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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트) 죽여주세요. 살려주세요. 도로 죽여주세요

by 유진Jang

그녀는 허구한 날 자신을 못살게 구는 직장상사 K가 너무나 미웠다. 어찌나 미웠던지, K가 죽어버리길, 그에게 괴롭힘을 당한 날수만큼이나 기원을 했다. 그러다가 정말로 K가 퇴근하다 뚜껑이 열린 맨홀에 빠짐과 동시에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직장동료와 세브란스 병원을 찾은 그녀는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K와 그의 가족을 보자, 그동안 자신이 K가 죽기를 바랐단 걸 후회하고 뉘우치게 되었다. 그날 밤 그녀는 카스와 테라를 7대3 비율로 섞은, 일명 카스테라를 두 병 마신 뒤, K가 제발 깨어나게 해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 그러다가 정말로 꼭 석 달 만에 K가 기적처럼 의식을 되찾게 되었다. 다시 살아난 K는 전보다 8배는 더 악한 사람이 되어 회사로 복귀했다. K는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동아시아에선 보기 힘든 11가지 새로운 방법을 동원해 그녀를 괴롭히고 또 괴롭혔다. 그녀는 그날부터 눈물을 흘리며 또다시 기도를 시작했다. 이번엔 맨홀이 아니라 블랙홀에 빠져 K가 영원히 사라지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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