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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주관식당" 3화

미국 캘리포니아, 2025. 3. 6., 서른한살의 기록

by Eugene

좋은 사람이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사회 초년생일 때는 배우고 적응하느라 정신없고,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내 직속 상관이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인지 아니면 퇴사를 불러일으키는 빌런인지 분류하느라 정신없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가 그 분류의 대상인 직장 상사가 되어있다.


사람마다 직장을 정의하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타인들이 치열하게 상호작용하는 공간"으로 정의한다. 일을 효율적으로 해야하고, 성과를 내야한다는 직장의 특성이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는 사람들과 치열하게 토론하고,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소주 한 잔 하며 화해하게 한다.


이 치열한 직장생활에서 그래도 잃지 않고자 하는 대원칙이 있다면, 내가 치열하게 부딪히며 일하는 타인들도 "사람"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큰 무게를 두지 않는 직장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나의 직장동료가 인류애를 상실한 채, 치를 떨며 길거나 짧게 몸담았던 직장을 뛰쳐나가게 하고싶지 않다. 그리고 이 대원칙이 때때로 좋은 상사, 좋은 동료, 그리고 더 나아가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주관식당"의 첫인상은 "좋은 사람"들이 모여 만든 평안한 시리즈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최근 공개된 3화는 좋은 사람이 되는 여러 방법을 우리에게 보여준 에피소드처럼 느껴졌다.


"익는 과정, 뒤집는 과정, 다시 익히는 과정, 그 다음에 덜어내는 과정. 여기에서 굉장한 감정 소모가 일어납니다. 그 감정소모에 지지 마세요."라는 최강록의 따뜻한 응원. 전병 부치기가 서툰 문상훈을 위해 목표를 낮춰주고("혼신의 힘을 다한 세 장"), 차근차근 시범을 보여주고, 속은 살짝 타들어가도 "망치면 안 해도 된다"고 기꺼이 말하며 기다려주는 (가짜)의연함.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요리실력과, 키토 다이어트를 하는 "비지 갈" 가비에게 "아무도 보지 않을 테니 칼로리가 높아보이는 수프도 떠서 드셔도 괜찮다"는 말을 전하는 위트까지.


가장 좋았던 부분은 "서바이벌은 괴롭고 힘들잖아요. 그 기분에 대해서 여쭙고 싶었어요."라는 질문. 이 질문이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주관식당의 두 삼춘 모두 질문을 하기 전에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헤아린다는 것이 느껴진다. 나와 다른 사람이지만 비교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언제든지 이해할 준비가 되어있는 자세도.


동시에 평가받으려고 나간 자리이므로 의연하게 비판을 이겨내고자 노력했다는 최강록과 가비의 말, 마지막으로 수많은 개인의 영광이 있었으나 팀으로서의 영광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가비의 환한 웃음까지. 주관식당 3화는 성숙한 어른, 좋은 직장동료, 참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금요일, 이번 한 주도 인류애 털리는 직장생활을 겪었다면 주관식당 3화를 보며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는 걸 느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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