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한 얼굴로 정동길 하늘을 올려다보는
프란치스코회 신부를 D가 바라본다.
눈이 내릴 듯 말 듯 눈물이 날 듯 말 듯한 오후.
일찍 켜진 네온불빛은 웅얼거리는
고해성사들로 거릴 물들이고 있다.
D는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를 들으며 걷는다—
왕국과 몰락 그리고 폐허를 계시로 착각한 인간들의 노래.
예루살렘의 종소리.
로마 기병대의 성가대.
나의 거울, 칼, 방패가 되어줘—
믿음을 지나쳐버린 자의 기도.
청계천을 건너 을지로 쪽으로 향한다.
고대하던 진눈깨비가 떨어진다—
보이지 않는 손이 흘린 소금 알갱이처럼.
눈송이는 입술 위에서 녹고
맛은 엔트로피의 기억을 불러낸다.
그래서 그는 진정 그와 함께 죽었을까.
그래서 그는 진정 행복한 사나이가 되었을까.
장교빌딩을 지나 명동으로 접어든다.
성당의 첨탑은 뼛속까지 희어지고,
십자가는 두터워진 눈 속으로 신속히 사라진다.
불빛은 점점 밝아진다—
마치 이 도시가 자신을 기억하려는 듯
혹은 타인을 잊으려는 듯.
이제 모든 것이 확실해진다.
D는 더 이상 이유를 묻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