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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로우" (2024)

미국 캘리포니아, 2025. 3. 7., 서른한살의 기록

by Eugene

청개구리인 나는 2025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맞아 오스카 수상작과 "유사한"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영화 "플로우"를 보고 수상 여부에 상관없이 당장 이 영화는 기록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미키17"이 상징도 표현도 그걸 실현하는 자본도 모두 "넘치는" 영화였다면, "플로우"는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덜어내서 아름다운" 영화다.


이 영화는 우리가 애니메이션 영화에 대해 갖고있는 고정관념을 모두 저버린다. 언제부터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영화의 기준점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는 디즈니식 대사나 뮤지컬이 없다. 영화가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솔직히 "엥" 했다. 자본을 충분히 투자한 "실사같은" 그래픽이 아니라, 어딘가 조금 어색한, 인디 컴퓨터 게임같은 그래픽이라서. 그러다가 등장하는 동물들의 움직임이 너무 실제 그 동물들의 모습같아서 놀라고(뮤지컬 "캣츠"가 매력적인 모방이라면, "플로우"는 고요한 관찰에 가깝다.), 그 어딘가 깨진듯한 그래픽이 들판을 달리고 바다를 헤엄치며 회화같은 장면들을 만들어내서 놀랐다.


영화의 소재 자체는 그렇게 신선하지 않다. 전 세계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노아의 방주" 이야긴데, 다만 인류가 사라진 세계이기 때문에 고양이가 이 방주를 이끌어간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독립적인 개체인 고양이가 다른 동물들을 이해하고 공동체를 형성해가는 과정을 따라가며, 우리는 인류없는 이 영화에서 인류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필요하다는 단순한 원리를, 이렇게도 단순한 표현 방법으로, 그러나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 덜어냄의 미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덜어내고 덜어내야 본질에 가까워지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 본질에 충분히 가까워졌을 때, 어떠한 대사도 덧대지 않고 관조하는 방식이 우리에게 더 깊은 여운을 주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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