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 MBC 권투 신인왕전

by 유진Jang

배경음악: Le régiment de Sambre et Meuse


MBC 아나운서: 전국에 계신 빡씽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족발집으로 유명한 장충동에 위치한 장충체육관입니다. 날씨도 화창한 토요일 오후, 어디 싸돌아다니지 않고, 문화방송을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권투중계를 맡은 권태기입니다. 저희 MBC가 침체된 빡씽의 새로운 중흥을 위해 야심 차게 마련한 “제39회 MBC 권투 신인왕전”, 오늘 해설은 탈장수술받고 집에서 5개월간 누워 있다가 나오신 오장춘 해설위원께서 맡아주셨습니다. (오장춘에게)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어떻게 장은 괜찮으신가요?

오장춘: 네. 거의 바닥에 닿을 뻔했는데, 잘 말아 올렸습니다. 여기 올 때 3017번 버스 타고 왔는데, 버스가 엄청 흔들려서 내심 불안했습니다. 버스기사가 제가 존경하는 정치인을 닮으셨더라고요. 앞만 보고 질주하는 게. 암튼 해설을 맡겨주신 공영방송 KBS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권태기: 여기... MBC인데요...

오장춘: 아이고. 제가 큰 실수를 했네요. MBC 문화방송국, 감사드립니다. (자기 자신에게) 실수하지 마. 이게 마지막이야. 마지막! (사이) 아무튼 오늘 시합 참 흥미로운 경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이번 대회 경기 룰을 알고 깜짝 놀랐고, 또 심히 떨렸습니다. 이런 경기는 난생처음이라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권태기(자연스럽게 바통을 이어받아): 아무래도 그렇죠. 총 9라운드 경기로 펼쳐지는 이번 대회.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진 권투로, 4라운드부터 6라운드까지는 그레꼬로망 레슬링, 그리고 7라운드부터 마지막 9라운드까지는 프리스타일로 경기를 하죠. 프리스타일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오장춘: 뭐.. 길바닥 싸움입니다. 발로 차고 머리로 받고 다 되는 데, 단 물어뜯으면 안 됩니다. (사이) 그나저나 어제는 선수들이 라운드 계산을 잘못해 엉망이 됐다면서요.

권태기: 네... 4라운드가 시작됐는데, 한 선수가 여전히 권투인 줄 알고, 빠떼루 자세로 엎드려 있는 상대방 선수를 뒤에서 냅다 후린 겁니다. 맞은 선수는 그대로 기절해뿌렀죠. 10분 후 깨어난 선수는 아무 이유 없이 엎드려 있다 맞았다고, 서울중부경찰서에 때린 선수를 신고했습니다. 때린 선수가 맞은 선수를 찾아가 울고불고 밤새 매달려, 오늘 아침에야 사백에 합의했다고 SNS에 올렸더라고요. 암튼 이런 불상사가 다신 일어나지 않도록 양측 트레이너들이 정확하게 라운드를 세줘야 합니다. (사이) 말씀드리는 사이, 오늘 첫 경기를 펼칠 라이트급 선수들이 링에 입장했습니다. 자, 그럼 링아나운서의 소개를 들어보죠.


링아나운서(마이크를 잡고 큰 목소리로): 홍코너... 체중 53킬로그램... 이상형 배우 김다미, 별명 내발산동 네발낙지, 전직 중국집철가방, 현직 대리운전수, 12전 4승 4무 4패... 계... 룡산!!


계룡산, 섀도 모션을 취하며 링중앙으로 가 인사를 한다.


오장춘: 계룡산 선수, 저 선수는 말이죠. 눈빛이 상당히 흐린 선수로 유명합니다. 저거 보세요, 눈 풀린 거. 마카오에서 들여온 무슨 드링크를 드링킹 한다는 소문이 있어요...

권태기: 말씀을 듣고 보니 그렇군요. 눈이 게슴츠레한 게 제대로 풀려버렸네요...


링아나운서: 청코너... 체중 52킬로그램... 이상형 송혜교, 별명 스티브 잡놈, 전직 무직 현직 무직, 11전 5승 2무 4패... 이...발관!!!


오장춘: 저 선수는 말이죠. 이름을 이용원에서 이발관으로 개명한 뒤 보기 민망할 정도로 퇴폐적인 짓을 잘합니다. 다운된 선수 앞에서 허릴 돌리면서 약을 올리는, 매너가 아주 형편없어요. 저것 보세요. 오늘은 경기 시작 전인데도 저러네요.

권태기: 아.. 벨리댄서도 아니고 저렇게 빨리 허릴 돌리네요... (사이) 암튼 두 선수, 오늘 멋진 경기 기대합니다...


말씀드리는 사이, 제1라운드, 공 울렸습니다. (사이) 계룡산, 잽, 잽, 잽을 툭툭 날리며 인사이드로 파고듭니다. 이발관, 가드를 내리고 허릴 돌립니다. 상대선수를 자극하는 작전인가요... 아, 다운! 경기 시작하자마자 이발관 다운! 허리 돌리다 복부에 라이트훅 그냥 쌔려 맞고 링을 구르네요. (사이) 아... 저건 또 뭔가요... 이발관 선수, 누워서 배를 잡고 큰소리로 웃습니다. (사이) Three, Four, Five, 이.. 용원... 아니, 이발관 선수... 누운 채 주심하고 같이 카운트를 세고 있습니다! (사이) 아... 이럼 어처구니없는 경기는 처음 봅니다... (사이) 빠... 빡씽팬 여...러분... 오늘도 어째... 무척이나 황당한 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부디 저희와 끝까지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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