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 구름 낀 하늘.
민식과 영철 그리고 성훈과 기태가 압구정동에 있는 Kaffe Nato에 앉아 있었다. 빌리 홀리데이의 "All of Me"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All of me Why not take all of me?Can't you seeI'm no good without you? Take my lips I want to lose them
“저기 앉아있는 저 여자애들 말이다...” 민식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누구?” 영철이 고개를 돌렸다.
구석 테이블에 앉아 있는 세 명의 여자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와우, 어떻게 저렇게 생길 수가 있지."
영철의 입을 쩍 벌리고 감탄했다.
"하늘색 UCLA 티셔츠 입은 애, 쟨 완전히 인형이네. (사이) 그나저나 성악설이 맞긴 맞나 보네... 어떻게 7초도 안돼 이런 상상이...” 기태가 탄식하며 말했다.
“무슨 분별력이 있다고 니가 그런 말을 해. UCLA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놈이.” 성훈이 킬킬거리며 말했다.
“내 직감 믿지? 이쪽을 슬쩍슬쩍 보는 게 우리랑 얘기하고 싶어서 안달 난 것 같다.” 민식이 말한 다음 머그잔을 들었다.
“탤런트처럼 생긴 애들이 왜 우리랑..." 기태가 중얼거리며 말했다.
“이거 또 재수 없게 시작도 하기 전에 초 치는구먼. 원래 외모가 뛰어난 여자들은 자기한텐 없는 다른 뭔가를 가진 남자들을 원한다고.” 민식이 말했다.
“예를 들면?” 영철이 물었다.
“유머감각, 지성, 경제력.” 민식이 말했다.
“우리한텐 뭐가 있지?” 성훈이 물었다.
“유머감각이야 두말하면 잔소리고, 지성은 이원복의 먼 나라 이웃나라와 성문종합영어로 제대로 다져졌고, 경제력이야 로또 맞으면 생기는 거고. 암튼 우리 중 아무나 가서 쟤네 그냥 데리고 오면 돼.” 민식이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심심한 데 가보자 그럼...” 성훈이 말했다.
“누가 가지?” 기태가 툭 튀어나온 눈을 굴리며 물었다.
“가위 바위 보로 정하자.” 영철이 말했다.
“좋은 생각이다.” 민식이 웃으며 말했다.
가위 바위 보. 민식, 영철, 성훈이 주먹을 내고 기태가 가위를 냈다.
“내가 걸렸네... 근데 가서 뭐라고 하지..?” 기태가 초조한 듯 혀를 날름거렸다.
“일단 가서 Hi,라고 영어로 인사해. 그런 다음 저희랑 조인해서 익사이팅한 타임 보내시죠,라고 말해. 여기서 중요한 건 네가 아는 영어단어를 총동원해야 한다는 거야. 압구정동에선 잉글리시로 말해야 먹힌다고.” 민식이 말했다.
“무슨 일 하냐면 뭐라고 하지?” 기태가 다시 물었다.
“나중에 그리스식 유머였다고 하면 되니까, 일단은 세게 나가. 미국 MIT에서 전기공학 공부하고 있다고 해. 너, 니네 아버지께서 하시는 마덕전파사에서 고장 난 라디오 및 텔레비전, 전기밥솥도 좀 만졌잖아. 그럼 그게 전기공학도이지.” 영철이 말했다.
그의 말에 성훈이 배를 잡고 웃었다. 기태가 오렌지주스를 벌컥거리고 마신 후 일어났다. 그는 쭈뼛거리며 여자들 테이블로 걸어갔다.
“Hi... 저 괜찮다면... 조인해서 해.. 해피 타임.. 투게더 메이비 오버데어 보.. 보내심이... 저는 미국 MIT에서 전... 전파사를...” 기태가 심하게 더듬거리며 말했다.
“Excuse me, what did you say?" UCLA 티셔츠가 원어민 발음으로 말했다.
“예? 키스해 주면 왁스를 싸게 준다고요? 대체 그게 무슨...” 기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세 여자가 동시에 그를 국제미아 보듯 쳐다봤다.
“저이씨... 나가자.” 사태를 확인한 영철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