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출근 사이에서

2026년 01월 05일 ~ 01월 11일 주간기록

by 기록하는노동자

2026년의 첫 주는 한 자리에 온전히 머물 수 없는 시간이었다.
몸은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지만 역할은 여전히 밖으로 나가야 했다.

송도공장에서의 출근 그리고 전국을 도는 노동조합 연대활동의 일정.
정상적인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과

아직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한 마음이 같은 시간 위에서 엇갈리고 있었다.


이번 주는 영업사원으로서의 출근과 노동조합 활동가로서의 출근이
하루하루 교차하며 흘러간 기록이다.
나는 지금 두 개의 출근 사이에 서 있었다.

1월 5일, 정상적인 출근이 아직 낯선 날

송도공장의 두 번째 출근이다.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는 루틴을 만들기 위해 알람은 새벽 4시 30분부터 울렸다.
몸은 일어났지만 마음은 아직 따라오지 못한 느낌이었다.

사무실에 도착해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내 모습이 스스로 보기에도 어색했다.

분명 정상적인 출근인데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정상적인 일정과 달리 마음은 아직 정상으로 돌리기 어려운 상태다.
동지였다가 떠나간 사람들을 마주칠 때면 그 무게는 더 크게 느껴진다.

그래도 하루하루 극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


오늘은 영업사원 모드다.

공장과 현장의 이동 거리를 가늠해 보고 주요 현장들이 머릿속에 남도록 동선을 하나씩 그려본다.

새로 맡은 현장에서 공장 배합시험을 위해 방문 예약이 잡혀 있었지만 현장 사정으로 취소됐다.
급하게 새로운 날짜를 확인하고 가능한 일정에 대해 다시 협의했다.

레미콘 영업은 늘 이렇게 다이나믹하다.
임기응변이 필요하고 현장의 요구에 최대한 맞춰야 한다.
타설이 있는 날이면 그 요구사항을 맞추기 위해 내부에서도 또 다른 영업을 해야 한다.


요즘은 품질 이슈가 특히 민감하다.
다시 필드로 돌아온 느낌이 들지만 이미 더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후배들을 보니
그저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

이들은 여전히 을도 아닌 병이나 정처럼 현장을 오간다.

2년 3개월 전 내가 부당해고되기 전보다 현장은 더 열악해졌다.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 따라 몸도 마음도 점점 고달파지고 있다.
이들을 대변해야 하는 내 역할의 무게가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진다.


내일부터는 근로시간면제를 며칠 써야 한다.
후배들에게 또 한 번 미안한 마음이 든다.

1월 6일, 현장을 떠나 다시 연대의 길

새벽에 광명역으로 향했다.

지난주 발대식을 치른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 후보와 류기섭 사무총장 후보의
전국 유세를 지원하기 위해 울산으로 가는 길이다.


노동조합 업무와 영업 업무 사이에서 오늘과 내일을 지원을 하고
다음 주 월요일과 화요일에도 다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울산역에 도착하니 화학연맹 이 부장님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이동하는 동안 어제부터 시작된 선거본부 일정에 대해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월요일 제주를 시작으로 2주간의 일정이라고 한다.
쉽지 않은 일정이다.


한국노총 울산본부에 도착해 외부에 현수막을 걸고 내부에 피켓과 현수막을 설치했다.
유세에 참석하는 동지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며 인사를 건넸다.

단독 후보이지만 압도적인 찬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더 성실하게 더 묵묵하게 움직였다.


울산본부 유세를 마치고 다음 일정을 위해 창원으로 이동했다.
화학연맹 차량을 얻어 타고 도착하니 어느새 저녁이었다.

숙소에 도착해 하루를 정리하며 생각했다.

이런 선거를 세 번이나 치른다는 건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단독 선거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가지만 앞에 서본 사람은 안다.
자신이 닳아 없어질 각오가 아니라면 노동조합의 맨 앞에 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그래서 맨 앞에 선 사람이 너무 빨리 닳아 없어지지 않도록 동지로서 뒤에서 받쳐주는 것이다.

1월 7일, 숨가쁜 유세일정

새벽에 모두 모여 식사를 하고 곧바로 한국노총 경남지부로 향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각 지부 상황에 맞게 현수막과 피켓을 다시 조정했다.

10시에 시작된 경남본부 유세를 마치고 서둘러 짐을 챙겨 대구로 출발했다.
15시 유세를 준비하려면 시간이 빠듯했다.


대구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곧바로 유세 준비에 들어갔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야외 현수막 설치에 시간이 더 걸렸다.

대구·경북 유세를 마치고 선거본부 인원들은 광주로 향했다.
나는 동대구역으로 이동해 집으로 돌아왔다.

남은 인원들은 목요일 광주·전남 금요일 전북·충남·세종을 돌며 절반의 레이스를 마칠 예정이다.

미안한 마음에 다음 주 이틀은 더 확실하게 연대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집에 도착하니 이미 밤 8시가 넘었다.
서둘러 다음 날 출근 준비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1월 8일, 다시 현장에 발을 붙이다

며칠째 4시 30분과 4시 50분에 기상 알람을 맞췄지만
전날의 장거리 이동이 무리였는지 5시 10분에야 눈을 떴다.

공장에 도착해 주차를 하는데 나와 같은 날 발령받은 과장이 옆에 차를 세웠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앞으로 잘해보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2022년 내가 다시 사업장 영업팀으로 발령받았을 때
나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본사 영업팀으로 떠났던 후배다.

2013년 신입사원 연수 때 사보 촬영용으로 밀착 취재를 했던 인연이 있어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남아 있다.


오전에는 지역 현장을 돌고 오후에는 담당 현장과 첫 미팅을 가졌다.
송도에서 유명하다는 빵집에서 간식거리를 사고 요즘 유행한다는 두쫀쿠도 챙겼다.

현장 사무실에 들어가 인사를 나누고 특이사항들을 하나씩 확인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건네며 묘하게 열의가 올라왔다.

3월부터 본격적으로 물량이 시작된다고 한다.
그전까지 자주 들여다봐야겠다.

1월 9일, 조합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일들

오늘은 근로시간면제를 사용해 조합 사무실로 출근했다.

연말정산을 위한 조합비 기부금영수증 발행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체크오프가 체결됐다면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이지만
그렇지 못한 단체협약 구조라 3년째 우리가 직접 하고 있다.


약 200여 명의 조합원이 연말정산을 신청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10% 정도는 신청하지 않았다.

자신의 조합 가입 사실이 회사에 알려질까 두려운 사람들이다.
노사관계가 조금이라도 더 안정되길 바라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


사무국장님과 하루 종일 2025년 조합비 납부 내역을 정리했다.
신청 금액과 실제 납부 금액을 맞추고 조합원 명부를 다시 점검했다.

혼자 할 때보다 훨씬 더 꼼꼼해졌다.
앞으로 이렇게 함께 확인한다면 실수는 확실히 줄어들 것 같다.


저녁에는 조합 간부들과 회사 임원이 함께하는 식사 자리가 있었다.
조금씩 대화를 늘려가며 앞으로 잘해보자는 이야기로 자리를 마무리했다.

느리지만 관계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우리 쪽에서도 회사 쪽에서도 조금씩 느껴졌다.

1월 10일,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신년 행사가 있어 참석했다가 그 자리에서

우리 노동조합 이야기를 처음부터 들어주었던 박주민 의원을 만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간의 진행 경과를 나눴고 바쁜 일정 속에서도
기억해주고 다시 들어준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쌓아온 연대는 결코 약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1월 11일, 또다시 나갈 준비를 하며

내일부터 이틀간 한국노총 선거 후보자 지원을 나간다.

지난 1주일 중 네 번이나 근로시간면제를 썼다.
다음 주도 마찬가지다.


팀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이 역시 내가 맡은 역할이다.

다음 주 금요일 사무실에 출근하면 팀 후배들과 업무조율을 잘해봐야겠다.

출근대신기록하는노동자의주간일지23-1.jpg 한국노총 제29대 임원선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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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록은 노동존중사회를 위한 노동자의 기록이며, 모든 연대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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