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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ia Sep 23. 2023

나만을 위한 미술관 I (파크뷰그린 실내) – 일리커피




일요일 아침, 고요한 시간.

거대한 쇼핑몰의 모든 상점, 식당, 영화관, 사무실 등은 굳게 닫혀 있고 최소한의 조명만 켜져 있다.


이 곳에 들어서자마자 입구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이 엄청난 크기로 당당히 쇼핑몰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다. 

높이 6m, 폭 3.7m의 초대형 에어브러시 작품. 강형구 <관우> 초상



일리 커피

illy coffee 意曼多咖啡

北京市朝阳区东大桥路9号侨福芳草地购物中心L2-05

Park View Green/파크뷰그린(팡차오디) 쇼핑몰 2층

월~일 08:00~21:30


쇼핑몰과 사무실이 밀집한 이 거대한 공간의 특성 상, 주말 이른 아침에 문을 연 곳은 단 한 곳, 일리 까페 뿐이다. 넓은 공간이 주는 고요함은 생각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그 한 가운데 조용히 영업 준비를 하는 까페의 불빛을 보며 다가간다.


평일이나 주말 낮 시간 동안은 앉을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있는 까페인데, 고요한 아침에 내가 통째로 전세 낸 듯하다. 조식 메뉴이지만 간단한 구성부터 푸짐한 구성까지 고르는 재미가 있다.


유리 피라미드 구조의 건물 내부는 중앙이 뻥 뚫린 개방감과 천정으로 쏟아지는 자연광, 그리고 내부를 가로지르는 철골 구조물들 때문에 마치 SF 미래 도시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로 순간 이동하여 아침 먹는 기분이 든다.

베이징에서 일리 커피를 맛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이 순간 부러울 게 없다.




파크뷰그린은 홍콩에 본사를 둔 파크뷰그룹이 1995년부터 수많은 건축가들과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으며, 중국 뿐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친환경 건물이다. 

미국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LEED (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의 최상위 등급인 플래티넘 인증


이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상점, 식당, 사무실 공간을 오가는 사람들로 늘 북적이는데, 이른 아침 마치 산책하듯 돌아다녀보면 평소 눈에 띄지 않는 것들도 새롭게 다가온다. 마치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같은 느낌이랄까. 인파에 가려져있던 작품들이 고요한 아침에 선명하게 살아움직이는 박물관.


쇼핑몰과 미술관의 경계를 허물다

파크뷰그린은 친환경 건축, 고급스러운 실내와 값비싼 브랜드 등으로도 충분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방문할 만한 장소이다. 그러나 파크뷰그린을 방문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예술 감상’이다. 쇼핑몰이 기껏해야..? 라는 선입견을 산산히, 그러나 기분 좋게 부숴버리는 그 상상 이상의 공간이다. 쇼핑몰 하나 돌아다녔을 뿐인데 만보 걷기 기록을 세울 수 있을 만큼 정말 많은 예술품들을 만날 수 있다. 화장실 앞에, 빵집 앞에 아무렇지도 않게 세워져 있기에 신경써서 살펴보지 않으면 그 가치를 못 느낄 지도 모르다.

천원링/陈文令의 <红色记忆/홍색기억 시리즈>
(좌) 가오샤오우/高孝午 <城市梦想/City Dream> (우) Paolo Grassino <零/Zero Series 3-2>
(좌) Roberto Barni <Unstable>   (우) 필립 파스쿠아/Philip Pasqua <Who Shoutd be Scared?> 
10층 높이에서부터 1층까지 길게 뻗어내려오는 붉은 실 - 양타오/杨韬 <空束/Empty Bundle>
(좌) 가오샤오우/高孝午 <不倒翁 : 梦想 Tumbler>  (우) 황위롱/黄玉龙 <Paradox>
(좌) 친웨이홍/秦玮鸿<幸福的向往/Yearning for Happiness>  (우) 가오샤오우/高孝午 <宠神狮/Pet God Lion>


Gianni Dessì 작품 두 개가 서로 마주보고 있다. 엘리베이터 외벽의 노란색 마스크는 <你X你 Ezra>, 그리고 풍선껌 부는 검은 동상은 <Three for You/为你献上三个> 중 하나.

(좌) 런즈/任哲<十二生肖/Twelve Zodiac>  (우)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Dragon, Swan, Elephant> 


파크뷰그룹 故황젠화(黄健华/George Wong) 회장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미술품을 창고에 두기보다는 많은 이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이 곳 쇼핑몰 안팎으로 수많은 예술품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손 뻗으면 닿는 곳 어디나 위치해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전시되어 있으므로, 누구나 아무렇지 않게 그저 즐기면 된다. '나만의 위해' 준비된 듯한 이 고요한 아침의 쇼핑몰에서, 공기처럼 나를 둘러싼 예술 속에 먹고 걷고 보고 감상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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