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있는 리더는 deligation을 주저하지 않는다.
어느 한 개인종합병원의 원장실. 의사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전년도에 비해 눈에 띄게 떨어진 매출 극복을 위해 비용 절감에 힘쓰라는 원장님 지시에 한 의사가 의견을 냈다.
"원장님, 실무자들을 회의에 참석시키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됐습니다, 그 사람들이 병원 경영에 대해 뭘 안다고. 우리끼리 합시다."
이런저런 아이디어와 의견들이 오갔다. 다른 의사가 손을 들었다.
"원장님, 제가 보니 화장실에서 휴지를 너무 낭비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군대에 있을 때는 손바닥만 한 화장지로도 얼마든지 뒤처리가 가능했는데 말입니다. 차라리 화장실에 있는 두루마리 화장지를 모두 없애고 각자의 오피스에 비치해서 갈 때 필요한 만큼 끊어서 가져 가게 하면 어떨까요?"
"오,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원장님의 지시에 따라 모든 화장실의 두루마리 화장지를 없앴다. 그러나 몇 개월 후, 두루마리 화장지 구입과 화장실 청소, 보수에 대한 비용이 오히려 눈에 띄게 늘어나게 되었다.
사람들이 화장실 갈 때 휴지를 얼마나 쓸지 모르는 일이기에 불안해서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이 끊어 가져 가고, 남을 경우 휴지통에 버리면 표가 나니 변기 속에 버리고 오므로 변기가 막히는 경우가 빈번했던 것이다.
대표적인 '탁상공론'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탁상(卓上)'이란 말 그대로 책상, 탁자 따위의 위를 말하는 것이고, '공론(空論)'은 실속이 없는 빈 논의를 뜻한다. 현실성 없는 허황한 이론이나 논의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것이 정부 관료들의 현실적이지 못한 행정을 빗댄 경우일 때는 '탁상행정'이라고 한다.
현장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전문가를 자처하고, 실무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이론을 내세워 필드에 있는 사람들을 평가하고 질책한다.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바뀌어 있는, 밀레니엄이 20년이나 지난 이 시기에 쌍팔년도 케켸묵은 낡은 이론들을 들먹이며 '백 투 더 베이직, 헝그리 정신'을 외친다.
경영자가 더 잘할 수 있는 실무자에게 한 분야에 대한 업무와 authorization을 이양하여 더 효율적으로 조직을 가동하는 것을 delegation이라고 한다. 만일 Delegation이 자기 권한을 남에게 뺏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경영자를 머리로 두고 있는 조직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만무하다.
라떼 (나 때는 말이야)가 아닌 니떼 (니들 때는 어쩌는 게 좋겠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리더들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