과 연고를 몇 시간 단위로 발라주고, 주기적으로 병원 진료를 다닌 지 몇 주만에 눈물이 멈추고 새로운 털이 나기 시작했다. 예쁜 얼굴에 흠집이 생기면 어쩌나 맘고생했는데 새로운 털이 자랄 때 참 기뻤던 기억이 있다. 어느 날은 갑자기 발작을 해 새벽에 쵸파를 안고 병원으로 달려갔던 적도 있다. 한 겨울 추운 새벽에 쵸파를 안고 택시를 기다리는데, 모든 택시가 승차거부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느꼈다 “말이라도 할 줄 알면 참 좋을 텐데...내가 뭘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서 더 속상하네...” 모든 검사 결과 별 이상은 없다고 했지만, 2-3일 쵸파의 상태를 옆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게 내가 보호자로서 할 수 있던 최선의 행동이었다.
쵸파가 어느정도 클 때까지 가방에 넣어 출퇴근을 함께했다. 출퇴근을 함께 못할 경우, 점심시간마다 집에 가서 점심을 만들어 주고 30-40분 산책을 한 뒤 다시 복귀하곤 했다. 회사가 아니라 연구실이어서, 연구실 근처에 자취를 해서,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강아지를 좋아해서 가능했던 일이다. 회식이 있거나 야근이 있을 때면 가족들이 쵸파를 돌보러 자취하는 집에 왔다. 나중엔, 미혼인 고모를 꼬셔서 함께 자취를 시작했고, 고모는 쵸파의 영원한 집사가 되었다. 강아지와 함께 동거동락하는 게 처음이었던 우리 가족은 모두가 고군분투하며 쵸파를 애지중지 키웠다. 모든 게 새로워 힘들었지만, 쵸파는 웃음기 없던 우리 집의 일상에 활력과 웃음을 찾게 해 준 크리스마스의 선물 같은 아이다.
우리 아빠와 사랑에 빠진 아이
우리 아빠는 애완동물이라면 질색을 하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빠였다. 어렸을 때부터 나와 동생은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지만, 아빠와 엄마의 반대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 자취를 시작한 내가 엄빠의 허락 없이 쵸파를 입양해 온 날, 아빠는 한숨을 푹 쉬며 내 철없는 행동을 비난했다. 생각해보면 강아지가 싫었던 게 아니라, 내가 일하는 동안 집에 혼자 남겨질 쵸파를 걱정해서 더 반대했던 것 같다. 내가 아는 아빠는 정이 많지만 매우 합리적인 사람이다. 가족은 닮는다고 하지 않던가, 아빠와 쵸파는 둘 다 ‘츤데레’라는 공통점이 있다.
쵸파, 아프지말고 행복하개
아빠에겐 쵸파가 또 다른 자식농사인 것 같다. 주말에 집에 가면, 아빠는 늘 “얘 때문에 죽겠다”며 투덜거린다 (그러나,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말이다). 쵸파 육아를 담당하고 있는 아빠는 매일 새벽 5:50분에 일어나 산책을 시킨다고 한다. 아빠는 출근 전과 퇴근 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쵸파의 산책을 책임지고 있다. 참 책임감이 강하다. 요즘은 샵에 가서 미용하면 쵸파가 스트레스 받는다며, 애견용 이발기와 가위로 셀프 애견미용을 터득하고 있다. 당연히 비용이 아깝다는 말을 먼저 하긴 했지만, 쵸파의 안위가 우선이었다는 걸 아빠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이번 주말에는 쵸파의 엉덩이를 다듬어 줬다고 자랑했다. 예쁘게 잘랐다는 가족들의 평가에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하고. 내가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단짝이 된 것 같아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