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즈 아메리칸 다이너
Lily's American Diner (LAD)
北京市朝阳区新东路8号院首开铂郡小区北区4号楼底商1-037号
월~일 7:00~22:00
베이징의 산리툰(三里屯) 지역은 최신 유행 상점과 화려한 맛집들로 유명하지만, 인접한 곳에 외국 대사관들이 밀집해 있어서 다양한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산리툰 중심가를 살짝 벗어난 주택가에 자리잡은 릴리즈 아메리칸 다이너(Lily's American Diner)는 미국식 조식을 먹고 싶을 때 들리면 안성맞춤인 식당이다.
* diner [daɪnə(r)] : 자동차나 기차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고속도로변이나 기차내 또는 역 주위에 설치한 간단하고 값싼 음식을 파는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화려하거나 유행을 좆는 세련된 인테리어가 아니라 검소하고 투박하고 무신경한 듯 하지만, 다이너 diner라는 이 식당의 컨셉에 충실한 어느 공간 속에 내가 있다.
이 식당 한 쪽 벽면을 채우고 있는 그림에 먼저 눈길이 간다. 대학교 때 잠시 거주했던 미국 시카고에서 내가 즐겨 방문했던 미술관인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Chicago Art Institute)에 걸려있던 작품이다.
이 그림 하나로 베이징 번화가 한 켠의 식당을 아메리카 내음 풀풀 나는 고독한 도시의 어느 식당으로 순간 이동시켜 버린다. 내 젊은 날의 일부를 차지했던 도시에서 만났던 그림, 그리고 그 그림의 모사품 프린트로 인해 추억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그림에 대한 나의 감상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의도하는 도시의 외로움과 공허함, 익명성이 아니라, 나처럼 밤을 보낸 후 새벽같이 달려올 수 있는 식당이 바로 여기라는 안도감과 따뜻함이 더 크게 차지한다.
태블릿에 상세한 사진이 있어서 음식 주문하기 편하다. 미국 조식당 컨셉에 맞게 양이 적지 않고, 큰 머그잔 가득 따라주는 아메리카노 커피 덕에 맘이 훈훈해진다.
밥 먹다 보니 어느새 겨울 아침의 늦은 해가 떠오른다. 아침을 맞이하며 조금씩 활기를 띄는 거리를 바라보다가, 식당 바로 건너편 아파트 단지 이름이 재밌어서 눈길이 갔다.
幸福三村(행복삼촌/싱푸산춘), 행복한 마을.
한자를 보는 순간 나는 미국 어느 식당에서 중국으로 다시 순간 이동했다. 나뭇잎이 다 떨어져버린 가로수 사이로 보이는 복닥복닥한 아파트촌과 빽빽한 주차공간, 중국스러운 붉은 색깔 벽돌. 즐겁다 슬펐다 갑갑했다 흥미로웠다 억울했다 반복되는 베이징 라이프이지만, 어쩌면 촌스러운 이런 풍경을 보며 이 도시의 친숙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주말 이른 아침에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낯선 도시를 점차 덜 낯설게 느껴가는 과정이 바로 베이징 라이프의 목적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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