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드라마 I

by 유진Jang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입안에서 아메리카노가 녹아내리며

검은 구멍이 생겼다.

구멍은 커져서

P의 식도와 기도를 삼키고,

폐와 심장을 삼키고,

테이블 위의 노트까지

쑤욱 빨아들였다.


노트는 구멍 속에서 펄럭이며

감천마을의 옥탑방으로 변했다.

작은 방, 세 명의 청년들이

원단 한 필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얼굴을 베끼고 있었다.

한 사람이 웃으면

웃음 파편은 실이 되어

다른 두 명의 입술을 꿰맸다.

그래서 셋은 동시에 웃었고,

웃음이 터질 때마다

천장에서 천장이 한 장씩 떨어져 나갔다.

분리된 벽지는

바닥에 쌓여

또 다른 청년들이 사는 옥탑방이 되었다.


P는 잔을 내려놓았다.

텅 비어 있었지만

그 안에서는 점멸하는 가로등 백여 개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가로등 하나가 잔을 빠져나와

P의 손등 위에 내려앉았다.

따뜻했다.

등불은 그의 손끝을 따라 올라가

글을 남겼다.


“웃음이 새는 것은

옥탑방이 아니라

우리들이다.”


펜으로 문장을 완성했고

이층 커피숍 전체

반질거리는 원단이 되었다.

검은 에이프런을 두른 여자가

커다란 망치로

청년들을 두들겨 패고 있었다.

맞는 소리가

삐거덕, 삐거덕

해골 소리처럼 울렸다.


P는 떨어진 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다.

조각 표면에 그가 비추었다.

또 다른 조각을 들었을 때도

그가 보였다.

무한히 반복되는 자아들 사이로

옥탑방이 떠다녔다.

옥탑방은

웃음이 아니라

구멍이었다. 구멍 속에서

세 명의 젊은이는

서로를 꿰매고 있었다.

실은 사실 그들의 웃음이었고,

바늘은 바로 그들의 비늘이었다.


P는 남은 음료를

구멍 속에 모두 부어버렸다.

끈적이는 액체가

옥탑방을 가득 채우자

방이 둥둥 떠올랐다.

떠오른 방은

머리 위로 내려앉아

야구모자가 되었다.

P는 자이언츠 모자를 쓰고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은

그의 발바닥 아래서

킬킬킬 소리를 내며

도플러의 귓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P는

텅 빈 커피숍 한가운데

혼자 남아 있었다.

손에는 아직 미온인

한 줌의 웃음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이내

손가락 사이로

스르륵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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