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JD 상아에게 보내는 편지

by 유진Jang

너는 한때 캘리포니아에 속해 있었지.

가로등 불빛이 네 머리칼에 닿을 때면,

순식간에 라톤의 예들이 몰려들어 너의 아름다움을 찬양했어.

그들은 가수였고, 시인이었고, 화가였고, 또 카우보이였지.

너는 빨간 모자를 쓰고 그들에 둘러싸인 채 말보로 담배를 피웠어.

그러던 중, 남자 무리가 우르르 지하 술집으로 내려왔고,

그중 한 남자—너처럼 빨간 모자를 쓴—와 눈이 마주쳤을 때,

너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십 분이 채 안 돼 자리를 박차고 나갔어.

예술가들은 절뚝거리며 너를 따라나섰고,

빨간 모자는 네가 흘리고 간 매캐한 담배 연기를 들이마셨지.

남자는 눈을 감은 채 너의 체리맛 입술을 혀로 핥았어.

너는 거리를 걸으며 캘리포니아를 회상하다가

인적 드문 골목에 들어가 구토를 했어.

먹은 게 거의 없던지, 노란 액체만 네 입에서 나왔어.

그 모습은 마치 소변을 입으로 쏟아내는 사람 같았지.

한때 너는 열두 조각을 가진 오렌지였지.

그중 열 조각은 이놈저놈에게 빼앗기고,

이제 두 조각만 남았어.

이자카야에서 만났던 그 빨간 모자는 네 전 남자친구.

삼 년 동안 그에게 여섯 조각을 주었지.

그를 목숨 걸고 사랑하고 싶었지만,

피조물이 피조물을 생명 다해 사랑할 수는 없었어.

너는 사르트르를 혐오했기

결국 후회 대신 회개를 선택했지.

그리고 그건 적시에 터진 적시타였어.


네 빨간 모자는, 그가 사준 것이었지.

그래도 그는 너의 프시케를 존중했어.

그는 단지 네 몸을 탐한 게 아니라,

너와 다양한 사유를 공유했지.

너는 그에게 물을 주었고, 그도 너에게 물을 주었어.

네 오렌지 한 조각을 노리던 유부남 상사 얘기도 그에게 했었지.

그는 시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젊잖게 협박을 했고,

너를 상사로부터 자유케 했지.

그는 자신의 불안하고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고백했지.

너는 남자의 별을 보며 그를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만큼 너와 남자는 가까웠지만,

다만 시간이 되어 이별했을 뿐이야.

너는 압구정 성당 신부 앞에서 서원을 했지.

마지막 남은 오렌지 조각은

가장 사랑하는 존재에게 주겠다고.

네 칭의론은 ‘솔라 피데’가 아닌 ‘믿음 + 행위’였으니까,

이제는 더욱 정결하게 몸을 지켜야겠지.

누군가의 손길이 그리울 때면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 3악장을 듣거나

우디 앨런의 80년대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

그래도 오렌지를 주고 싶은 욕망이 올라온다면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나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읽어보길 권해.


사실 이건—

빨간 모자를 쓴 그 남자가

너와 이별한 뒤

매일같이 하고 있는

그만의 루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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