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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짐꾼의 목장 Feb 17. 2021

잭팟의 꿈

미국의 복권 잭팟 당첨 금액 (Mega Million과 Power Ball)이 2 billion을 넘겼다. 어딜 가나 복권 이야기, 당첨이 되면 뭘 하겠다, 뭘 사겠다는 이야기들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20억 달러(약 2.3조 원)가 어느 정도의 돈인지 실감하지 못한다. 어느 작은 한 국가의 1년 총예산보다도 많고, 주가 총액 기준으로 한국 기업 50위 수준하고 맞먹는 액수라고 설명을 해 주어도 그다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확률에 대해 얘기하면 현실감은 더 떨어지는 모양이다. 한국, 미국, 일본의 모든 인간들(약 5억)이 각기 쪽지에 제 이름을 써넣고 섞은 통에서(통의 크기는 논하지 말자) 단 한 번의 시도로 내 이름이 적힌 쪽지를 찾아낼 확률이라던가, 맑은 날 홀인원을 세 번 연속으로 한 후에 홀컵에서 공을 집어 들다가 날벼락에 맞을 확률이라고 말해 줘도 사람들은 ‘그래도 누군가는 맞을 것이고 그게 나일 수도 있다’는 단순논리를 들이댄다. 결국 자신의 승률은 언제나 50:50(당첨되거나 아니거나)인 것이다.



이 정도의 돈벼락을 맞게 되면 일단 편안한 삶을 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직장이나 하던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도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수가 없게 된다. 가족 모두가 엄청난 위험과 협박에 노출될 것도 뻔하고, 친척 친구 사돈의 팔촌의 옆집 사람까지 줄을 서서 죽는다고 아쉬운 소리들을 해 댈 것이며, 그렇게 치어 죽을 만큼 돈이 많은데 나눠 주지 않는다고 원망하고, 미워하고, 욕하다가 결국 원수지간이 될 것이다. 주위엔 친구는커녕 떡고물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파리떼들만 남아서 외로움에 몸서리를 치게 될 것이다.


기부를 하는 건 어디 쉬운가. 단체란 단체는 죄다 찾아올 것이고, 어딘 해 주고 어딘 안 해 주면 못 받은 곳은 하루아침에 안티가 되어서 사방팔방 내 욕을 하고 다니던가 그들을 피해 도망 다니기 바쁠 것이다. 별 것 아닌 일에도 툭하면 고소장을 받기 일쑤일 것이고, 친하다 생각했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적이 되어 있거나 호시탐탐 약점을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나를 감시할 것이다.


그게 싫으면 일단 내가 사는 곳에서 무조건 떠나야 하고, 대리인을 설정해 놓고 한동안 어딘가 숨어 지내야 한다. 어쩌면 이름을 바꾸고 얼굴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그저 사람들로부터 잊혀지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어딜 갈 때면 사설 경호원을 대동해야 하겠고, 가족들도 어디 마음 놓고 다닐 수 없을 것이다. 나만 가면 주인 몰래 맛있는 걸 슬쩍슬쩍 내놓는 단골 스시맨과도 바이바이 해야 한다. 20억 불 벼락부자가 치러야 할 대가라고 하면 어쩔 수 없겠으나.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잭팟에 당첨되기를 학수고대하며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복권을 사는 사람들. 뭔가 대단힌 계획이라도 있지 싶은데, 당첨되면 고작 집(저택)과 고급차를 사겠다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큰 집과 고급차는 부의 영원한 상징인가 보다. 그 외에 은행에 넣어 놓겠다, 부동산에 투자하겠다, 실컷 여행을 다니겠다, 혹은 지중해 어딘가 섬 하나를 사서 왕처럼 살겠다 등등... 현실과는 동떨어진 아이디어들을 쏟아 놓는다. 그 어떤 아이디어도 그러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가져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막연히 상상하는 가진 자들의 세계일 뿐이다. 큰 집이나 부동산을 사서 일부러 표적이 될 이유가 전혀 없거니와 여행 다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납치되기도 싫고, 어디 외딴섬에 가서 세상과 격리되어 사는 것 또한 전혀 특혜처럼 보이지 않는다.


사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다 사도 20억 불은 표시도 나지 않을뿐더러 최고급 명품들로 도배를 해도 그다지 뿌듯할 것 같지 않다. 원래 그런 물건들은 그걸 사기 위해 고대하고, 상상하며, 돈을 모아 나가는 과정이 없으면 행복 수치는 반감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소유하기 힘든 것을 가졌을 때 희열이 있는 것이지, 전부 다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무엇을 산들 대수일까.




물질이 주는 행복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내가 노력해서 얻은 물질이 아닌 것에는 행복에 필수적으로 따라와야 하는 ‘감사’라는 것이 결여되어 있다. 복권 당첨으로 부자가 되고 나면, 부자 흉내는 잠깐 내 볼 수 있겠으나, 정말 부자들이 가지는 만족이나 성취감, 자존감 같은 것들을 느껴볼 기회는 미안하지만 없을 것 같다.


5천 명분을 깔고 앉아 먹는 사람보다, 5천 명을 먹이는 사람이 부자이고 정말 잘 사는 거라는 김동호 목사님의 부자 논리는 그저 명쾌하다. 손님 중에 대략 1억 불 정도의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가 있는데, 조용히 좋은 일 많이 하시는 분이다. 그분이 언젠가 내게 해 주신 말이 있다.


“돈은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오지 않는다네.”


그래서일까,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복권을 사지 않는다.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혹시라도 당첨돼버릴까 봐.


https://youtu.be/V53WybHUJY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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