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존재와 소유의 또 다른 이름이에요."
구석의 서 있는 Y의 눈썹이 위로 치솟는다.
클리셰의 정의란 바로 이런 것.
그의 안경 너머 눈길이 주차장에 있는
블랙 BMW의 윤곽을 집요하게 더듬는다.
차체에 스며든 손길은 인테리어 모놀로그의 발현이다.
완전한 관리, 물로 씻는 후 오는 평온함,
삼 년 뒤 온전히 나의 소유가 되는 너 흑마여.
그러나 구름은 계약을 기억하지 않는다.
주차장은 폭우로 증발하고
광택은 하늘로 반납된다.
타닥 탁탁 탁탁탁 비대칭 박자 소리.
뒤틀린 탁자 위로
아내는 홍콩왁의 메뉴판을 더듬는다.
배달 봉투는 십 분 만에 안착하고
구강은 바쁘게 팽창이지만
탐심은 끝내 범위를 범하지는 않는다.
냅킨은 고추기름 흔적을 지우고
스프라이트는 식도 안에서
차르르 폭발을 반복한다.
이 집의 박자는
언제나 단독으로 완성된다.
사라지는 접촉의 풍경이여.
밤이면 아내의 그림자가
그녀의 몸을 천천히 탐닉한다.
문 앞에는 오지 않는 배달부의 DNA가 남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처녀의 신음소리가
고요를 집어삼킨다.
냉장고는 구석에서
미세한 떨림으로 속삭인다.
"이 집은 소유와 존재를 같은 그릇에 담고 있어요."
경계가 풀리는 순간은 경계가 허물어졌을 때.
BMW는 어느새 골반의 곡선으로 번지고,
탄산가스는 허공에서 폭발한다.
다림질의 열기는
폭주하는 기관차로 변해
그녀의 허벅지를 관통한다.
배란점액이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가쁜 숨은 리바이스 밑단에 스며든다.
구름은 인정사정없이 도시의 사정을 삼킨다.
사랑은 계약서로만 연장된다.
이별? 그것은 도무지
끝나지 않는 형식으로
육 개월마다 갱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