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지하철 2호선따라 성문 나들이
외국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평생 임신한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을 했다. 기다림은 끝도 없고, 언제나 버겁고, 끊임없이 남과 다르다고 느끼는 것이다.
- 줌파 라히리 <이름 뒤에 숨은 사랑> 중
유년기, 청장년기를 거쳐 학업과 직장, 결혼, 육아를 모두 한 나라에서만 해오던 일반인 '나'에게, 낯선 도시는 생각보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더불어 낯선 언어까지 더해지면서 갑자기 미숙한 어린이가 된 듯 무기력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물건을 구매하고 음식을 주문하는, 의식하지 않고 몸에 밴 일상이 갑자기 ‘의식 100배’의 긴장감 넘치는 큰 임무가 되었다. 단순한 일 하나 하려고 해도 큰 각오를 해야 하니 슬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때론 시간이 약이기도 했고 때론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헤쳐나가기도 했던 중국 생활과 북경 생활 초창기 시절을 이제는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다.
적응을 도와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익숙함’이었다.
일단 우리나라 사람과 외모가 비슷하기 때문에 이질감이 적고, 먹거리 재료들이 비슷하기에 마트에 가면 친숙했다. 이런 익숙함의 맥락에서 중국에서의 지하철 타기는 생각보다 꽤 괜찮은 일 중 하나였다.
서울에서 쭉 살아온 나에게 지하철은 용기가 '덜' 필요한 일 중 하나였다. 지하철 표를 구매하고 노선도를 보고 타는 모든 과정이 한국과 같고 다른 사람과의 인터랙션이 필요 없는 일이라서 ‘조용한 이방인’이 절대 튀지 않고 나들이 할 수 있는 가장 마음 편한 방법이었다.
북경 지하철 2호선은 1984년 9월 20일 개통.
서울 지하철 2호선은 1980년 10월 31일 시작하여 1984년 5월 22일 완전 개통되었다고 한다.
우선, 두 노선 모두 순환선이란 점이 흥미로웠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역들 중 집과 대학교가 대각선으로 서로 마주보던 위치에 있었던 나로서는, 지하철 2호선을 정말 엄청나게 많이 탔었기에 북경 2호선에도 은근히 정감이 갔다.
1950년 경 북경 도시계획에 따라 북경의 모든 성벽이 철거되었다고 한다. 더불어 소련과의 관계악화로 지하철 건설이 바로 전쟁준비로 연결되는 상황이었다. 대부분 북경 성벽들이 철거되었는데 현재는 모두 지하철 2호선 18개 역 중 9개 역 이름으로만 남아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내성 9개가 과거에 각각의 맡은 역할이 있었다는 점이다.
곡물 운반로, 조양문 (朝阳门)
목재 운반로, 동직문 (东直门)
분뇨 운반로, 안정문 (安定门)
군사 출병의 문, 덕승문 (德胜门)
물 운반로, 서직문 (西直门)
석탄 운송로, 부성문 (阜成门)
죄인 호송로, 선무문 (宣武门)
황제의 전용문, 정양문 (正阳门)
조세 관문, 숭문문 (崇文门)
중국지하철 특이점 1.
공항 들어가듯이 짐 검사, 엑스레이 검사를 한다. 처음에 마주치면 조금 주눅이 드는 장소. 만약 시내 자금성이나 천안문 광장 근처를 갈 일이 있다면 여권 소지는 필수이다. 곳곳에 신분증 검사하는 검문소가 많다.
중국 지하철 특이점 2
이건 한국과 비교해서의 차이점인데,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거의 모든 역마다 플랫폼 끝 쪽에 화장실이 위치해있어서 은근히 편하다. 코로나 이후 최근 서울 지하철 역을 가본 적이 없어서 혹시 화장실 접근성이 더 편해졌는지 궁금해진다.
역 방향 표시, 플랫폼 승하차, 다음 열차 몇 분후 정차 표시 등 모두 한국과 비슷, 아니 똑같다.
낡은 2호선이든 깨끗한 14호선이든, 지하철 내부의 참 편리한 기능 중 하나.
어리버리한 이방인에게 매우 도움이 되는 현재 역 표시 불빛 기능이 있다.
북경 탐험,
지하철 카드와 편한 운동화만 있다면 어디든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