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뮤직비디오

by 유진Jang

BGM

"Cum on Feel the Noize" by 아시스


우선 불이 켜지고, 이름은 그다음이다.
OPEN이라는 네온의 모음들은 찬바람에 접힌다.
그것은 부드러운 물결표처럼 휘어진다.
롯데월드타워의 척추가 하늘에 구두점을 박아 넣을 때,
구름의 손은 행인을 복수형으로 굴절시킨다.
오늘은 우리, 내일은 너희,
가끔은 그 누구도 아니다.
이 발음되지 않는 자음으로 서쪽으로 기울 때,

지도가 된 도시의 문장들은 바람이라는 표식을 생략한다.

서울숲의 풀은 숨을 고르며
자기 그림자를 이불 삼아 잠시 눕는다.
반포대교의 무지개는 히브리 언약을 흉내 낸 것이지만,
뿌려지는 것이 시간이었는지
공간이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을지로는 중력의 짭짤함을 주장하고,
남산돈가스는 사라진 아파트의 철학을 고수한다.
식욕은 재즈 스네어처럼 소스를 두드린다.

자, 이제 접시는 하나의 무거운 행성일 뿐이다.

장충체육관의 돔지붕은 그 시절
두 복서들의 날숨을 묵혀 두고,
가을과 봄이 서로를 오해하도록 만든다.
SK 나이츠의 붉은 억양, FC 서울의 헛발질,
LG 트윈스의 실패와 환호는
한 줄의 점선으로 이어진다.

국제공항에서는 매분 역사가 이륙하지만
관제탑의 목소리는 늘 수동적이다.
착륙은 이루어졌다.
누가, 어디서, 무슨 이유로—
그건 언제나 나중의 일이다.

그림자가 남쪽으로 걸어질 때,
강남 사이드는 BGM을 바꾸지 않는다.
블루스의 12마디와 사이렌의 4박이 교차하고,
골목의 작은 제단들은
이름 없는 별가루를 모아 둔다.
마포구의 과거는 현재의 드라마를 덧입히고,
종로구의 고유명사는
낡은 신문에서 떨어져 나와
도시의 관절마다 삐걱임으로 옮겨 붙는다.
경적음과 베이스가 같은 음역에서 부딪칠 때,
아이들은 리듬과 도주의 차이를
한 호흡 안에서 배운다.

이곳에서 건축은 명사이자 동사다.
김수근이 쌓아 올린 벽돌의 문장들—
주어는 높이, 술어는 빛, 목적어는 바라보는 눈.
박태원, 이중섭, 들국화, 블랙핑크, 카푸어는
각 교차로마다 쉼표를 세워
보행자가 그늘에서
호흡을 새로 고치게 만든다.
한강 공원의 아고라가
다리 없는 군중으로 길을 잃고 서 있을 때,
도시는 잠시
하나의 의문부호처럼 수축한다.

여름은 뜨거운 금속의 혀로 표면을 핥고,
겨울은 문장의 끝에서
숨을 빼앗아 간다.
바람은 편집자다.
살아남은 문장만이
다음 계절로 넘어간다.

C 씨는 새벽에 가장 먼저 간판에 불을 넣는다.
빛은 이름을 먼저 구제하고,
그다음이 일, 그리고 남은 존엄이다.
세탁기의 드럼이 돌기 시작하면
서라벌은 또 한 번의 헹굼을 요구한다—
소금기, 피, 기름,
그리고 괴수의 소문까지.
드럼 창의 물방울들은
거꾸로 비친 스카이라인을
하나씩 삼키며 작아진다.
오늘의 얼룩은
내일의 지문으로 옮겨 찍히고,
지문은 영수증 여백에 눌러 남는다.
이 도시는 언제나
영수증을 잃어버린 계산이다.

그러니까, 서울은 도시라기보다
발성 연습에 가깝다.
Se는 강물처럼 길게,
Oul는 철골처럼 짧게.
그 사이사이로
네온불빛, 인디록밴드, 삼겹살 냄새,
익명의 인내가 돌아가며 등장한다.
누군가는 이곳을
극동의 위대한 도시라 불렀다는데,
이곳의 마지막은 늘 현재형으로 굽혀지고,
그 굽어진 끝에서
도시는 언제나 첫째 날을 맞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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