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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짐꾼의 목장 Feb 17. 2021

발해를 꿈꾸며

한국의 부산시장 선거에 뜬금없이 일본과 부산을 잇는 한일 해저터널이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이 이슈로 찬반 여론조사까지 벌이고 있는 모양인데, 국가 간의 터널 연결이라는 대 토목사업이 일개 시장에 의해 결정되고 실현될 수 있는 사안인지 그것부터가 의문이 든다.


국가 간 육로 개설은 분명 무역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지난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20년까지 한·중·일과 동남아 국가연합(아세안)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건설을 제시한 바 있다. 또 아시아 전역을 커버하는 자유무역 네트워크 구축과 금융안전망, 에너지·자원 협력기구, 해양 협력기구의 창설도 함께 제안했었다.


시진핑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아시아 국가들이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는 역사적 동질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5년은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승전 및,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이 되는 해여서 역사를 되돌아보게 되는 시점이라고 은근히 일본을 비꼬는 발언도 했다.


그는 전략적 가치가 높아진 아시아 지역이 자유무역의 확대와 테러, 에너지 위기 등에 대한 공동 대응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을 하며 우선 중국과 아세안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한 단계 격상시키고 2020년까지 아세안과 한·중·일 3국이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제시했다. 시진핑은 또 그러기 위해 육, 해상 무역항로를 연결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것을 가리켜 일대일로 (一帶一路)라고 호칭했다.


시진핑은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인물이지만, 과거 그 누가 그런 호방한 제안을 구체적이고 공개적으로 했을까. 과연 중국인들의 스케일은 남다르다. 나는 시진핑의 연설을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그것을 기사로 읽고 갑자기 가슴이 뛰었다. 시진핑은 당연히 중국이 그 경제공동체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었겠지만, 나는 오히려 한국이 그 중심이 되는 것이 더 모양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마치 독일이 EU의 중심 역할을 했듯 우리도 한국 중심 범 Asian 경제공동체를 만든다면 어떨까. 중국과 인도에서 동남아로, 러시아에서 일본을 잇는 경제 블락의 중심을 한국이 차지하는 그런 모양, 이 경제공동체가 세워짐으로, 서울에서 신의주, 북경, 청주, 그리고 중앙아시아를 통과, 카불, 다마스쿠스를 거쳐 아프리카로 들어가고, 키에브를 통과해서 유럽으로 들어가는 육로가 개통되며, 그 육로를 연결하는 주변 국가들은 모두 하나의 연합국가가 되는 모양이 머릿속에 그려진 것이다. 2021년의 한국은 충분히 그럴 능력과 지도자의 역량을 갖췄다.


사진출처: Wikipedia
사진출처: Wikipedia


그리고, 4천 년 전, 번쩍이는 청동검을 앞세워 한반도와 만주, 하얼빈, 흑룡강성과 요동 지방 전체를 호령하던 우리가 가장 강성했던 시절 – 단군조선 – 의 이름을 따서 이 경제공동체의 이름을 '아사달* 유니온 (朝鮮聯合), Asadal-Union'이라 칭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주축이 된 아사달 연합은 동남아 주변의 약소국가들이 경제적 빈곤과 낙후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다양한 경제적 솔루션과, 양질의 교육환경, 의료, 최신 과학기술 등을 제공한다. 낙후된 인프라를 개발하는 것 또한 경제공동체의 몫이다. 여기에는 미국이나 유럽의 자본 유입을 배제시키고 철저히 공동체 소속 국가들의 자본투자만 받는다.


서울에서 물류를 가득 실은 트럭이 새로 뚫린 왕복 8차선 아사달 고속도로 (Asadal Express Way)를 타고 뉴델리까지 배달된다. 이란 명인이 직접 짠 양모 카펫이 Amazon.com이 아닌 Asadal Union에서 승인한 유통업체를 통해 집까지 반에 반 값으로 배달되며, 더블 침대와 화장실, 샤워실까지 갖춘 KTX급의 특실을 예약하면 언제든지 유럽이나 이집트까지 장거리 왕복 기차여행이 가능해진다. 기차의 창 밖으로 그림같이 펼쳐지는 중앙아시아의 고봉들 사이로 국가들 간의 이념이나, 종교, 성별, 신분의 차별이 사라지고, 서로 무비자로 왕래가 가능해진 모든 연합국가들 간에 전쟁이나 테러의 위협, 이해관계에 따른 분쟁이 없어지는 그림이 떠올려진다. 국경이라는 것은 각 국가들 간의 행정구역을 구분하는 선이 될 뿐이니 결국 큰 의미에서 보면 과거 모든 아시아의 맹주들이 꿈꿨던 천하통일이 완성되는 것이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늘 당하고만 살았던 나라들은 서구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하는 셈이고, 우리나라는 과거 가장 강성했던 시절보다도 더 큰 영토들을 되찾는 모양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확보된 경제적 이득, 그리고 수치로 계산되지 않는 민족자존감의 회복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위상을 하늘 끝까지 쳐 올려 줄 것이다. 드높아진 민족 자존감과 강력해진 국가가 발휘하는 시너지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것이고, 그로 인해 우리의 후손들이 입게 될 혜택은 상상만 해도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은 대충, 반쯤 정신 나간 망상가가 허무맹랑한 소설을 쓰고 있다는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 허황된 꿈이라 해도 좋고 망상이라고 해도 좋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실현되기는커녕 시작하는 것조차 보지 못할 꿈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체계 최하위 수준의 빈곤국에서 불과 70년 만에 GDP 순위 10위에 올라선 나라라면, 분단 상황이라는 치명적인 약점과 열강들의 세력다툼 가운데서도 1인당 국민소득 25위를 기록한 나라라면, 남북이 하나가 된 이후의 미래가 과연 어떨까를 상상해 보는 것이 비현실적일까.


그렇다.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시진핑의 일대일로 (一帶一路)는 지금이라도 국가들 간의 동의가 있다면 실현 가능하지만, 서울이 시발점인 아사달 익스프레스웨이는 남북한이 통일되어야 한다는 대전제를 가진다. 통일이 되지 않고서는, 통일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북한이 완전히 개방되지 않고서는 아시아, 러시아, 유럽까지 연결되는 뉴 실크로드는 완성되지 않는다. 물론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한-일본 간 해저터널도 통일이 없이는 우리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그 엄청난 가능성은 무엇에 가로막혀 있을까? 지금 대한민국의 진짜 적폐는 누구인가? 대한민국의 진짜 주적(主敵)은 누구인가? 그 물음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지금의 분단 상황이 가져오는 이득을 누리고 있는 집단이다. 내 나라의 국군통수권자가 전시작전권을 미국에 빼앗긴 지금의 처지가 외려 편한 사람이 주적이다. 구한말부터 대를 물려온 징글징글한 친일이 더 자연스러운 사람이 주적이다. 통일이 되면 북한 거지들 먹여 살려야 하니 통일 싫고 이대로가 좋다는 사람들이, 삼일절날 광화문 한복판에서 일장기 휘두르는 만행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진짜 주적이고 적폐다.


과거 어느 대통령이 손가락질 하나로 철수시킨 개성공단 하나 미국의 방해 때문에 마음대로 재개할 수 없는 우리나라가 과연 무슨 수로 북한에 원전을 비밀리에 건설해 줄 수 있다는 것인가? 북한에 독감백신 하나 전달하는 것도 미국의 대북제재 때문에 우리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데 무슨 수로 천문학적인 자금과 시간이 들어가는 원전 건설을 해 줄 수 있다는 것인가? 이런 가짜 뉴스로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무리들이 주적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당장 먹고 살 일이 아득한데, 오로지 현 정부 발목 잡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무리들이 진짜 주적이고 적폐들인 것이다.




과거 서태지와 아이들이 민통선 끝에 있는 철원 구 노동당사에서 흰 면 티셔츠를 나풀거리며 노래하던 ‘발해를 꿈꾸며’를 떠올린다. 앳된 청년의 노랫말에는 지금의 위정자들로부터는 찾아볼 수 없는 통일과 화합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언제쯤이나 돼야 우리나라에는 최소한 스물두 살 서태지의 배포쯤은 가진 정치인, 지식인, 지도자들이 생겨날까.


https://youtu.be/7kr1IXHMUrc

진정 나에겐 단 한 가지 내가 소망하는 게 있어

갈려진 땅의 친구들을 언제쯤 볼 수가 있을까

망설일 시간에 우리를 잃어요

한 민족인 형제인 우리가 서로를 겨누고 있고

우리가 만든 큰 욕심에 내가 먼저 죽는걸

진정 너는 알고는 있나 전 인류가 살고 죽고

처절한 그날을 잊었던 건 아니었겠지

우리 몸을 반을 가른 채 현실 없이 살아갈 건가

치유할 수 없는 아픔에 절규하는 우릴 지켜줘

시원스레 맘의 문을 열고 우리와 나갈 길을 찾아요

더 행복할 미래가 있어 우리에겐

언젠가 나의 작은 땅에 경계선이 사라지는 날

많은 사람이 마음속에 희망들을 가득 담겠지

난 지금 평화와 사랑을 바래요

젊은 우리 힘들이 모이면 세상을 흔들 수 있고

우리가 서로 손을 잡은 것으로 큰 힘인데

우리 몸을 반을 가른 채 현실 없이 살아갈 건가

치유할 수 없는 아픔에 절규하는 우릴 지켜줘

갈 수 없는 길에 뿌려진 천만인의 눈물이 있어

워 나에겐 갈 수도 볼 수도 없는가

저 하늘로 자유롭게 저 새들과 함께 날고 싶어

우리들이 항상 바라는 것 서로가 웃고 돕고 사는 것

이젠 함께 하나를 보며 나가요.



(각주) 많은 이들은 단군조선의 이름을 고조선(古朝鮮)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때는 한자가 우리나라에 전해지지 않았던 시기(한자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시기는 대략 기원전 2세기)이므로 그때 우리나라의 이름은 조선(朝鮮)이 아니었다. 우리는 고조선의 수도를 아사달이라고 배웠다. 아사달은 고조선의 수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국호(國號)이기도 했다. '아사'는 아침을 뜻하는 우리 고유어로 지금 일본어(あさ)에까지 그 어원이 흘러가 살아 있다. ‘달’은 터, 땅을 뜻하는 말로, 햇볕이 드는 땅은 양달, 그림자가 지는 땅은 응달이라는 우리말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의 국호는 ‘아침 해가 뜨면 가장 먼저 밝게 빛나는 땅’이라는 뜻을 가진 ‘아사달’이었다. ('윤내현의 고조선 연구'에서 요약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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