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장소를 접하는 시간이 언제인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아침 출근과 등교로 북적거리는 시간대, 낮 동안 활기찬 모습, 저녁 시간의 화려함과 교통체증과는 전혀 다른 주말 이른 아침에 만나는 베이징은, 일종의 나만의 재미있는 실험 대상이다.
산리툰은 베이징 중심부 내성(內城)에서 3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였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라고 한다. 현재 여러 나라 대사관과 외국인 거주 구역이 위치하며, 그 결과 자연스럽게 글로벌 문화가 스며들고, 글로벌 브랜드와 다양한 나라 음식점들이 생기면서 베이징의 트렌드를 이끄는 장소가 되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기점으로 탄생한 상업 구역인 산리툰 빌리지(Sanlitun Village)의 입구에는 눈길을 끄는 건물들이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다.
산리툰 빌리지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스와이어 그룹(Swire Group)에서 기획하였다. 산리툰 지역을 크게 남쪽과 북쪽 공간으로 나누고, 남쪽 구역은 베이징의 전통 골목인 후통(胡同)을, 북쪽 구역은 베이징의 전통 가온인 스허위안(四合院/사합원)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즉, 산리툰 빌리지의 건물들은 골목과 골목으로 이어져 있고, 커다란 광장을 중심으로 건물들이 에워싸고 있는 모양이라는 스토리텔링을 지닌 복합문화공간인 셈이다. 이런 배경을 알고 산리툰 지역을 거닐다 보면 단순히 화려한 상업지구 이상의 무엇인가가 보이고 느껴진다.
산리툰의 북쪽 구역에 위치한 부티크호텔인 더 어퍼짓 하우스 (The Opposite House 北京瑜舍酒店)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건축가 쿠마 켄고(Kuma Kengo)의 작품이다. 스와이어 그룹의 산리툰 지역 프로젝트에 쿠마 켄고도 참여했기에, 이 호텔은 자연스럽게 산리툰 전체 중 일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호텔은 그의 관점으로 해석한 차이니즈 컨템포러리를 잘 표현한다. 베이징 전통 가옥 구조인 사합원(四合院)에서 영감 받은 더 어퍼짓 하우스는, 예로부터 손님의 방을 주인이 자신의 방 맞은 편에 내어주는 중국에 전통에 따라 붙인 이름이며, 손님을 귀하게 여기겠다는 마음이 담겼다고 한다.
더 어퍼짓 하우스 호텔 내 식당들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맛과 서비스, 품격과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딤섬부페로 유명한 징야탕(京雅堂), 현대적으로 해석한 사천요리 수퍼플라이(Superfly) 등. 그리고 호텔답게 이른 아침부터 조식을 제공하는 식당인 프라스카(FRASCA)가 있다.
프라스카
FRASCA
北京市朝阳区三里屯路11号北京瑜舍酒店一层
The Opposite House 호텔 1층
월~일 영업
6:30~10:30, 12:00~22:00
내가 이 식당에 처음 조식을 먹으러 갔을 때는, 비가 꽤 많이 내리는 일요일 새벽이었다.
호텔 1층에 위치한 프라스카. 이탈리아어로 나무 잔가지를 뜻한다.
폭우가 내리는 주말 새벽, 오렌지빛의 따스한 조명과 이탈리아 분위기의 소품들, 나무 테이블이 너무도 조용히 우리를 기다리는 듯 했다. 식당에 입장하자마자 느껴지는 포근함과 안정감이 상당히 기분 좋았다.
원래는 이탈리아 식당이지만, 6:30~10:30 시간 동안에는 별도의 조식 메뉴를 제공한다.
일요일 아침이라는 시간이 주는 매력에 비까지 더해져서, 내가 평소에 알던 산리툰 지역인가 싶은 낯섦을 즐겨보았다. 평범한 일상에 흥미를 가져다 주는 기분좋은 낮섦이었다.
낮에도 북적이는 산리툰이지만, 특히 클럽 유명한 지역이라 금요일과 토요일 밤이야 말로 가장 핫하고 화려한 시간대일 것이다. 소위 불금과 불토를 보낸 다음 날 새벽의 고요함을 만끽해보려, 식사 후 우산 들고 주변을 산책해보았다.
화창한 날의 더 어퍼짓 하우스와 프라스카도 물론 상당히 사랑스럽다. 어느 주말에는 햇살 아래 야외 테라스에서 조식을 먹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