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랭한 호수 속으로 떨어진 금요일 저녁.
홍대입구 9번 출구에서 70미터 떨어진 스타벅스.
네온빛과 커피 향이 뒤엉켜
공기가 출렁인다.
스피커에서 존 레넌의 노래가 삐져나오고,
벽과 테이블, 천장이 동시에 흔들린다.
시간은 H의 머그잔 속에서 부서지고
공간은 숨결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한다.
M의 목소리가 공중에서 부풀어 오른다.
오늘은 몇 개의 구슬을 가지고 왔나?
테이블 위,
구슬 열한 개가 은빛 안개를 품고 떠 있다.
H의 손길이 닿자
작은 별들이 폭발하며
공중으로 흩뿌려진다.
C.S. 루이스의 것 여섯 개,
칼빈의 것 셋,
본회퍼의 것 둘.
구슬들은 숨 쉬며
H의 마음을 훑고,
시공간의 틈새로 빠져나가려 한다.
H가 화장실로 사라지자,
M은 장난처럼
구슬 세 개를 삼킨다.
주머니 속에서 구슬이 빛을 내며
몸을 꿈틀거린다.
돌아온 H는 바닥을 기어 다니며
잃어버린 별들을 찾아 허공을 헤맨다.
M은 조소와 죄책감 사이에서
중력을 거슬러 떠돈다.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M.
길 건너 H가 절뚝거리며 걷는다.
그의 다리는 시간과 부딪히며 삐걱거리고,
구슬과 빛은 은하수의 입안에서 폭발하며
공중을 뒤흔든다.
우롱과 명언과 향연과 커피 향,
사람들의 숨결이
모두 뒤섞여 마음속에서 파문을 만든다.
기도가 M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다.
“헤세드와 에메트의 야훼이시여,
그와 나,
우리 모두를 긍휼히 여기소서.”
M의 손끝에서 퍼지는 온기가
공간을 구부리고,
시간을 잠시 멈추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지운다.
구슬들은 스스로 튕겨 올라
천장을 스치고,
벽과 공기 속에서 폭발하며
은하로 흩뿌려진다.
H의 절뚝거림,
감정이란 유희,
M의 손끝,
모두 서로를 관통하며
세상은 단순한 사물의 집합이 아니라
빛과 죄, 은혜, 기도가 뒤엉킨
하나의 초월적 장막이 된다.
그리고 그들은 그 장막 속에서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고,
숨을 쉬며,
빛과 구슬, 시간의 파문 속에서
그라티아를 체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