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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트) 5징어, My Lucky Charm

by 유진Jang

(대학로에 있는 바, 초여름 저녁. 노라 존스의 “Don’t Know Why”가 흐른다.)


성민: 주희 씨는 그럼, 언제부터 연극에 관심이 있었어요?


성민, 기네스 드라우트를 한 모금 들이킨다.


주희: 어릴 때 교회 다니면서 연극이란 연극은 다 해봤어요. 크리스마스, 부활절, 여름성경학교까지.

그게 너무 재밌어서, 결국 전공까지 하게 됐죠.

지지난주에 막 공연 하나 끝냈어요.

성민: 지지난주요? 아쉽네요. 조금만 더 일찍 서울 왔으면 주희 씨 무대도 볼 수 있었을 텐데.

주희: 그러게요. 그런데 연극 좋아하시나 봐요?

성민: ‘Course I love theater. I live in New York City. 연극의 메카잖아요. 가끔 운 좋으면 유명 배우 나오는 브로드웨이 작품도 싸게 볼 수 있어요. It's awesome.

주희: 부럽네요. 저도 언젠가 꼭 뉴욕 가서 연극 한 편 보고 싶어요. 주희, 와인잔을 천천히 돌린다.

성민: 오늘 만남이 잘 되면, 그 꿈 좀 앞당겨질 수도 있겠는데요?So keep on dreaming.

주희: 후배한테 들었는데, 뉴욕에서 식당 하신다고요?

성민: 네, 맨해튼 32번가에 있어요. 마른오징어 구이 전문점이죠. 하루에 한 200마리쯤 바싹 구워 버립니다. 그렇게 불 앞에서 땀 흘리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가요. It's awesome.

주희: 오징어요? 미국 사람들 그런 냄새 싫어한다던데요?

성민: 작년 한 해만 6번 체포됐어요. 뉴욕 경찰이 그러더라고요, 냄새 때문에 누굴 체포한 건 처음이라고. (사이) 전 잡혀 갈 때마다 경찰차 안에서 애국가 2절, 4절 부릅니다. 특정 냄새에 대한 차별도 엄연히 차별이에요. 성차별, 인종차별, 이민자 차별, 종교 차별, 그리고 ‘냄새 차별’. 이 다섯 차별당장 사라져야 합니다.

주희: 하하, 듣다 보니 왠지 설득당한 기분인데요?

그래도 장사가 잘 된다니 다행이에요.

성민: 감사합니다. (사이) 원래 저희 식당 바로 위층에 변호사 사무실이 있었는데, 오징어 냄새 참겠다고 나가버렸어요. 그래서 건물주가 그 자리를 저한테 줬죠. 이제 2층엔 청국장 전문점 차릴 겁니다. 그럼 3층 치과도 곧 나가겠죠? 이렇게 한 층씩 올라가다 보면, 5층짜리 건물 통째로 접수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You know it's inevitable.

주희: 이야기를 듣다 보니 배가 고파지네요.

성민: 뭐 먹고 싶어요? 제가 맛있는 걸로 쏠게요.

주희: 오징어.. 오징어덮밥이 당기는데요.


주희, 웃으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긴다.


성민: 오징어덮밥이라... Why not?여긴 대학로니까, 저녁 먹고 연극 한 편 보면 금상첨화겠네요?

주희: 좋은 플랜이네요.


성민이 맥주잔을 단숨에 비우고 웃으며 생각한다.

Squid... You're my lucky charm. 뉴욕에서도 서울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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