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가 필요해

by 유진Jang

하이웨이 94번을 가르는 아침,

L은 액셀을 더 밟았다.

라디오에서는 펄잼의 “In My Tree”,

먼 숲에서 날아온 역설이

찌그러진 스피커를 흔들고 있었다.


말보로 한 개비를 입에 문 채

그는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보다

이 직선이 얼마나 더 버텨줄 수 있는지만

고려했다.


추측과 다르게 우측

하이웨이는 막히지 않았다.

막히지 않는 길은

키에르케고르의 한숨을 남긴다.

취소된 약속,

그 취소가

자신을 위해 이루어진 것만 같은 이유.


그는 해피 뷰티 서플라이에

정확히 제시간에 도착했다.

해피라는 이름이 붙은 가게는

대개 그렇지 않았고,

이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창고 옆 작은 사무실에서

대머리 사장은

종이컵을 쥔 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플라스틱 뚜껑 가장자리에

갈색 얼룩이 매달려 있었다.


“난 말이에요, 미시즈 H.

아침에 스타벅스를 안 마시면

입 안이 다 헐어요.”


의자를 뒤로 젖히며

그가 말했다.

말은 공기 중에 머물다

천장에 달라붙었다.


젓가락처럼 마른 미시즈 H는

사십 대 중반이었지만

얼굴에는 백 년도 더 된

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스물다섯에 동두천에서 만난

미군을 따라 시카고로 왔을 때,

그녀는 드럼 소리가

미래의 박자라고 믿고 있었다.


남편은 젊은 시절

록밴드에서 드럼을 쳤다.

그의 손은

세계를 두드리듯 움직였고,

그 손은 종종 그녀의 몸을 향했다.

폭력은 늘

리듬을 흉내 냈다.


비가 멈출 기미 없이 쏟아지던

어느 밤, 남편은

이젠 때리기도 지쳤다며

이별을 말하고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폭력이 끝난 자리에는

평화가 아니라

긴 정적이 남았다.

고요함은

그녀의 세월을

더욱 장구하게 만들었다.


미시즈 H는

씁쓸하게 웃으며

사장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웃음은

여러 번 접혔다 펴진 지폐,

그 모서리가 닳아 있었다.


“난 리글리 세탁소 최 씨랑

골프 치러 나간다.”


대머리 사장이 말하자

사무실 안에 짙은

잔디 냄새가 번졌다.

이곳과는 상관없는 계절이

바람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사장님, 골프 꼭 이기시길

기도하겠습니다.”


L의 기도는

천장으로 가지 않고

사장 쪽으로 향했다.

이 도시는

대부분의 기도를

위로 보내지 않았다.


“썩은 내 나는 니그로들 조심하고.”


사장은 커피를 들고

가게를 나섰다.

‘해피 뷰티’ 간판 아래에서

그는 눈을 가늘게 찌푸렸다.

겨울 햇빛은 때때로 쓸데없이 눈부시다.


사장이

렉서스 앞문을 여는 순간,

컵뚜껑이 열리며

마그마가 손 위로 쏟아졌다.


크악!

크아악!


앙칼진 비명소리가

두 번 터져 나왔다.

주차장이 흔들릴 정도였다,


누군가는 불운이라고 말할 것이고,

누군가는 인과응보라고 말할 것이다.

고통은 가장 가까운 살점부터

먼저 녹인다.


L은

한가한 가게 안에서

비명소리를 들었다.

L은 기도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나무 위에 숨고,

누군가는 매장 안에 숨고,

누군가는 렉서스 안에 숨는다.


그러나 이 도시에서는

숨는 법을 아는 사람보다

숨이 막혀 있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더욱 종교적으로 처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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