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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트) 데니스 로드맨은 잘못 없다

by 유진Jang

글렌뷰 한인 연합 침례교회. 최민혁이 속해있는 에클레시아. 주일 2부 예배 후 점심시간. 이 시간엔 주로 박 집사가 벤츠를 일시불로 샀다든지, 이장로가 노스쇼어에 있는 집을 현찰로 매입했다든지 하는 식의 대화가 주로 오갔다.

"BMW, 내가 얘 타는 즐거움에 엔도르핀이 오장육부에 돌면서 육 년 전 잃어버린 삶의 목적을 되찾았잖아. 너무 좋아 돌아버리겠어." 지난달 산 차 자랑에 열을 올리는 최민혁.

"솔직히 BMW는 한물간 브랜드 아닌가. 디자인도 유치하고." 왕 집사는 빈정대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BMW가 한물간 차라니. 무슨 데니스 로드맨 지르박 스텝 밟는 소릴 하고 있어. 오히려 렉서스가 개뿔도 아닌 일본 차 주제에 유러피언 흉내 낸 거지." 왕 씨의 렉서스를 역으로 조롱한 후 최민혁은 우롱차를 마셨다.

두 사람 사이로 십만 볼트 고압 전류가 순간적으로 흘렀다.

그러자 한쪽 눈이 한쪽 벽으로 돌아간 고집사가 금제 했다. "자자 그놈의 차 얘긴 그만하고, 고국 얘기나 하자고. 어때? 다음엔 누가 당선될 것 같아?"

"누가 되든 한국은 끝났어. 가망 없다고. 전부 다 사색잡놈들밖엔 없더구먼." 분이 덜 풀린 듯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왕 씨가 말했다.

"무슨 데니스 로드맨 밀양아리랑 부르는 소릴 하고 있어? 왜 한국이 가망이 없어? 희망이 넘치는 곳이지. 오히려 미국이 희망이 없지. 진짜 잡것들은 모두 여기서 살고 있더구먼." 왕 씨에 맞서 자기 비하도 불사하는 최민혁.


그는 처음부터 왕 씨가 싫었다. WANG. 그의 라스트네임마저 꺼림칙하다 여기며 왕 씨를 와바시 애비뉴에서 길 잃은 중국집 배달부쯤으로 치부했다. 고집사는 아무 말로 못 하고 알래스카의 1월처럼 차가운 보리차를 꿀꺽꿀꺽 들이켰다. 왕 씨는 탁자를 나무젓가락으로 탁탁 치며 최민혁을 질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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