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1월 12일 ~ 01월 18일 주간기록
이번 한 주는 몸은 전국을 이동했고 머리는 계속 판단의 자리에 붙잡혀 있었다.
연대의 현장과 노동조합의 결정이 동시에 밀려왔다.
선거 유세 일정 속에서도 조합원의 이해가 걸린 사안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어디까지가 최선인지
끝없이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결국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야 했다.
나를 다시 숨 쉬게 하는 건
사람이었고
현장이었고
새로 만난 동지들이었다.
이 기록은 그렇게 판단의 시간을 지나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한 주의 기록이다.
1월 12일, 연대의 길 위에서 날아든 결정의 순간
한국노총 제29대 임원선거에 출마한 김동명 위원장 후보와 류기섭 사무총장 후보 캠프의
2주 차 선거운동 첫날은 서울에서 시작됐다.
서울본부 유세를 마치고 원주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시간이었다.
저녁을 먹던 중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장기근속자에 대한 금 지급을 중단하고 현금 안으로 대체 지급하겠다는 안내였다.
지난주 금요일 회사 임원과 함께한 저녁 자리에서 나왔던 이야기가
생각보다 빠르게 구체화된 느낌이었다.
긴 시간 통화를 나누고 내부 논의 후 다시 연락하기로 했다.
10년 단위 근속자에게 지급되던 금액과 유급휴일만 있었던 안에
노동조합의 이의를 반영해 상품권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는 설명이었다.
급하게 간부들과 전화 회의를 열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조합원의 이익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치열한 논의가 이어졌다.
그 사이 원주에는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내 복잡한 머릿속만큼 어지러이 눈발이 날려 더 씁쓸했다.
저녁 식사 도중 자리를 비우고 통화를 이어가는 나를 본
다른 위원장님들이 무슨 일인지 물었고 짧게 상황을 설명하며 조언을 구했다.
급등한 금값에 따른 회사의 부담은 이해하면서도
조합원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견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작정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현실의 한계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실익을 기준으로 판단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복잡해진 머리로 정신이 없었는데 김동명 위원장님은 나에게 밥부터 먹으라고 했다.
뭐든 끼니부터 챙기라는 말에 순간 정신이 들었다.
차분히 순서를 세워보면 정리할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은 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것이다.
저녁을 마치고 간부들과 다시 통화를 이어가며 의견이 조금씩 모였다.
회사가 시간을 조금만 더 줬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1월 13일, 현실에 맞추기로 한 선택
오전에 원주에서 강원본부 유세를 마치고 청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에도 전날 마무리하지 못한 금 지급 대체안에 대한 내부 협의를 이어갔다.
그리고 현실에 맞추기로 했다.
법적 대응의 한계, 반대를 외쳤을 때의 대안 부재, 현재 협의 과정에서
회사가 반영한 노동조합의 의견까지 모두 종합해 판단했다.
현재 회사가 준비한 안에 대해 다시 한번 증액을 요구하기로 했다.
충남본부 유세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회사에 우리의 입장을 전달했다.
긴 통화를 통해 회사의 현실적 어려움도 이해하게 됐다.
노동조합 초창기에 이렇게 긴 대화를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주에서 출발해 집에 도착하니 오후 8시가 넘었다.
피곤했지만 다음 날 월례회의에서 대응 방향을 논의할 자료를 만들었다.
몸도 정신도 완전히 지쳐 있었다.
1월 14일, 설명해야 하는 자리
월례회의를 통해 장기근속자 ‘금’ 대체 지급과 관련한 공지문을 확정했다.
요지는 명확했다.
회사는 금값 급등을 이유로 금 지급을 중단하고 현금, 유급휴가, 상품권으로 대체 지급을 결정했다.
노동조합은 총액 부족을 문제 삼아 증액을 요구했고
상품권 지급은 노동조합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즉각적인 충돌이나 법적 대응 시 지급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현실,
노사관계 악화 가능성도 함께 고려했다.
노동조합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조합원에게 실질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우선 확보하는 판단을 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억울함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했고 유감을 표했다.
향후 사전 협의가 가능한 노사관계 정착을 위해 계속 대응하겠다는 약속으로 공지문을 마무리했다.
공지 이후 많은 연락이 왔다.
2024년 지급 대상자보다 현재 금액이 금값 대비 더 높다는 점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했다.
노동조합의 현재 역량이 부족한 점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도 전했다.
회사가 1주일도 채 안 되는 시간을 두고 급하게 연락해 온 점에 대해서는 분명한 항의와 아쉬움을 전달했다.
우리는 언제쯤 원활한 노사 협의를 할 수 있을까?
1월 15일, 올해 첫 이동사무실
2026년 첫 이동사무실을 실시했다.
부위원장님 한 분과 광주공장에 도착해 공장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각 부서 사무실에 음료와 간식을 전달했다.
부서별 업무 환경을 살피고 점심시간에는 민원 상담을 진행했다.
대부분 불만은 있지만 참을 수 있는 범위 안에서의 이야기였다.
다만 불이익이라 판단되는 경우에는 언제든 상담을 요청해 달라고 분명히 안내했다.
그리고 지난 2년간 조합 가입을 미뤄오던 직원이 점심시간에 조합 가입을 했다.
올해 첫 이동사무실에서 새로운 동지를 만난 덕분일까?
어제까지의 복잡함이 잠시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물론 퇴근 이후 밀려드는 민원 전화는 오늘도 끊이지 않았다.
다시 한번 송구한 마음이 들었다.
1월 16일, 어색한 출근, 다시 익숙해질 자리
이번 주 첫 송도공장 출근이다.
다음 주에는 수석부위원장을 맡았던 후배가 휴가라 월요일 현장 관리를 대행해 주기로 했다.
현장에 직접 가서 위치와 상황에 대한 인수인계를 받았다.
막상 와 보니 정말 고생하며 현장을 관리했고 그 고생을 기반으로 실적을 쌓아온 흔적이 보였다.
오후에는 지역 지리를 다시 눈에 담으며 퇴근했다.
오랜만의 출근이라 여전히 어색한 하루였다.
1월 17일, 가족이라는 안식
장인어른의 생신이다.
가족끼리 모여 식사를 하고 저녁까지 함께 시간을 보냈다.
힘겹고 복잡했던 한 주가 가족과의 평범한 시간으로 조용히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1월 18일, 다시 현장으로 갈 준비
내일 현장 관리를 대비해 옷장을 뒤져 2010년부터 사용하던 동계 현장 관리 물품을 챙겼다.
차에 미리 실어두었다.
내일 출근이 설레는 건 기분 탓일까?
이번엔 현장 관리도 제대로 해보겠다는 마음이 든다.
완벽히 해주겠다.
이 기록은 노동존중사회를 위한 노동자의 기록이며, 모든 연대를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