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2025. 2.25., 서른한살의 기록
8개 에피소드로 이미 종영된 줄 알았던 Max의 TV 시리즈 "The Pitt"는 사실 15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있는 (!), 현재 매주 목요일 방영 중인 드라마였다 (!!!). 이 시리즈의 컨셉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꽤 직관적인 컨셉인데도 이해하지 못한 것은 나의 문제인 듯), 등장인물들의 당직근무 총 15시간을 한 시간씩 하나의 에피소드로 그려낸 것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15개의 에피소드를 모두 보고나면 등장인물의 당직근무 15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드라마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접근법이다. 그 어떤 메디컬 드라마보다 현실적이라는 리뷰들은 단지 이 시리즈가 의학적 고증을 잘해서가 아니라 이 접근법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장 최근 에피소드인 8화까지 시청한 지금 (몰아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나는 이 "현실적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다.
이 시리즈는 고증도, 연출도 현실적이지만, 무엇보다도 드라마적으로 현실적이다. 먼저, 그 어떤 등장인물도 멋있는 말을 하지 않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이리저리 치이는 레지던트와 인턴, 그리고 평범한 환자들까지도 가슴을 울리는 대사를 했었는데 (그리고 나 또한 따뜻한 대사들 때문에 그 시리즈를 좋아했던 수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다.), "The Pitt"에서는 모든 대사와 행동들이 다큐멘터리에 가깝도록 일상적이다.
그런데도 이 시리즈는 그 일상에서 인류애를 보여준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어깨 위에 얹은 손, 어린 동생이 세상을 떠난 언니에게 전한 말,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며 원망의 말을 쏟아낸 끝에 한 용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다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말 한마디, 일상적인 행동에서 전해지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 시리즈를 보며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일상적인 친절이 어떤 사람에게는 긴 터널을 지나는 데 잠깐의 환기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며, 때로는 상실과 깊은 슬픔을 이겨내게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