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늘어났지만 동지도 늘어났다

2026년 01월 26일 ~ 02월 01일 주간기록

by 기록하는노동자

1월의 마지막 주는 숨 가빴다.
회사 일은 월말을 향해 몰렸고 노동조합 일은 ‘기다려주지 않는 일정’으로 나를 불렀다.
노동부에 제출할 정기통보서, 이동사무실, 조합원 복지, 소식지 마감까지.

하루하루를 넘기다 보니 어느새 달력이 바뀔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복직 이후 가장 어려운 건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회사 업무와 노동조합 업무 그리고 나 자신의 회복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다.
그래도 분명한 건 있다.

몸은 바빴지만 1월은 분명히 ‘늘어나는 쪽’의 달이었다.
피로는 쌓였고 대신 동지는 늘어났다.

1월 26일, 서류는 노동부로 연대는 사람에게로

오전 업무를 마치고 오후 근로시간면제를 사용해 부랴부랴 조합사무실로 향했다.
1월 말까지 고용노동부에 제출해야 할 노동조합 현황 정기통보서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틈틈이 작성해 두었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작년 상·하반기 대의원대회 회의록을 다시 정리하고 지역별 조합원 수를 별지로 만들어 첨부했다.


저녁에는 한국은행 노동조합 위원장님이 집 근처까지 찾아오시기로 되어 있어 마음이 급했다.
출력물을 정리해 봉투에 넣고 1층 우체국으로 내려가 등기우편을 보내고 나서야 숨을 돌렸다.


벌써 세 번째 정기통보서 제출이다.
메일 접수도 가능한데 왜 온라인 입력은 안 되는 걸까?
AI가 일상이 된 시대에 조합의 이력을 아직도 파일과 기억에 의존해 다시 써야 한다는 게 늘 아쉽다.


퇴근 무렵 한국은행 노조위원장님을 만났다.
텀블벅으로 출간한 '출근 대신 기록합니다 을의 일지'가 인연이었다.


저녁을 먹고 맥주 한 잔을 더 하며 노동조합 설립 과정과 지난 시간들을 이야기했다.
조용히 들어주고 진심 어린 응원을 건네주셨다.
기회가 되면 한국은행 노동조합에서 이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노동조합은 연대할 때 힘을 얻는다.
오늘은 그 연대의 반경이 조금 더 넓어진 날이었다.

1월 27일, 명함은 오늘도 삽자루를 향한다

오전에 공장을 나서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너무 연수구와 남동구만 돌고 있지 않나?'


납품이 가능한 시화공단 쪽 현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송도보다 거리는 멀지만 충분히 가능한 범위다.
길도 익힐 겸 세움터를 보며 신규 인허가 현장 위주로 차를 몰았다.


차로 현장을 돌면 사람을 못 만날 확률이 95%다.
운 좋게 사람을 만나도 대부분 철거업체거나 일용직이다.
그래도 혹시 모를 가능성에 명함을 눈에 띄는 곳곳에 두고 온다.


신입사원 시절 삽자루에 붙여둔 명함 하나로 계약까지 이어졌던 기억 때문일까?
16년이 지난 지금도 현장 영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8시에 퇴근해 집에 오니 19시를 넘겼다.
가족과 늦은 저녁을 먹고, 이번 달 노동조합 소식지 초안을 잡았다.


복직 후 회사 일과 조합 일을 병행하는 건 쉽지 않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기에 오늘도 결국 해냈다.

1월 28일, 시간은 쪼개 쓰고 균형은 아직 미정

이번 달 마지막 근무일이라 아침부터 분주했다.
월을 넘기지 말아야 할 업무를 점검하고 미뤄 두었던 공장장과의 개별 면담도 진행했다.


내일은 이동사무실, 금요일에는 안성에 사는 조합원에게 조합차량을 전달해야 한다.


이번 달을 정리해 보니 21일 중 7.5일 출근, 12.5일 근로시간면제, 연차 1일로 보냈다.
선거 일정으로 근로시간면제를 많이 쓴 달이었다.

연차도 반차 두 번이 전부였고 그마저도 법원 일정 때문이었다.
문제는 어느 쪽을 더 쓰느냐가 아니라 균형이다.


노동조합 업무, 회사 업무, 개인 휴식.
이 셋이 무너지면 결국 셋 다 놓치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자정까지 소식지를 붙잡고 있는 나를 보면
참 미련하다는 생각이 든다.

1월 29일, 걱정은 있었고 반감은 없었다

수원공장 이동사무실은 사무국장님이 근무하는 공장이라 마음이 한결 편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이번에 부임한 공장장은 노조 초창기 팀원들에게 탈퇴를 강권해
나와 전화로 언쟁을 벌였던 인물이었다.


우려와 달리 첫인사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반감은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기를 바란다.


부서를 돌며 간식과 음료를 나누고 작업환경을 살폈다.
점심시간에는 조합원들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눴고
비조합원에게도 조합을 소개했다.


조만간 가입 소식이 들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1월 30일, 세차하고, 차를 건네고, 동지를 맞다

연말정산 자동화서비스에 기부금영수증이 반영되도록
신청 기간을 놓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영수증을 발행하고
설 명절 전 지급할 조합원 선물 리스트를 정리하니 오전이 훌쩍 지나갔다.


밥도 먹지 못한 채 세차장으로 향했지만 긴 줄 앞에서 잠시 멈칫했다.
운전석과 조수석까지 닦아주는 저렴한 세차장이라 늘 붐빈다.

조합차량은 대여 전에 가능한 한 깨끗하게 전달하고 싶다.

결국 오후 2시가 되어서야 안성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달리다 보니 점심을 거른 게 떠올랐고
휴게소에서 급히 식사를 하고 조합원 자택에 도착하니 오후 4시였다.


조합원 복지로 조합차량 무상 대여를 운영하고 있다.
먼 지역은 편도라도 근로시간면제를 사용해 직접 가져다주는 편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운영위원회에서도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아직 장거리가 많지 않아 당분간은 유지하기로 했다.
탁송업체 비용도 생각보다 과하지 않아 아직은 해볼 만하다.
정 어려운 상황이 오면 포기해야겠지만 지금은 몸을 더 움직이는 쪽을 택하고 싶다.


메일 알림을 확인하니 어제 가입 의사를 밝힌 동지가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
바로 운영위원회에 알리고 승인 문자를 보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평택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금요일 오후라 열차표는 입석뿐이었지만 계속 새로고침을 하다 좌석을 하나 잡았다.
새마을호를 정말 오랜만에 봤는데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

마지막으로 새마을호를 탔던 게 아마 2002년쯤이었을 것이다.

영등포역에 내리니 대학 시절 방학마다 배낭을 메고 전국을 돌아다니던 기억이 떠올랐다.

목적지도 없이 바로 오는 열차를 어디서 내릴지 모른 채 여행하듯 기차를 탔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게 추억을 곱씹다 집에 도착하니 또 늦은 시간이다.
이렇게 한 주가 그리고 한 달이 끝나버렸다.

1월 31일, 쉬는 날에도 동지는 늘어난다

하루 종일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보고 싶었던 시리즈를 몰아보며 인간의 탐욕을 관찰했다.


점심에 또 하나의 신규 가입을 확인했다.
2026년 1월, 우리는 다섯 명의 새로운 동지를 맞이했다.

목표 301명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2월 1일, 평균키는 통계일 뿐

아들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다.
곧 6학년이 되는 아이들이다.

다들 훌쩍 컸다.
우리 아들이 꽤 큰 줄 알았는데 제일 작았다.

평균키는 물려줬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미안하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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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대신기록하는노동자의주간일지26-2.jpg 드문 드문 보인는 흰색은 명함이다


이 기록은 노동존중사회를 위한 노동자의 기록이며, 모든 연대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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