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2025. 2.27., 서른한살의 기록
한국인들만큼 연애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현실에서 드물게 설레고, 아직 낭만이 살아있는 연애. 하지만 내가 하기에는 시간도, 더 이상 그럴 체력도 없는 연애. 나 또한 연애 프로그램에 미친 사람이다(그 누구보다도 미쳐있다고 자신할 수 있다).
채널A의 TV 시리즈 "하트시그널"을 처음 보던 때가 기억난다. 출연자들의 사소한 눈짓과 몸짓에서 느꼈던 그 설렘과 간질간질함을. 그 설렘, 간질간질함, 누구보다 애타던 느낌은 어디로 갔을까? "하트시그널", "환승연애", "연애남매" 같은 연애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나오지만 처음의 그 느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더 서글픈 것은, "솔로지옥", "나는솔로" 등을 보면(두 프로그램의 컨셉이 너무 다른데 이렇게 한데 묶는 것이 잘못된 것같지만) 이제는 시청자 그 누구도 "설렘"을 좇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제 연애 프로그램의 추구미는 설렘이 아닌 "도파민"이고, 연애실험이 급기야 인간실험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 오랜만에 설레는 연애 프로그램이 있다. 도파민을 싹 제거한, 제대로 아날로그적인 연애 프로그램.
넷플릭스 시리즈 "오프라인러브"는 프랑스 남부도시 니스에 남녀 각각 5명을 모아놓고, 모든 전자기기를 반납하게 한 뒤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서로간의 유일한 연락수단은 편지 뿐이기 때문에, 출연자들은 첫 하루 이틀동안 다른 출연자를 아예 마주치지 못하기도 한다.
프랑스에서 다섯번째로 큰 도시 니스에서 상대방과 우연히 마주치고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것. 영화 "비포 선라이즈"와 "김종욱 찾기"에서는 하루만에 사랑에 빠지고 평생을 잊지 못하는데, 10일 동안 사랑에 빠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반복된 우연은 운명처럼 다가오고 여행지에서의 기억은 평생 남기 마련이므로.
니스와 그 주변 작은 소도시들의 아름다운 풍경은 이 과정을 더 영화처럼 보이게 한다. 정말 솔직히, 최근에 본 어떤 여행 프로그램보다도(최애 프로그램인 "세계테마기행"보다도) 가장 그 여행지에 가고 싶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영상만으로 니스의 공기, 빛깔, 소리, 그리고 분위기 마저 느낄 수 있을 정도라고 할까.
좋아한다는 편지를 전달하고 답장을 기다리는 마음, 문자를 보내고 상대방이 읽었을까 안 읽었을까 조마조마하는 마음. 오래전의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설레고 싶다면 "오프라인러브"를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