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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결혼 이야기" (2019)

미국 캘리포니아, 2025. 2.14., 서른한살의 기록

by Eugene

친한 친구 두 명과 함께 소소하게 운영하고 있는 팟캐스트에서 "발렌타인데이 특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랑 이야기"로 다뤘던 영화.


영화의 제목도 "결혼 이야기"이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랑 영화"로 꼽은 영화지만, 사실 이 영화는 이혼의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LA에서 살며 하이틴 영화에 출연해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던 여자 주인공이 연극 연출 및 감독을 하는 남자 주인공을 만나 결혼하며 뉴욕으로 이사하고, 영화배우로서의 꿈도 자신의 정체성도 잃어간다는 것을 깨닫고 이혼을 결심하며 이혼소송과 그에 따른 갈등을 겪는 내용이다.


우리가 알고있는 많은 사랑 이야기들은 두 사람이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로 끝나지만, 사실 결혼은 사랑의 부산물일 뿐 종착역이 아니다. 결혼으로 두 사람의 사랑이 더 안정적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결혼 후 그 사랑이 생명을 다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결혼은 사랑의 본질에 대해 깨닫게 하기도 한다.


영화 "결혼 이야기"는 결혼의 끝에서 사랑의 본질을 깨닫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장밋빛깔에 달달하기만 한 줄 알았던 사랑이, 사실은 날카로운 단면을 숨기고 있다가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내 팔뚝을 베는 잭나이프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것. 나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나를 지옥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것 (이혼소송이 마무리되고 뉴욕으로 돌아온 남자 주인공이 바에서 부른 뮤지컬 The Company의 넘버 "Being Alive"의 가사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영화를 발렌타인데이에 가장 어울리는 사랑 이야기로 꼽은 것은 이 영화의 마지막 10분 때문이다 (그렇다, 러닝타임 2시간 16분 중 고작 그 10분 때문에). 열렬히 사랑했던 시간은 빛바래고, 상대를 헐뜯고 상처내며 서로를 사랑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리더라도, 이제 더이상 말이 안 되긴 하지만 그를 사랑하는 것을 멈출 수 없으므로. 이 영화의 마지막 10분은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명대사를 생각나게 한다. "우리는 이해하지 못해도,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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