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드라마 II

by 유진Jang

옥탑방 문이 열린다.
낭만이 먼저 들어와
전등의 멱살을 잡고 흔든다.

발밑에서 튀어 오른 그림자—
야구공이 아니라
단단한 침묵의 핵.
천장에 부딪히며
눈꺼풀을 두 번 깜빡이게 한다.

천장은 갑자기 낮아져
지하 암반의 냄새를 내뿜고,
방은 강이 되고
강은
내 폐 속 어딘가에서
이름 없는 이닝을 삼킨다.

롯데의 방망이가
LG의 속구를 씹는다.
공은
저항 없이,
오히려 기쁜 듯
스스로 걸어 들어간다.

스코어는
코끼리의 등뼈로 변해
방 한쪽을 밀어 올리고
나머지 풍경을
조용히 천천히
눌러 찢는다.

냉장고 문이 열리자
기네스 맥주 캔들은
발목까지 흑갈색빛으로 자라나
내 손가락을
물의 광물질로 바꿔 버린다.

트림은 스코어 보드를 찢고
솜털 같은 공기 하나를
떨어뜨린다.
그 틈으로
형광등의 녹은 진심이
눈꺼풀 아래로 스며든다.

뼈들은
야구장이 아닌
낯선 식물의 뿌리 모양으로
재배열되고,

방은 뒤집히며
얼굴의 중력도 바뀐다.
LG도 롯데도 아닌
알 수 없는 선수들이
내 트림 속에서
서로의 귀를 교환하며
새 종족을 준비한다.

그리고 마지막,
낭만은
무의식의 중앙에 도달하자
자기 그림자를 삼키고
빛의 뒷면으로
밀려 사라진다.

155km 광선이 바깥쪽을
꽉 차게 찌른다. 스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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