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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ia Aug 12. 2024

08. 레드 브릭 뮤지엄 红砖美术馆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 붉은 벽돌 미술관


收藏即传承、共享即教育
컬렉션은 전승이고, 공유는 교육이다


레드 브릭 뮤지엄

Red Brick Art Museum

红砖美术馆

주소 : 北京朝阳崔各庄乡何各庄村

위챗 공식계정 : RedBrickArtMuseum



붉은 벽돌 미술관의 탄생

레드 브릭 뮤지엄은 사업가인 옌스제(闫士杰), 차오메이(曹梅) 부부가 2007년부터 계획하여 2014년 5월 23일에 정식 개관한 미술관이다. 현대 미술 전시, 수집, 연구, 교육, 출판 및 공공 활동을 통합하는 폭넓은 예술 활동이 그 목적이었다. 건축가인 동위간(董豫赣) 교수가 붉은 벽돌을 주재료로 설계하여, 총 20,000m² 면적 중 실내 10,000m²에 9개 전시공간, 2개의 휴식공간, 기념품샵으로 구성되어 있고, 야외 10,000m²에는 중국식 정원, 까페, 레스토랑 등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실내만큼 중요한 야외 공간이 이 미술관의 특징이자 매력 포인트. 그리하여 레드 브릭 뮤지엄은 '2018 올해의 미술관'을 수상, 2019년 '베이징 브랜드 계획·문화 브랜드의 신세력(北京品牌计划•文化品牌新势力)' TOP 30를 차지하며, 북경의 문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설립자 옌스제(闫士杰) 잡지 인터뷰 기사




붉은 벽돌의 아름다움 속으로 – 실내

한국인 주요 거주지인 왕징(望京)에서 북동쪽으로 20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한적한 동네가 나타난다. 이 지역에서 단연 돋보이는 커다란 붉은 벽돌 건물. 누구라도 지나가며 눈길이 한 번씩 갈 수밖에 없는 비주얼이다. 거대함, 우아함, 고즈넉함, 당당함, 그리고 궁금함.


나 또한 궁금함을 안고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둥근 입구를 향해 첫 발을 내딛었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은 그 주목적인 ‘전시’를 구성하는 미술 작품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감상을 최적화하고 느낌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공간의 의미 또한 상당히 중요하다. 그렇다 해도 나의 인식 속에는 전시 내용이 주(主)이고 미술관 공간은 보조적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데, 레드 브릭 뮤지엄에서는 그런 고정관념을 잠시 내려놓게 된다.

벽돌이 표현할 수 있는 미적 최대치를 끌어올린 공간. 숨 죽이며 바라보고 느껴본다.
1층 입구 바로 앞 매표소와 기념품샵은 낮은 조명 속에 존재감을 최소화하며 조용히 위치해있다.




붉은 벽돌의 아름다움 속으로 – 실외

미술관 전체 공간 20,000m² 을 정확히 반반 나누어 실내 10,000m², 야외 10,000m²에 할애하였다는 것이 이 미술관의 핵심이다. ‘미술관’이라는 이름 때문에 전시만 보고 간다면 입장료의 절반도 가치를 못 누린 셈. 조금 비싸다고 생각되는 이 곳 입장료가 의아했는데 (120元), 야외 정원으로 나오는 순간 그 이유를 잘 알 수 있다. 사방 온통 붉은 벽돌, 담쟁이덩굴, 그리고 언제 방문해도 열심히 사진 촬영하는 방문객들…


붉은 벽돌로 지어진 현대적인 건물들 한 가운데, 중국식 원림(園林)이 펼쳐지니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자연과 조화된 정원 덕에 계절에 따라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나는 늦여름, 가을, 초겨울에 각각 방문해보았는데 모두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곳에서 블랙스완과 고양이를 못 보고 가면 섭섭하다.
아기자기하고 구불구불한 공간들을 탐색하는 재미


여러 계절 다 좋지만, 레드 브릭 뮤지엄의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 가을. 붉은 벽돌과 중국식 정원과 만추(晩秋)의 조화는 저절로 카메라를 들게 만든다.


어디든 자유롭게 걷고 돌아다니고 올라가고 내려가고 할 수 있다. 또한 붉은 벽돌와 중국식 기와가 혼재되어 있어서 배경에 따라 다른 사진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춥고 바람 불수록 청명한 하늘을 보여주는 북경의 겨울. 스산함에 나뭇잎은 다 떨어져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움이 이 공간 자체의 특징인 것 같다.


야외 공간에 위치한 식당과 까페. 




로르 프루보스트 <Into All That Is Here> (2016)

2013년 비 영국 출신 예술가로서는 처음으로 터너상 수상했으며,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프랑스관을 대표했던 현대 예술가 로르 프루보스트 (Laure Prouvost)의 전시


쉬빙/徐冰 <艺术卡门线/Art beyond Karman Line>  (2021)

1955년 중국 四川 총칭重庆 출신. 중국 저명한 현대 미술가 쉬빙. 글자로 이루어져 있지만 아무도 읽을 수 없는 천서/天书(Book from the Sky), 그리고 글자가 없지만 세상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지서/地书(Book from the Ground)라는 작품이 대표적이다. 


“예술을 로켓에 실어 우주로 쏘아 날려버렸다!”

레드브릭 뮤지엄에서 진행한 이 전시는 매우 특이하고 특별했다. 2019년 12월부터 2021년 3월까지 프로젝트의 기록과 과정을 모두 보여주는 전시로서, 쉬빙의 35년 전 대표작 <천서>로 디자인된 로켓을 쏘아 올리는 스페이스 아트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쉬빙이라는 작가의 높은 위상 뿐만 아니라, 중국의 현 우주개발에 대한 기술력과 위상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전시였다. 쉬빙의 대표작 '천서(天书)'로 디자인된 발사로켓 '쉬빙천서호•쉬빙티엔슈하오(徐冰天书号)’- 의미 없는 글자가 지구인에게도 그러했듯이, 외계인에게도 의미 없는 평등함을 줄 수 있다는 취지라고 한다. 

2021년 2월 1일 4:00am 내몽고 쥬췐/酒泉 지역에서 지구상 6,025번째 로켓 발사. 그러나 대기권 벗어나기 전에 실패하며, 낙하 흔적에서도 예술의 의미를 찾으며 로켓 잔해에 본인 사인을 하였다. "과학적으로 이것은 실패입니다. 하지만 예술을 위해서는 실패는 출발점이 됩니다."

2019년 12월 프로젝트 논의부터 2021년 2월 1일 발사, 그리고 발사 실패 후 탐사까지의대장정 기록


레드브릭 뮤지엄 소장 5인의 작가 전시 <Red Brick Collection 馆藏> (2022)

“收藏即传承、共享即教育 - 컬렉션은 전승이고, 공유는 교육이다”라는 뮤지엄의 기치에 따라, 레드브릭 뮤지엄은 정기적으로 뮤지엄 컬렉션(소장)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2022년 전시에서는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덴마크 시각 디자이너), 안드레아스 뮈헤/Andreas Mühe (독일 사진작가), 토니 오슬러/Tony Oursler (미국 미디어 설치 미술가), 타티이나 트루베/Tatiana Trouvé (이탈리아 설치 미술가), 황용핑/黄永砅 (중국 설치미술가)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토마스 사라세노 Tomás Saraceno <Complemetaries 共生> (2024)

1973년 생 아르헨티나 출생으로, 지구를 사랑하는 거미 예술가 토마스 사라세노의 디테일과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 대형 환경 프로젝트이다. 예술, 자연과학, 건축 분야를 자유롭게 오가며 천체 물리학, 거미집 구조를 연구했고 우주항공엔지니어, 생물학자, 물리학자들과 협업을 통해서 사회적, 생태학적, 미래적 인 이슈들을 구체화하고 시각화하는 작업도 해왔다. 미학적 호기심과 과학적 호기심이 만나는 지점에서 사라세노의 작업이 탄생하고 자연스럽게 물리학자, 천체학자, 생물학자들과 끊임없는 교류와 협업을 하고 있다. 

그중 제작한 작품 '에어로센'(Aerocene)은 특히 기후변화와 관계가 깊다. 토마스 사라세노가 주목한 '지속가능성'과 '예술과 과학의 교차'도 잘 드러나 있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연결'을 주제로 컬래버레이션하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거미줄이 주고받는 진동을 통해 세상을 감지하는 거미의 각과 사고를 느껴볼 수 있는 공간


비디오 영상 <Fly with Pacha, Into the Aerocene>

화석 연료 없이 오직 태양으로 덥혀진 공기만으로 사람을 띄우는 프로젝트인 에어로센. 안데스 문화에서 전 우주의 모든 거주민들을 조직하고 조화롭게 만드는 우월한 에너지이인 파차(Pacha)를 원주민들과 함께 소환하여 에어로센을 띄우는 협력 프로젝트로서, 공동의 연대와 지구 사랑을 실천한다. 프로젝트 과정을 찍은 영상은 76분이 넘지만 빠져들어 집중하게 된다. 


이곳 안데스 지역 주민은 대기업의 리튬 채취로 인해 그들의 오래된 생활 터전인 염전과 목축이 위협받았고 심각한 물 부족에 직면했다.


안젤름 키퍼 (Anselm Kiefer) 의 <Arsenal> (1983-2016)

레드브릭뮤지엄의 소장품 중 입구쪽에 상시 전시된 거대한 작품이 눈길을 끈다.

안젤름 키퍼는 전후 독일의 영향력있는 신표현주의 화가이자 조각가. 짚, 재, 점토, 납, 도료와 같은 재료를 사용하여, 신학적 개념과 독일의 역사, 나치 시대와 홀로코스트의 공포 등을 주제로 한 강렬한 작업을 하여, 독일 근현대사를 조명하는 예술가로 알려져있다.

"무기창고"라는 작품이지만 실제 무기는 보이지 않고 오래된 책, 서류, 필름 등의 낡은 기록들의 폐품 창고같다. 이런 것들이 우리 삶에 무기로 작용할 수 있는 시대를 꼬집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며, 1983~2016년이라는 작품 제작 연도를 보며 소품 컬렉션이 꽤 오랜 시간과 고민의 축적이 드러난 듯 하여 숙연해지는 공간이다.


레드 브릭 뮤지엄은 나에게 시공간이 멈춘 듯한 독특한 장소로 느껴진다.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들어가서 잠시 현실과 동떨어진 경험을 하게 해주는 곳이며, 가끔 일상생활이 지루해지면 일부러 짬내어 다녀오기도 하는 곳이다. 한편으로는 어느 곳보다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변화를 재빠르게 반영하는 너른 정원에서 바쁜 일상 한 숨을 돌리기에도 제격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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