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일들 사이에서

2025년 12월 22일 ~ 12월 28일 주간기록

by 기록하는노동자

끝났다고 생각했던 일들은 연말이 되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조직의 계획, 재판 준비, 돈의 정산, 가족의 독감까지.
삶은 한꺼번에 정리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번 한 주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보다
밀려 있던 것들을 하나씩 끌어안는 시간에 가까웠다.
손에 쥔 것보다 놓치지 않으려 애쓴 것들이 더 많았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다.
노동조합도, 일도, 가족도
모두 같은 시간 위에 놓여 있었고
그 사이에서 나는 계속 다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12월 22일, 정리해야 할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1월 노동조합 운영계획을 세웠다.


이동사무실을 다시 시작할 일정도 정리했고 간부들의 휴가 일정도 파악했다.
2025년도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에 반영될
조합비 기부금 영수증 마감 일정도 확인했다.


눈앞에 놓인 일들은 모두 미룰 수 없는 것들이었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부당노동행위 고등법원 재판과 관련해
서면자료 제출을 위한 변호사님 미팅도 예정되어 있다.
그에 맞춰 준비해야 할 것들을 하나씩 빠짐없이 적어 내려갔다.


차곡차곡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잘 알고 있는데
이 일 저 일이 동시에 돌아가기 시작하니 손이 자꾸 엉킨다.
정리하고 있다는 느낌보다 쫓기고 있다는 감각이 먼저 든다.


그런데 우편함에 화학연맹 위원장님의 연하장이 들어 있었다.

짧은 문장이었다.

“출근 대신 기록을 남긴 2025년 홍성재 위원장의 위대한 승리였습니다.”

이 문장 하나가 이상할 만큼 오래 마음에 남았다.
지금 하고 있는 이 모든 정리가 헛된 일이 아니라는 확인 같았다.
누군가는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큰 힘이 되었다.


다음 달부터는 업무와 병행해 노동조합을 운영해야 한다.
그 전에 정리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정리해 두고 싶은데
마음만 자꾸 앞서간다.


집에 돌아와서도 미처 끝내지 못한 업무를 다시 펼쳤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보니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12월 23일, 놓치고 싶지 않은 인연들

오전에 어제 미뤄둔 업무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점심에는 오래된 지인들과 식사를 함께했다.
업무로 만나 형, 동생이 된 소중한 인연들이다.


부당해고 전날에도 이들과 점심을 먹었었다.
복직하는 달에 다시 만나니 느낌이 조금 달랐다.


오후에는 반차를 내고 민주평통 기자단 워크숍에 참석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새로운 인연들도 하나둘 생겼다.


어색한 자리였지만 저녁 식사를 하며
같은 테이블에 앉은 분들과
조심스럽게 인사를 나눴다.


2026년에는 내 글을 민주평통 기관지에 싣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하나 허투로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점점 분명해진다.


대학교 1학년 때가 떠올랐다.
놀 것도 다 놀고 공부할 건 또 열심히 하던 시기.
학생회, 학회, 스카우트 활동 등 하나도 빼놓지 않으려고
잠을 줄이며 시간을 쪼개 쓰던 때였다.


지금도 비슷하다.
노동조합, 업무, 민주평통까지.
주어진 역할을 최대한 수행해 보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시 다짐했다.


집에 돌아오니 아들이 B형 독감에 걸렸다고 한다.

11월에 이미 A형 독감을 앓았는데 백신을 맞았음에도
한 달 간격으로 다시 독감이다.


다음 주에는 와이프와 아들이 여행을 가기로 되어 있어
마음이 더 쓰인다.


열이 심한데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그게 제일 마음이 아프다.

12월 24일, 잠시 스쳐간 안정

다들 바빠 보였다.
분명 월례회의 날인데 사무국장님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밀린 업무를 정리하며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


잠시 공장에 들러 노트북을 수령했다.
2022년에 지급했던 노트북을 다시 준 것이다.

누군가 쓰다 반납한 노트북일 테다.

나는 이미 플립북을 쓰고 있다.
삼성 덱스만으로도 노트북보다 나은 퍼포먼스를 낸다.

업무용 앱만 조금 더 최적화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는 AI로 가고 있는데

회사의 시스템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씁쓸했다.


통장에 2년 3개월여의 미지급 급여가 입금됐다.

부도가 날 뻔했던 통장이 잠시나마 안정성을 되찾았다.
물론 퇴직금과 실업급여 반납, 조합비 정산, 법무비용 등으로
곧 다시 비어버릴 돈이다.


그래도 평생 통장에 찍어본 적 없는 액수를 보며 잠시 흐뭇했다.

그 안정감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오후에는 12월 초 설문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에게 기프티콘을 발송했다.

예전에 사보에서 하던 이벤트를 조합원 대상 행사로 조금 더 발전시켜 볼 생각이다.


조합으로 긴급 자금이 수혈되면서 미지급된 법무비용을 최종 정산했고
홈페이지 연간 비용도 결제했다.

2년 넘게 밀렸던 간부들의 활동비도 지급했다.

나름 크리스마스 선물이 된 미지급 급여 정산금이다.

12월 25일, 독감환자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아들의 기침이 심해 와이프와 둘이서만 교회에 다녀왔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집에만 있었다.


괜히 나도 컨디션이 떨어지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요구하는 아들에게
온라인으로 게임 타이틀을 하나 사줬다.


게임을 열심히 하는 걸 보니 아들 컨디션은 제법 올라온 듯하다.

그래, 메리 크리스마스다.

12월 26일, 정상으로 돌아가는 비용

원래라면 산이라도 다녀올 생각으로 연차를 냈다.

하지만 아들의 독감 여파로 나 역시 컨디션이 좋지 않아 쉬려고 했다.

그런데 아침부터 조합 사무실 관리비 고지서를 달라는
노조 담당 부서 팀장님의 연락이 왔다.


결국 사무실로 향했다.

우편함에서 관리비 고지서를 꺼내 보니
지난달보다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난방비가 붙기 시작하니 체감이 확 된다.

본사나 공장 안에 사무실이 있었다면 들지 않았을 비용이다.
그 생각을 하니 답답했다.


점심을 먹고 나도 병원에 들렀다.
주기적으로 내과를 방문해야 한다.

건강을 되찾으려면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정상적인 패턴을 만들고 달리기를 다시 해볼 생각이다.

일단은 연말에 나올 인사이동을 지켜봐야겠다.

12월 27일, 누구는 아프고, 누구는 버텼다

아침에 일어나니 와이프가 불덩이다.

월요일에 여행을 가야 하는 와이프와 아들인데 뭔 일인지.

마음이 급해 동네 병원으로 뛰어갔다.

9시에 도착했는데 대기번호가 44번이다.
한 사람당 평균 3분씩 본다고 한다.


11시가 넘어 와이프와 함께 진료를 받았다.
아들과 같은 B형 독감 판정이었다.

링거를 맞고 집에 오니 와이프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의사선생님이 나라도 걸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나는 스스로를 격리하고 혼자 방에 틀어박혔다.

나라도 살아야겠다.

12월 28일, 이렇게 한 주가 끝났다

셀프 격리 상태로 종일 방 안에 있었다.

그런데 나도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


방에 있던 목감기약과 코감기약을 끼니마다 챙겨 먹었다.

약을 먹다 보니 유통기한이 이미 지나 있었다.

다행히 열은 없다.

이렇게 주말이 끝나버렸다.

출근대신기록하는노동자의주간일지21.jpg 힘이 나는 화학연맹 황인석 위원장님의 연하장 메시지


이 기록은 노동존중사회를 위한 노동자의 기록이며, 모든 연대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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