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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임을 기회로, 시애틀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북미 진출을 망설이는 스타트업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by 포텐셜아이즈

북미 진출을 망설이는 스타트업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1. 망설임을 기회로 바꾼 DM메시지

2. 왜 시애틀인가? 데이터가 말해주는 시애틀의 가능성

3. 90개 스타트업이 가르쳐준 진짜 문제: 자기효능감

4.실리콘밸리가 아닌 시애틀에서, 망설임이 기회가 되는 순간




망설임을 기회로 바꾼 DM메시지


엄지손가락으로 페이스북 화면을 잡고 빠르게 위로 튕기며 누군가의 일상을 엿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폐친들의 여행사진, 맛집사진, 아이사진 등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죠.


"내일 한국 방문합니다. 추석 지나고 9/16일까지 있을 예정입니다. #한국방문"


그때였습니다. 이 한 줄의 글이 저의 엄지손가락을 멈추게 합니다. 글을 올린 사람은 제가 모르는 사람이었고 시애틀에 거주하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보였습니다. 프로필 사진으로는 50대 초반 정도로 추정되는 남성이었죠. 평소같았으면 ‘그래서 어쩌라고?!’하면서 그냥 지나쳤을 텐데, 왠지 모르게 이상하게도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람을 만나야 한다.'


직감이었습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망설임 없이 DM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안녕하세요. 시애틀에서 오신다는 페북에 올리신 글을 봤습니다. 만나 뵙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10분 후, 답장이 왔습니다. "좋아요. 오전 11시에 도착하니 거기서 만나서 이야기해봐요." 그렇게 시작된 만남이 지금의 '유한회사 시애틀파트너스(Seattle Partners LLC)'를 탄생시켰습니다. 만약 그때 망설였다면, 지금 한국 스타트업을 북미시장 진출을 돕는 이 여정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당시 그는 25년 전에 미국에 건너와 시애틀에 자리잡은 개발자로 데이터 사이언스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었고, 한인 개발자로서의 미국진출에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책으로 엮은 저자로도 잘 알려진 사람이었습니다. 시애틀에서는 12년째 테크 기반 스타트업 생태계를 몸소 경험한 인물이었죠.


"한국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한국 개발자들, 정말 실력이 좋아요. 하지만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소극적일까요?" 그가 말문을 열었습니다.


"저 역시 국내에서 여러 스타트업과 일하며 같은 의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기술력도 뛰어나고, 아이디어도 참신한데 글로벌 시장에 나가는 것을 망설이는 창업가들을 너무 많이 봤거든요."


"실리콘밸리 이야기만 들리니까 그런 것 같아요," 제가 답했습니다.

"다들 실리콘밸리 아니면 안 되는 줄 알고 있어요."


그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맞아요! 그게 문제예요. 시애틀은 정말 좋은 곳인데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어요."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그날 4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그날 대화 속에서 발견한 세 가지 공통 인식은,


첫째, 교두보 선택의 중요성.

한국 스타트업에게 북미 진출의 첫 발판이 되는 도시 선택은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 중 하나.


둘째, 실리콘밸리의 현실과 환상.

모든 창업가가 실리콘밸리를 꿈꾸지만, 실제로는 과열된 경쟁, 천정부지로 치솟은 비용, 포화상태의 투자 환경 때문에 망설일 수 밖에 없는 현실.


셋째, 시애틀의 숨겨진 잠재력.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의 본거지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시애틀의 가능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


왜 시애틀인가?

데이터가 말해주는 시애틀의 가능성

S와의 첫 만남 이후, 우리는 본격적인 리서치에 들어갔습니다.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공감만으로는 뭔가를 함께 시작할 수 없으니까요. 6개월간 수집한 데이터는 우리의 직감이 옳았음을 증명해줬습니다.


시애틀은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테크 허브 도시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시애틀은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대도시 1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U.S. Census Bureau). 단순한 인구 증가가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서 '질 높은 성장'을 의미합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일자리 창출 능력이었습니다. 2017년부터 2021년 사이 시애틀은 45,560개의 테크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실리콘밸리의 42,460개를 능가하는 수치였죠(CBRE 2022).


무엇보다 시애틀에는 단순히 큰 회사들이 있는 게 아닙니다. '혁신을 주도하는'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몰려 있어요.

아마존: 본사 직원만 90,000명. 클라우드, 전자상거래, AI 분야의 글로벌 리더

마이크로소프트: 58,400명 고용. 클라우드 컴퓨팅과 오피스 소프트웨어의 혁신 허브

그 외: 구글, 메타, T-Mobile, 스타벅스, 보잉까지


이들이 만들어내는 것은 단순한 고용효과뿐만아니라 강력한 공급망, 인재 순환, 그리고 무엇보다 스타트업과의 협력 기회를 제공이 가능함을 의미합니다.


S는 직접 경험담을 들려줬습니다. "실리콘밸리처럼 모든 회사가 똑같은 인재를 두고 경쟁하지 않아서 합리적인 조건으로 좋은 사람들을 모을 수 있었죠." CBRE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시애틀은 북미 기술 인재 시장 2위의 위치를 차지하면서도 실리콘밸리 대비 현실적인 운영비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시애틀을 북미시장 진출의 거점으로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왜일까요?


90개 스타트업이

가르쳐준 진짜 문제: 자기효능감

2022년 시애틀파트너스를 정식 설립한 이후, 우리는 90여 개의 한국 스타트업과 함께 일했습니다. 핀테크부터 바이오테크, CPG부터 SaaS까지 다양한 분야의 창업가들을 만났죠.


처음에는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게 '정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애틀의 장점을 알려주고, 현지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습니다.


그들이 진짜 망설이는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망설임을 넘어서는 열쇠: 자기효능감

손대표는 치과용 충치 진단서비스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나름 성공적이었죠. 투자도 받았고, 임상을 통해 여러 치과병원에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었습니다.


"미국 진출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가 화상회의에서 말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두려워요. 우리가 과연 미국 시장에서 통할까요?" 기술력도 있었고, 아이템도 검증되었고, 자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망설이고 있었어요.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확신이 없어서'였습니다.


"정보는 충분히 찾아봤어요. 시애틀이 좋다는 것도 알겠고, 의료 분야 스타트업이 많다는 것도 확인했어요. 하지만 막상 가서 우리가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바로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정보 부족'이 아니라 '자기효능감'이었다는 것을요.


심리학자 앨버트 밴듀라가 제시한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은 '특정 상황에서 필요한 행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개인의 믿음'을 의미합니다.


손대표에게 필요한 건 '내가 시애틀에서도 해낼 수 있다' 작더라도 성공경험으로 얻어지는 확신이 필요한 거였어요.


그래서 우리는 접근 방식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그리곤 손대표에게 제안했습니다. "한 번에 미국 진출을 결정하지 마세요. 단계별로 가봅시다."


새로운 접근법: 단계별 성공 경험 쌓기

1단계: 시애틀 현지 치과의사와 고객과 화상 미팅 --> 시애틀 소재 치과병원 방문 허락 받기

2단계: 단기 출장을 통한 현지 실증(PoC) --> 현지 파트너 커넥션 확보하기

3단계: 파일롯 서비스 진행 --> 현지 고객(환자) 데이터 수집하기

단, 4단계는 '어떻게 할지는 그때 가서 정해봅시다'로 성과를 분석해서 전략적 의사결정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각 단계마다 작은 성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시애틀 소재의 현지 치과병원과의 현장 테스트베드 단계에서 치과의사가 그의 제품에 큰관심을 보였을 때, 손대표의 표정이 달라지는 걸 봤습니다. 그 날 손대표는 500불 상당의 샘플제품과 테블릿PC를 그 치과의사에게 무상 제공하게 됩니다.


"어? 생각보다 우리 기술과 제품이 먹힐 거 같은 확신이 생겼어요" 현지 치과의사가 구매의사를 보였을 때 손대표의 표정은 두려움은 가시고없고 확신만 가득해 보였어요.


3개월 후, 손대표는 시애틀에 현지 법인설립을 결정하게 됩니다. 망설임이 확신으로 바뀐 순간이었어요. 손대표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우리가 함께한 90여 개 스타트업 모두 공통된 패턴을 보였어요.

초기: 정보는 충분하지만 망설임

중기: 작은 성공 경험을 통한 자기효능감 증대

후기: 망설임 없는 과감한 도전과 실행


결국 이들에게 필요했던 건 '정보'나 '네트워크'가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실리콘밸리가 아닌 시애틀에서, 망설임이 기회가 되는 순간

지난 3년간 함께한 스타트업들의 현재 모습을 보면, 우리 역시 이러한 접근법이 옳았다는 확신이 듭니다. 잠 못 드는 도시, 커피의 도시로 알려진 시애틀. 우리는 이곳에서 우리의 여정은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1호점이 있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을 걸을 때마다 생각합니다. 1971년 세 명의 창업자가 작은 커피 가게를 시작할 때, 누가 이것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거라고 예상했을까요? 그들도 분명 망설였던 순간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망설임을 뛰어넘는 실행력이 오늘의 스타벅스를 만들었겠죠.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94년 시애틀의 작은 차고에서 온라인 서점을 시작할 때, 전 세계가 망설이며 바라봤습니다.


'인터넷으로 책을 판다고?' 하지만 지금 아마존은 어떤가요?


시애틀은 망설임을 기회로 바꾸는 도시입니다. 이곳에서 한국 스타트업들도 자신만의 성공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습니다.


망설임 없이 도전의 시작

설립 3년차를 맞은 지금, 우리는 90여 개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여정에 함께했습니다. 그들의 성공을 보며 확신합니다. 망설임은 때로 가장 큰 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큰 스승이기도 하다는 것을요. 망설임은 신중함의 다른 이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망설임은 영원한 기회비용을 의미합니다. 실리콘밸리가 아닌 시애틀에서, 망설임 없이 도전하고자 하는 당신의 스타트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그 문을 당당히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자신감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2019년 8월의 그 페이스북 메시지처럼, 때로는 망설임 없는 한 번의 도전이 인생을 바꿉니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입니다.


IMG_1071.jpg 시애틀 다운타운


시애틀에서 펼칠 당신만의 글로벌 성공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더 이상 망설이지 마세요. 오늘이 바로 그 시작입니다.


https://brunch.co.kr/@eugenekimpsah/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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