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의 재채기

by 유진Jang

도서관에 반납할 책을 들고 M이 집을 나섰다.

책의 무게는 가벼웠지만,

그만큼 하루의 균형이 살짝 기울었다.


하늘에는 구름의

정리되지 못한 묵상이 흩어져 있었고,

바람은 제 방향을 잃은 채

행인들의 얼굴을 더듬었다.


한 남자가 앞서 걸으며

담배를 피웠다.

그의 한숨은 차라리

시체를 대신해 숨 쉬는 또 다른 생명체였다.


연기가 M의 코끝에 닿았다.

회색의 짐승이

그의 얼굴을 기웃거렸다.


M은 남자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김연경의 스파이크처럼, 정확하고 강력하게.

물론,

그의 상상 속에서만.


혜회동 로터리의 공기가 다마스쿠스의

그것으로 변화했다.

길바닥에서

썩은 냄새가, 거룩한 듯 흉측한 향이 피어올랐다.

매년 이맘때

대학로는 은행 열매를 희생물로 제사를 지낸다.


(어딘가에서 프루스트가 재채기를 한다)


그때 그녀가 나타났다.

미모의 고등학교 불어 선생님,

아름다움을 문법으로 굴절시키던 사람.

Es-tu vraiment celui qu'il me faut?


그녀는 미소 지으며 M을 불렀고,

친절한 말을 건넸다.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는

다른 시대의 저녁 식사가,

다른 사람의 꿈이 썩어가고 있었다.


M은 교실과 세월의 경계 위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외쳤다.

“지금 선생님 입에서는 절대로

나서는 안 되는 냄새가 나고 있습니다!”

물론, 상상 속에서.

그러나 어쩌면

상상이야말로 가장 진실한 나라일지도 모른다.


M은 깨달았다.

냄새에도 윤리적 나침반이 있다는 것을.


그 이후로 그는 이렇게 바란다.

메시아의 손끝에

조용히 남을 만한 향기로,

의로운 향기로 살고 싶다.


바빙크의 책을 반납했

계절은 M을 용서했다.

골목 끝, 이마트 7번 통로.

구원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페브리즈와 리스테린,

두 병의 작은 구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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