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에 닭 한 마리라 적혀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이 닭이라 믿지 않았다.
그건 비둘기의 다리를 닮았고,
날개엔 그녀의 지문이 묻어 있었다.
누군가는 그것이 천국에서 떨어진 새라고 했고,
누군가는 광장시장에서 헐값으로 산 냉동육이라고 했다.
주방에서 김이 피어오를 때마다
유일신의 얼굴이 잠시 드러났다가
환풍기 소리에 씻겨 사라졌다.
나는 그날을 기억했다.
독립이었는지 해방이었는지 모를,
국가의 국경일이자 냉장고의 부패일.
닭은 오래전 기념일처럼
끓는 물속에서 천천히 희미해졌다.
곱슬머리 여인이
냄비 옆에서 계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야는 너무 좁아
무언가를 숨기기에 적합했다.
“사리 넣을까요?”
그녀의 목소리는 끓는 소리와 섞여
반 박자 늦게 도착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천장은 습기로 젖어 있었고,
푸른 형광등은 날숨을 몰아쉬었다.
누군가는 그 불빛은
머리 위에 떠 있는 달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잠깐만요. 그냥… 잠깐만.”
H는 그때 맥주를 따르고 있었다.
거품이 잔 위로 넘쳤다.
그는 말없이 웃었다.
나는 잔인하게 뜯긴 닭을 바라보았다.
이미 반쯤 사라진 형체,
누가 더 많이 먹었는지도 모르는 잔해.
뼈들은 서로의 그림자에 기대어 있었다.
“닭일까?” H가 물었다. "아니면 비둘기?”
그 질문은 고대 사회로부터 존재해 온 듯했다.
서울의 모든 치킨 가게,
모든 식탁 위에서 반복되는 질문.
닭인가, 비둘기인가.
살아 있는가, 이미 먹혔는가.
누가 신뢰를 요리하고,
누가 불신을 삼키는가.
스팀이 다시 지하에서 피어올랐다.
그 속에서 사람의 얼굴들이 나타났다.
폭력적이었던 아버지,
애국가를 부르던 서강대 여학생,
마이크를 들고 소리치던 길거리 선지자,
빨갛게 젖은 국물 속에서
이들은 동일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H가 “이건 레이먼드 카버 같잖아.”
라고 말했다.
나는 웃으려 했지만,
입술은 이미 뜨거운 기름에 잠겨 있었다.
벽 뒤에서
구구구구—
소리가 들려왔다.
비둘기인지, 환풍기인지,
아니면 제3자가 삼켜버린 제3의 소리인지.
H는 고개를 숙였다.
닭의 잔해가 그의 음영에 섞여 있었다.
그 시간 이후, 나는 종종 생각한다.
사람의 몸뚱이와 새의 살점,
공화국과 냉장고,
신과 환풍기 사이의 차이를.
어디까지 날아오를 수 있고
어디로부터 썩어 들어갔는지.
나는 나 자신을 조금씩 먹고 있었다.
이토록 나는 훌륭하게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