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센티미터에 근육질 체형의 흑인여자가 Michigan Wig Store 안에서 소란을 피운다. 가게 주인이 가느다랗게 째진 쌀눈으로 자기를 도둑 보듯이 째려봤단다. 자기 피부색이 어둠에 속했기 때문이란다.
명백한 인종차별. 그래서 흑인여자는 오늘도 외친다. Black Lives Matter!
블론드 가발을 쓴 흑인여자. 그녀의
팔뚝에는 말발굽 문신이 박혀 있다.
그녀는 노새처럼 울부짖으며 메기 냄새가 섞인 비릿한 욕설을 공기 중에 쏟아낸다.
헤르메스의 배설물이 미립자가 되어 공중을 맴돌자 다른 흑인 손님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피부색 = 영혼이다.
흑인여자는 앞다리를 들이밀며 경고성 행동을 취한다.
카운터에 있는 160센티미터에 깡마른 한국여자는 침을 꼴깍 삼킨다.
적개심이 신물을 내며 그녀의 식도를 타고 역류한다.
그어억 제발 날 자극하지 마 그어억, 내 안에 작년 여름 서울에서 먹은 개 있다.
한국여자도 분노하고 싶다.
함께 짖어대고 함께 여리고성처럼 와르르 무너지고 싶다.
그러나 현장의 현실은 블랙 5, 옐로 1.
그녀는 색각이상자가 아니며 숫자도 셀 줄 안다.
차라리 한국여자는 웃어 보이기로 한다.
어젯밤 계발한 잇몸만 보이는 바삭한 웃음을 세상에 선보인다.
들숨을 들이쉬고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고 날뛰는 들개를 들판에 묻는다.
매장 안의 공기가 서늘하게 식는다.
눈빛이 누그러지고 두 여자의 영혼은 시나브로 회색으로 바뀐다.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2월의 미시간 하늘처럼.
차갑고 평평하고 불확실한,
보라, 저것은 검지도 노랗지도 않다.
그저 회색일 뿐이다.
결국 두 강물 사이로 돋아난 날개는 외침을 달고 도약한다.
Gray Lives Ma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