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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을 위한 미술관 I (파크뷰그린 실내) – 일리커피

by eugenia




일요일 아침, 고요한 시간.

거대한 쇼핑몰의 모든 상점, 식당, 영화관, 사무실 등은 굳게 닫혀 있고 최소한의 조명만 켜져 있다.


이 곳에 들어서자마자 입구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이 엄청난 크기로 당당히 쇼핑몰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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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6m, 폭 3.7m의 초대형 에어브러시 작품. 강형구 <관우> 초상



일리 커피

illy coffee 意曼多咖啡

北京市朝阳区东大桥路9号侨福芳草地购物中心L2-05

Park View Green/파크뷰그린(팡차오디) 쇼핑몰 2층

월~일 08:00~21:30


쇼핑몰과 사무실이 밀집한 이 거대한 공간의 특성 상, 주말 이른 아침에 문을 연 곳은 단 한 곳, 일리 까페 뿐이다. 넓은 공간이 주는 고요함은 생각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그 한 가운데 조용히 영업 준비를 하는 까페의 불빛을 보며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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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이나 주말 낮 시간 동안은 앉을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있는 까페인데, 고요한 아침에 내가 통째로 전세 낸 듯하다. 조식 메뉴이지만 간단한 구성부터 푸짐한 구성까지 고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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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피라미드 구조의 건물 내부는 중앙이 뻥 뚫린 개방감과 천정으로 쏟아지는 자연광, 그리고 내부를 가로지르는 철골 구조물들 때문에 마치 SF 미래 도시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로 순간 이동하여 아침 먹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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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일리 커피를 맛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이 순간 부러울 게 없다.




파크뷰그린은 홍콩에 본사를 둔 파크뷰그룹이 1995년부터 수많은 건축가들과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으며, 중국 뿐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친환경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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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LEED (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의 최상위 등급인 플래티넘 인증


이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상점, 식당, 사무실 공간을 오가는 사람들로 늘 북적이는데, 이른 아침 마치 산책하듯 돌아다녀보면 평소 눈에 띄지 않는 것들도 새롭게 다가온다. 마치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같은 느낌이랄까. 인파에 가려져있던 작품들이 고요한 아침에 선명하게 살아움직이는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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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과 미술관의 경계를 허물다

파크뷰그린은 친환경 건축, 고급스러운 실내와 값비싼 브랜드 등으로도 충분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방문할 만한 장소이다. 그러나 파크뷰그린을 방문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예술 감상’이다. 쇼핑몰이 기껏해야..? 라는 선입견을 산산히, 그러나 기분 좋게 부숴버리는 그 상상 이상의 공간이다. 쇼핑몰 하나 돌아다녔을 뿐인데 만보 걷기 기록을 세울 수 있을 만큼 정말 많은 예술품들을 만날 수 있다. 화장실 앞에, 빵집 앞에 아무렇지도 않게 세워져 있기에 신경써서 살펴보지 않으면 그 가치를 못 느낄 지도 모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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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링/陈文令의 <红色记忆/홍색기억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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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가오샤오우/高孝午 <城市梦想/City Dream> (우) Paolo Grassino <零/Zero Series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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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Roberto Barni <Unstable> (우) 필립 파스쿠아/Philip Pasqua <Who Shoutd be Sc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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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층 높이에서부터 1층까지 길게 뻗어내려오는 붉은 실 - 양타오/杨韬 <空束/Empty Bun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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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가오샤오우/高孝午 <不倒翁 : 梦想 Tumbler> (우) 황위롱/黄玉龙 <Parad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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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친웨이홍/秦玮鸿<幸福的向往/Yearning for Happiness> (우) 가오샤오우/高孝午 <宠神狮/Pet God Lion>


Gianni Dessì 작품 두 개가 서로 마주보고 있다. 엘리베이터 외벽의 노란색 마스크는 <你X你 Ezra>, 그리고 풍선껌 부는 검은 동상은 <Three for You/为你献上三个>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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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런즈/任哲<十二生肖/Twelve Zodiac> (우)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Dragon, Swan, Elephant>


파크뷰그룹 故황젠화(黄健华/George Wong) 회장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미술품을 창고에 두기보다는 많은 이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이 곳 쇼핑몰 안팎으로 수많은 예술품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손 뻗으면 닿는 곳 어디나 위치해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전시되어 있으므로, 누구나 아무렇지 않게 그저 즐기면 된다. '나만의 위해' 준비된 듯한 이 고요한 아침의 쇼핑몰에서, 공기처럼 나를 둘러싼 예술 속에 먹고 걷고 보고 감상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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