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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ia Sep 16. 2023

산수화를 감상하는 아침 - 자메이카블루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있고 서울에 올림픽공원이 있다면, 베이징에는 조양공원(朝阳公园/차오양꽁위엔)이 있다. 북경 시내 4환 이내에서 가장 큰 도시공원으로서, 원래 1984년 개장하여 물레방아공원(水碓子公园)으로 불리다가 1992년 조양공원으로 개칭되었다. 남북 길이는 약 2.8km, 동서 폭은 약 1.5km로 세로로 길쭉한 모양이며, 면적은 288.7헥타르. 그야말로 시민들의 문화, 오락, 휴식을 담당하는 허파의 기능을 하는 공원이다.


조양공원 남쪽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마주치는 독특한 외관을 가진 건물이 있다. 참 희한한 모양이다 싶어서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검색해보니,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건물이라는 사실을 발견!


중앙공원광장 (中央公园广场/Central Park Plaza)

중국의 떠오르는 천재 건축가이자 MAD 건축사무소의 설립자인 마옌쏭(马岩松)이 설계하였다. 그는 중국의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를 중시하는 건축을 지향하여, 그의 건축물은 곡선을 유연하게 사용하여 건물이 마치 자연의 일부인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소호를 건축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제자이기도 하다.


중앙공원광장은 중국의 고대 산수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화폭 속 산과 강의 모습을 본 떠 만들어졌다. 2014년에 착공하고 2017년 7월 말에 완공하였는데, 산수화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곡선을 주로 사용하여 비대칭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산수화에서는 보편적으로 산 아래에 물이 흐르거나 나무가 표현되는데, 건물 아래에 연못을 둠으로써 이러한 모티브를 유연하게 표현하였다.

실외도 실내도 통일감 있는 수묵화 곡선


건물은 한 동이 아니라, 큰 두 동과 작은 여러 동으로 나뉘어졌는데, 건물과 건물 사이는 가볍게 산책하기 좋게 조경이 되어있다. 산수화 모티브라는 의미를 알고서 둘러보면 흥미롭다.

중앙공원광장 건물로 출근하는 듯한 조형물. 바쁜 현대인의 모습인가? 싶었는데 고있는 가방이 서류가방이 아니라 여행 캐리어라 내 맘도 덩달아 가볍다.



자메이카블루

Jamaicablue Coffeeshop

北京市朝阳区朝阳公园南路10号院骏豪·中央公园广场A7-7

월~일 07:00~20:00


중앙공원광장 건물 1층에 위치한 까페 겸 식당. 베이징 시내 현재 5곳 지점이 있는 자메이카블루는 리비에라 빌라, 순의 등 주로 외국인 거주 지역에 위치한다. 조양공원 남쪽 역시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많다.


한국에도 많은 브런치 식당들이 있지만 7시부터 오픈하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베이징에서는 6:30-7:00 경에 문을 여는 조식당들이 아주 흔하다. 서양식 까페인 이 곳 자메이카 블루도 7시부터 제대로 된 (간단한 음식 아닌!) 조식 메뉴를 판매한다. 가격도 맛도 서비스도 훌륭해서 자주 찾게 된다.

복닥복닥하지만 정리가 잘 되어있는 카운터. 깔끔하고 감각적인 소품들에도 눈길, 아니 카메라가 저절로 향한다
조식 메뉴가 꽤나 다양하다. 간단한 빵과 조각 케이크도 판매한다. 낮시간대에는 파스타류도 먹을 수 있다.


완전 든든한 아침 한 끼. 양이 많으면서도 재료의 자연스러운 맛이 좋다.

오믈렛과 호밀빵. 바나나 프렌치토스트
소시지 계란 버섯 감자 토마토 시금치 베이컨 등 다양한 구성의 자메이카블랙퍼스트, 그리고 버섯 치즈 크레페와 샐러드
나는 산미가 강한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곳 커피의 적당한 고소함과 농도는 내 입맛에 딱 맞다.
파노라마 창문을 통해 도심의 이른 아침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빽빽한 건물 사이에서 느끼는 망중한의 이 순간이 좋다.


산수화 속으로 한 발짝 성큼

자메이카블루에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아침 산책을 나선다. 큰 길을 하나 건너면 바로 조양공원이다.


조양공원의 규모가 하도 커서 정문만 해도 여러 개인데 서(西)2문으로 들어오면 놀라운 광경을 만날 수 있다.

중앙공원광장 건물을 가까이에서 봤을 때 산수화 모티브라는 것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다면, 공원 내 호수 건녀편에서 바라보는 이 광경은 어떨지? 건축가의 의도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위치가 바로 이 곳이다.


주말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일찍 일어난 보람이자 보상이랄까. 2차원 평면의 산수화 속에 내가 들어온 느낌이랄까. 도시가 만들어내는 비현실적인 산수화 풍경 앞에서 한 동안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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