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2025. 6. 3., 서른한살의 기록
현실의 삶이 바빠서 거의 세 달 동안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그동안 가장 보고싶은 영화는 "위대한 개츠비" (2013)였다. 바즈 루어만 감독의 화려하고 뻔뻔한 연출도 좋아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비교할 수 없이 더 좋아해서 이 영화가 처음 개봉했을 때 정신없이 보고 또 봤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잘 팔릴 수밖에 없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피츠제럴드의 원작소설 자체가 잘 읽히고 "힙한" 이야기인데다가, 그 이야기의 처음이자 끝인 재즈, 화려한 파티와 끝없는 열기, 아메리칸 드림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내기에 루어만 만한 감독이 없어서.
그런데 정말 오랜만에 다시 보니, 이 영화의 서사는 디카프리오의 눈동자와 크레이그 암스트롱의 음악에 있다. 너무나 아름답고 빛나서 모든 걸 던질 수밖에 없는, 주체할 수도 멈출 수도 없는 마음. 실체가 없는 것을 좇는 허황된 꿈이 아니라 본인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운명이라는 게 눈동자를 통해 느껴진다. 그리고 마침내 자기 자신을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그 운명마저도 사랑하는, 그 꿈꾸는 듯한 눈동자가, 영화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이해하게 한다. 이에 더해 암스트롱의 스코어는 그 꿈의 찬란함과 그것에 대한 열망, 무너지는 꿈과 그를 어떻게든 부여잡으려는 절박함을 잘 드러낸다.
위대한 개츠비는 그 자체로 시대를 관통하는 소설이지만, 이 영화는 소설을 더 개인적인, 그래서 더 보편적인 이야기로 다가가게 한다. 모두 한 번쯤 가져본 적 있는, 그 그림자마저 사랑하게 하는 빛에 대한 열망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