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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ia Sep 09. 2023

베이징 중심부에서 아침을! – 무인양품호텔 조식




베이징 도심은 환(環)=고리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한 가운데 중심이 되는 곳은 황제가 거주했던 고궁(자금성),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성벽과 성문이 형성되었다. 지금은 대부분 철거되었지만, 베이징의 도시 개발은 이 사라진 성벽(內城) 위치를 2환으로 명명하며, 그 외부는 3환, 4환, 5환, 6환이라는 고리 구조의 도로를 형성하며 이루어졌다.

(좌)북경수제맥주 京A 탭룸의 벽 한쪽을 장식하고 있는 베이징의 고리 모양 도로 구조 (우)페이퍼컷팅 기법을 이용한 베이징 지도


동 트기 전, 우리는 베이징의 배꼽을 향해 간다. 그곳은 일년 사시사철 주중주말 할 것 없이 국내외 관광객들로 항상 붐비던 곳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중국의 강력한 봉쇄와 격리조치가 휩쓸고 간 지난 3년 반 동안 이 곳은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도시 중심부였다.

자금성과 천안문광장 사이를 가로지르는 이 넓고 긴 장안가(长安街)는 그저 직진 신호만 보고 계속 달리게 되어있다.


우리가 종종 즐겨 찾는 조식당이 바로 천안문광장 남쪽에 위치해있는데, 오픈 시간이 7:30으로 다소 늦은 편이라 식사 전에 천안문광장을 잠시 방문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소 이르다 싶은 이 시간이야말로 이곳을 둘러보기에 최적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오전 6:00~6:30 경. 멀리서보면 한가해보이지만 점점 다가갈수록 인파에 놀란다. 이 새벽부터 다들 뭐 하는거지?


중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이 벌어진 천안문광장(天安门广场)은 베이징 중심부에 위치한 동서 500m, 남북 880m, 총 면적 44만m의 세계 최대 광장이다. 이 광장 중앙에는 인민영웅기념비, 남쪽에는 모주석기념당, 동쪽에는 국가박물관, 서쪽에는 인민대회당이 있다.


천안문광장 부근은 코로나 이전에도 국외 여행객들보다 중국 각지에서 온 내국인 여행자들이 훨씬 많았다. 워낙 땅덩어리가 큰 중국이다 보니, 수도인 베이징에 와서 자금성을 관람하고 국기게양식을 보고 모주석기념당에서 참배하는 것이 일생일대의 과업인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2021년 12월부터는 천안문광장 위챗 미니프로그램 (天安门广场预约参观)을 통해 사전 예약해야 들어갈 수 있다. 이 근방을 돌아다니려면 신분증이나 여권은 필수이다.

코로나가 끝나고 나니 한적함은 사라지고 중국 각지에서 온 단체관광객들로 붐빈다


매일 동 틀 무렵과 해 질 녘에 광장 한가운데 위치한 국기게양대(国旗升旗处)에서 국기게양식과 강하식이 치뤄진다. 여름같이 해가 일찍 뜨는 시기에는 새벽 5시 이전부터 몰려든다. 베이징의 아침은 이 천안문광장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는 것 같다.

나는 이 시간에 굳이 타국의 국기게양식을 볼 마음은 없어서 인터넷 사진으로 대체하고자 한다.
광장 남측 - 중화인민공화국의 창시자이자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자였던 모택동(毛泽东/마오쩌둥)의 묘소인 모주석기념당(毛主席纪念堂)
광장 서측 - 중국공산당 회의, 행사 등이 열리는 주요 장소인 인민대회당(人民大会堂). 100위안 지폐의 뒷면 그림이다.
광장 중앙 - 중국 근현대의 혁명과정을 기록하고 열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1958년 5월 설립한 인민영웅기념비(人民英雄纪念碑)


새벽6:30 경.

이 시간쯤 이면 이미 국기게양식을 본 후 천안문광장 투어까지 마친 단체관광객들이 8:00에 오픈하는 모주석기념당을 기다리며 광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광장 들어올 때 엄격했던 검문검색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자유롭게 누워있는 사람들 모습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난다. 이럴 때보면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나라라는 표현이 정말 딱 맞는 것 같다.

광장 동측 – 중국국가박물관(中国国家博物馆)
광장 북측 – 천안문(天安门). 과거 자금성과 경산공원을 둘러싼 황성皇城 성벽 중 남쪽 문. 이제는 베이징의 가장 대표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이다.
이른 아침 기상과 투어에 지쳤나 보다. 남의 시선 아랑곳 않는 중국인들 사이에 둘러싸여 적지 않은 시간 살아왔지만 여전히 신기하다.


천안문 광장 가장 남쪽에는, 과거의 황제의 전용 출입문이었던 정양문(正阳门)이 위치해있다. 3층 누각으로 된 더 높은 건물이 성루(城楼). 2단 기와로 조금 낮은 건물이 성루를 보호하기 위해 화살 쏘는 구멍이 가득한 전루(箭楼)이다. 1950년대 성벽과 성문을 철거하고 지하철 공사하는 과정에서도 굳건히 살아남아 과거 황제의 위용을 드러내어 주는 건축물들이다.

(좌)성루에서 바라본 전루. (우)성루에는 中国公路零公里点 표식이 있다. 중국 교통의 거리 시작 기준을 이곳으로 세웠다는 뜻.




무지다이너 Muji Diner

MUJI Diner 無印良品餐堂

北京市西城区廊坊头条21号院北京坊W2号楼

(무인양품호텔 4층)

7:30-10:00 조식 / 11:00-21:00 일반 식사

투숙객이 아니면 조식 인당 55元


드디어 먹으러 가볼까.

천안문광장 남쪽 아래, 정양문 바로 건너편에는 과거 화려했던 상업지구인 전문대가(前门大街)가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다. 그리고 전문대가 초입에는 중국과 서양 양식을 융합하여 민국시기 스타일로 만든 건축군이 있는 옛 상업 구역이 베이징팡(北京坊, Beijing Fun)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탈바꿈하였다. 세련된 식당과 까페, 상점들이 들어서고 있으며 사진 찍기 좋은 배경들이 많아서 북경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이 베이징팡 시작 부근에 무인양품(무지MUJI)에서 운영하는 호텔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잡화 브랜드 무인양품의 제품과 가구들로만 이루어진 호텔이며, 현재 일본 도쿄 긴자, 중국 심천, 그리고 베이징 3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건물 지하에는 무인양품 매장, 1층에는 MUJI Café & Meal이라는 캐주얼 식당과 호텔 리셉션이 있다. 우리가 향하는 곳은 건물 4층에 위치한 무지다이너(MUJI Diner)이다.

(좌)호텔 1층 현관. 심플하고 소박하면서도 포인트를 살렸다. (우)4층 엘리베이터 내리자마자 식당 입구


이 식당은 원래 호텔 투숙객들의 조식당이다. 투숙객은 무료이지만, 조식만 먹기 위해 방문한 우리는 인당 55위안을 지불해야 한다. 식사를 하고 나면, 점점 살벌해지는 베이징의 물가 속에서 이 금액이 얼마나 자비로운지 깨닫게 된다.


과일, 샐러드, 주스, 우유, 시리얼, 요거트, 커피 등은 편하게 원하는 대로 가져다 먹으면 된다. 그리고 각자에게 제공되는 정갈한 조식 한 상에 기분이 참 따스해진다. 베이징 중심부에서 일본 느낌의 소박하고 정갈하고 군더더기 없는 식사를 대접받는 기분이다.

샤오마이, 찻물달걀, 닭튀김, 달걀국, 어느 날은 찐빵, 찻물달걀, 닭튀김 훈툰. 왜이리 다 내 입맛에 잘 맞는거야!)


이 조식당의 매력은 테라스가 아닐까?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는 천안문광장 특성상, 단지 4층 올라왔을 뿐인데 정양문, 모주석기념당, 천안문, 그리고 저 너머 자금성 내 주요 건물들과 심지어 경산공원까지 다 보인다. 베이징 도시 계획의 핵심인 남북으로 쭉 뻗은 중축선(中轴线)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후식 커피를 들고 테라스로 나와서 베이징 중심부를 내 집 앞마당 보듯이 한가롭게 감상한다. 주말 아침 이런 작은 호사가 다음 일주일을 버틸 원동력을 주는 것 같다.


무인양품호텔 조식당은 호텔 조식이라고 하면 뭔가 화려하고 비싸고 어쩌다 한 번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날려버리는 곳이다. 더구나 호텔을 나서서 작은 도로 하나만 건너면 아주 일반적이고 서민적이고 대표적인 중국의 조식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집주변이든 관광지이든 아침 식사를 절대 거르지 않고 꼭 챙겨 먹는 이 나라가 너무 재미있고 신기하다. 그래서 나도 따라 하고 싶다.

절대 건너뛸 수 없는 조식. 그들의 조식 사랑. 나도 의자 하나 땡겨 앉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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