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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빙 빈센트" (2017)

미국 캘리포니아, 2025. 2.28., 서른한살의 기록

by Eugene

지난 글에서 제대로 아날로그적인 넷플릭스 시리즈를 소개했으니, 이번 글에서는 제대로 아날로그적인 영화, "러빙 빈센트" (2017)에 대해 소개하겠다.


누구나 보고 또 보는 영화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 보고 또 보는 영화는 "러빙 빈센트"(2017)와 "더 아티스트"(2011)다(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두 영화 모두 아날로그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기왕 보고 또 보는 영화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이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러빙 빈센트"는 빈센트 반 고흐의 죽음 이후, 주인공 아르망 룰랭(우체부 조셉 룰랭의 아들이기도 한)이 그의 마지막 편지를 전해달라는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빈센트가 생을 마감한 도시를 찾아가 그의 생애 마지막 며칠을 추적하는 영화다.


이 영화가 아날로그의 끝판왕인 이유는 모든 프레임이 손으로 직접 그린 그림으로 이루어져있는 첫 영화이기 때문이다. 100명이 넘는 화가가, 6년이 넘는 기간동안, 65,000개가 넘는 프레임을 직접 손으로 그렸다.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그야말로 경이롭고 아름다운 존경의 표시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또 보는 이유는, 영화에서 세상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삶이 힘들 때 이 영화를 보면 위로가 된다(어느 화가의 자살을 그린 영화를 보며 위로를 얻는다는 것은 조금 이상한 일이지만).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때때로 무너지게 만드는 삶 앞에서, 꽃과 그 줄기 날 하나하나에서 섬세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심지어 그의 점심을 뺏어먹는 까마귀의 모습에서도 희망을 발견하는 것. 삶의 어떤 작은 순간도 작거나 가치없게 생각하지 않고, 모든 순간을 사랑하는 것.


빈센트가 선택한 죽음이 삶에 대한 절망도, 외로움도 아니라 그 삶을, 그리고 세상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영화의 이야기는 이상하게도 위로가 된다. 바람부는 언덕에 피는 들꽃처럼, 힘든 순간에서도 사랑할 구석을 찾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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